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과 이주기

아파트 이주기(3)-비둘기

Jay.B.Lee 2017. 7. 23. 04:26


사진 :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 위 국기봉에 꼿아둔 바람개비  그림자.

      이번 여름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빨간 플라스틱이 허옇게 탈색이 되었다.

아파트 앞동산 


이사 가기로 결정되었을 때 안사람과 이웃들은 이 좋은 곳을 떠나야하난 안타까움에 어쩔줄 몰라 했다.

좋은 점만 생각하면 아이들이 자라고 성장한 이곳에 추억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랴.

아파트에 숲이 제일 많은 건 인정한다.

굳이 벚꽃 구경 갈 것도 없고  매화 ,개나리 ,진달래,복숭아,살구,앵두 .꽃사과,라이락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보면 서울에 이런 촌구석이 없다.

처음 이 아파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시골같아"

길건너 올림픽 아파트에선 우리가 사는 이곳을 "달동네"라 부른 다는데 할 말이 없는 곳이다.


<비둘기 >

처음  아파트 단지 비둘기와 인명을 맺을 계획은 없었다.

안사람이 밥에 놓아 먹으러고 누가주고간 잘게 부순 검은 콩이 오래 되어 버린다기에 장마기에 비둘기 먹이로 주면 되겠다 싶었다 

아침  수영을 하기 위해 가려면 전날 늦게 딸네 집에서 오는 아내가 주차한 아파트 큰길까지 가야한다. 

그 시간에 집 가까이 주차공간이 전혀 없어서다.

주차한 곳 가까이 전신주 전선에올라앉은 아파트 비둘기들에게 수영가기전 콩을 뿌려 주기 시작했다.

처음 서너 마리 보이던 곳이 소문이 났는지 점점 더 불어 버렷다. 

처음엔 경계를 하던 녀석들이 이제  내가 가면 환영인사하듯 전선줄에서 날개를 크게 치며 내려온다.

검정콩이 다 떨어져 장마기에 뭘 찾아 먹을게 있을까 싶어 안된 마음에 아내가 페트 병에담아 놓은 현미 두병중 한병을 먹이로 쓰기로했다.

어차피 가을 햅쌀이 나오기전까지 한병으로 충분 하다.

먹이를 주다보니 비들기 중에도 왕따 비둘기 한마리가 있다 

항상 가장 늦게 내려오며 무리 뒤에 착지해 혼자 먹이를 찾지 무리속에 결코 들어오는 법이 없다.

작은 종류의 비둘기 중에서도  다른녀석들 보다 작고 털의 색갈도  곱지 않은 검은털을 가졌다.

먹이를 주어먹는 속도도 느리다.

 눈이 시원찮은가  싶어 애뜻한 마음에 멀리 혼자 먹으라고 모이를 뿌려주곤 한다.

먹이가 떨어지면 이제 그네들은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가 살아야 한다 ,

우리도 어차피 떠나니까.

먹이가 떨어진 날 하얀 떡을 잘게 부수어 주자 평소와 같이 내려와 열심히 먹고 갔다.

바로 어제는 남은 떡가루를 주려고 비둘기 들을 찾자 한마리도 내려오지 않는다. 

구구하고 부르면 금방 내려오던 것들이 .

2-3분을 기다려 보았으나 언제 보았냐는 모습이다. 

어제 떡가루를 먹고 탈들이 났나 .

서로에 대한 배신감을 안고 이제 이별이다.

이별은 아름다워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