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아" -
나, 바람이 몹시 부는 날
그대와 함께 이승을 떠나 가리라
쥔 것 없이 가는 여행 그대 빈손 잡고 떠나가리라
나 먼저 육신의 불 꺼지고 바람 멎으면 참회, 그 용광로의 불길에 천고의 업장 녹여
백자 빛 자기 항아리 속에서 그대의 남은 생을 기다리리라
기도해 주리라.
그대의 노을 같은 생을 바라보며 나,깨어 있으리라
훗날 그대가 하얀 모시같은 육신으로 사뿐히 걸어 나에게로 오면 그대 손잡고 일어서리라
바람이 일어나는 날 바람이 이승을 떠나는 날
그대 기쁜 수정 같은 눈물을 보며 그대와 함께 내 생으로 가리라
아, 그대 빈손 붙잡고 떠나가리라.
후농 노양한 동문이 시집 "사랑하는 사람아"를 내었습니다.
사랑, 추억, 이별, 눈물, 딸 , 아버지, 스승에 녹아져 있던 감추어 두었던 속내를 헤집어 내었습니다.
세월의 풍상 속에서 때묻지 않은 삶이 더욱 맑고, 밝고, 아름답게 빛납니다.
흰 눈이 채 녹지 않은 산사의 뒤편에서 산 너머 겨울의 찬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 친구를 그려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