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사랑이여 ,이제 그만 돌아가겠네-후농 노양한.

Jay.B.Lee 2019. 9. 17. 07:22

 

 

 

 

<사랑이여 , 이제 그만 돌아가겠네>

 

봄의 새싹 그대에게 놓고 가겠네.

여름의 해변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물론  놓고 가지.

가을 단풍의 고운 색깔들은

내설악 오세암  그쯤에다 그대로 걸어 두었네

아주, 겨울 그 깊은 밤 함박눈 내리는

소리 없는  고요는 나의 게으름이 아니라

그대 주려 쓸지 않았을 뿐이라네.

해오름과 노을 , 바라보던 나의 눈빛까지

그대에게 진정 맡기고 싶네.

그대를 향해 섰던  나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그대 춤사위에 흠뻑 취했던 술향 기를

*무명 無明 보자기에 싸 그대에게 선뜻 전하며

육신도 , 육신이 끌고 온 세월까지

그대로 그 자리에 놓고 가지만

그대 나를 보던 가난한 눈빛과

절정의 눈물만은 안고 떠나겠네.

 

             *윤회의 근본 번뇌

 

<추억 >

 

지금은

도무지 갈 수 없는

내 뜰  그대는

키 작은 수수 꽃 다리

이르게 뜨던 초경(初經) 달

수줍던 어지럼증.

그대 빈혈의 달빛 아래

나의 애련은 점차 팽창했으니

어찌 그대가 나의 첫사랑

아니었으랴.

 

 

통화를 가끔 하고 결혼식에서 만나고 하다 친구에게 점차 연락이 힘들어졌다.

산사에 들어가 요양중이란 말을 들었다.

어느 날 그동안 몇 번의 식사 제의를 생각해선지 서울 나왔다고 저녁을 사겠다 전화가 왔다.

시집을 내느라 교정 등을 보고 바빴다고 했다.

그때가 2007년이다,

그가 들려주던 고교시절.

 학교 문예춘추지  "문봉"에 싣기 위해  단편 소설 "반항기"를 가지고 심사를 맡던 국어 선생에게 가져가자

 귀싸대기를  맞았다고 했다.

"야 , 인마 너 이거 어디서 베꼈어?"

선생님은 순한 그의 창작품을 칭찬은 커녕 표절자로 매도했다.

그는 경희대 정치학과를 나와 5십이 넘어 시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마치 먼 훗날 남기고 싶은 말을 시어로 피 토하듯  남겼다.

지금 병상에 누워 시들어 가는 육체에서 영혼만이 버티어 내고 있다.

움직임 없는 고정된 눈동자에 생과사의 고뇌를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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