소면 국수다.
어린 시절부터 소면으로 만든 잔치국수를 싫어했다.
아니 입에 넘어가지 않았다.
찐빵은 내겐 별로여서 만두를 좋아했고 소면 국수 대신 칼국수만 좋아했다.
잔치집에서 나오던 국수나 어머님이 정성스럽게 만들어 주신 고기와 달걀지단이 올라간 국수조차 조금 먹는 시늉하는 것으로 그쳤다.
지금도 기억나는 국수가 있다.
대학시절 적십자 봉사활동으로 시골에 보리 베기 봉사 활동을 나간 적 있다.
중간에 농가에선 대학생들에게 소면으로 점심을 대접해주었다.
한참 시절에 노동까지 했음에도 입에 국수가 넘어가지 않아 민망했다.
그냥 멀건 국물에 국수, 양념장, 억세 빠진 날 열무김치를 먹던 일은 고역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칼국수처럼 소면도 좋아지기 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입맛이 변한 거다.
비빔국수, 김치말이 국수, 잔치 국수 모두 맛있다.
방문한 칼국수집 수에 비견할 바 없으나 아내와 함께 맛집 잔치 국숫집을 찾아간 적도 있다.
허영만의 "식객"에 등장하던 고대 앞 국숫집.
국물의 비결이란 멸치와 뒤포리를 50대 50대 쓴다 하여 국물 맛은 강열(?)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기억도 아득하나 종종 호텔에서 열리는 혼례식에 참석하면 양식 피로연 음식에 입가심용처럼 잔치국수를 조금 올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배부른 터라 국물만 맛을 보고 국수를 몇 가닥 먹어보며 혼자서 면의 질을 감정해보는 일도 재미였다
국물이 제일 중요하나 면도 중요해 품질에 따라"소면"이 목에 부드럽게 넘어가기더 하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오래전 재래방식으로 국수를 빼어 대나무 가지에 널어 말리던 시절의 국수는 상당히 거칠었다.
요즘은 공장에서 나와도 제품에 따라 차이가 난다.
과거 안사람이 10년 넘게 교회에서 수요 저녁 예배 전 간단하게 소면 국수를 만드는 봉사를 했다.
모두 맛있게 먹었는데 그때 깨달은 건 국수 품질의 중요성이었다.
교회에선 한결같이 "풍국면 " 골드를 사용했다.
어느 날 국수가 부족해 일반 국수를 사다 넣으면서 확연히 맛과 느낌이 다른 걸 알 수있게 되었다.
또 제일 제면소 면은 쫄깃한 맛이 강해 청년들이 좋아할 취향이고 나 같은 사람에게는 부드러운 풍국면에 길들여져 있다.
어느 나라 밀가루를 사용 하는지는 그네의 몫이다.
국수에 각종 영양가 있는 재료를 넣어 마치 한복의 은근한 색상 같은 칼라 국수들이 있다.
영양가, 색감과 더불어 끓였을 때 얼마나 부드럽게 넘어가냐가 중요하다,
프리미엄 국수 제조업체들이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쑥이 들어가고 시금치가 들어갔어도 완연 별개의 문제다.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 뿐인 요즈음이다.
토요일, 아내가 준비한 간단한 단품 식사-국수로 감사의 점심 식사를 한다.
교회에서 먹던 맛과 거의 흡사하게 맛있다.
국수가 Costco에서 사온 풍국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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