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사랑이여, 그대에게 부탁하니

Jay.B.Lee 2021. 2. 4. 21:05

<사랑이여 , 그대에게 부탁하니>

 

나 불길로  떠나는 날에

사랑이여 ,그대에게 부탁하니

떠나거든 부축없이 돌아서오

살아 즐겨 입었던 무명옷

수의 대신해 주고

하룻밤 곁에서서

그대 눈물 바라보며

 이승에서의 마지막 밤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해주오.

힘들어도 사랑이여, 그대가

혼자서 나를 추억해주고

그대 때문에 행복했던 나의 웃음

영정 만들어 그대가 안아주오.

 

<추억 5>

 

지금은 

도무지 갈  수 없는 

내 뜰  그대는 

키 작은 수수꽃다리

이르게 뜨던  초경달

수줍던 어지럼증.

그대 빈혈의 달빛 아래

나의 애련은 점차 

팽창했으니

어찌 그대가 나의 첫사랑

아니었으랴

 

    노후농 지음

 

본명은 노양한.

청주고를  졸업했다.

중 ,고등학교 친구다.

고교시절 학교 문예지에 싣고자 교무실에 국어 선생님에게 원고를 가져가자 소설을 읽고서 나선 친구의 뺨을  다짜고짜 때렸다 한다

그 정도의 폭력은 예사였던 암흑기의 시절이다.

" 야 , 너 어디서 베껴왔어"

친구가 전해주던 에피소드다.

친구가 글을 잘 쓰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선생님의 편견이었다.  

난 국어 과목은 좋아했으나 고교과정을 통틀어 국어 선생님 중 그 선생님의 얄상한 코와 행동이 싫었었다.

문학에 소질이 있던 친구는 생뚱맞게  경희대 정치 외교과를 나왔다.

 그는  50대에 이르러  불교에 심취하여 불교 경전 공부와 선수행을 하며 지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산사에 가 있는 것으로 짐작했으며 산에서 내려오면 가뭄에 콩나듯 소식을 전해주곤 했다.

그의 아들 결혼식은 비구니 스님을 주례로 세웠다

어느 날 갑자기 저녁을 사겠다며 자기 지인을 동행해 왔는데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신부였다.

50이 넘어 시 세계를 열었다고 시집에 밝혔으나 그 동안 그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멈춘 것은 아니었다.

2007년 ,83쪽의 얇은 시집을 출간하고 내게 시집 한 권을 증정해주었다.

 

"점잖은 J 학형,

하나님을 영접하고 부인 만난 게 생에 가장 잘한 일이라는 형에게"-지은이 하고 달필로 증정 인사를 남겼다.

 

얇은 시집에 자신의 인생을  압축했고 가족의 추억과 함께 마치 유언같은  글들을 남겼다.

쥐어짜고 정제된 한 구절 한 구절에  그의 영혼은  죽음을 멀리서 바라보며 한걸음 씩 마중 가고  있었다.

2019년 보훈 병원에 그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았을 때 청력은 살아 있다 했다.

눈동자는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악화되어 있었다.

파킨슨 병이었다.

나는 그의 귀에 대고 그동안 얘기를 전해주었다.

작별하려 일어서자  내가 잡은 여윈 손을 살며시 쥐며 소리 없는 입술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 고맙다".

작년 그가 2년여 투병 끝에 타계했다는 소식을  듣고 영결 식장에  달려갔다.

코로나로 호주에서 오지 못한  장남.

 세 남매를 슬하에 두었다.

화장 후 동작동 현충원에 봉안되었다.

월남전에 참전하여 공을 세웠거나 군 복무시  무공훈장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논산 신병 훈련소에서 훈련 중 입은 "공상"으로 얻은 보훈 대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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