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가을에

Jay.B.Lee 2006. 12. 29. 06:46

 

 

<가을에>

 

우리가 고향의 목마른 황토길을 그리워 하듯이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내게 오래오래 간직해준

그대의 어떤 순결스러움 때문 아니라

 다만 그대의 삶의 전체를 이루는, 아주  작은 그대의 몸짓 때문일 뿐

 이제 초라히 부서져내리는 늦가을 뜨락에서

 나무들의 헐벗은 자세와 낙엽구르는 소리와

 내 앞에서 다시 한번 세계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내가 버리지 못하듯이

 내 또한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하찮게 여겼던 그대의 먼지,상처,그리고 그대의 생활일뿐


그대의 절망과 그대의 피와

어느날 갑자기 그대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새어져버리고

그대가 세상에서 빼앗긴 것이 또 그만큼 많음을 알아 차린다해도

그대는 내 앞에서 행여

몸둘바 몰라하지 말라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의 치유 될수 없는 어떤 생애때문일 뿐

그대의 진귀함 때문은 아닐지니

우리가 다만 업수임 받고 갈가리 찢어진
 
우리의 조국을 사랑하듯이

조국의 사지를 사랑하듯이

내가 그대의 몸 한부분,사랑을 받을 수 없는 곳까지

사랑하는 것은,

 
 출처:김정환 지음 詩集 "지울 수 없는 노래"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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