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정리한다는 것이 묘한 감정이 들 때가 있다.
아직 얼마나 남았을까?
언제고 떠날 수 있다는 ,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한다는게 큰 위로와 평안을 준다
아직 정리중이지만 참 많은 것을 버리고 정리를 했다.
이제 더 정리할 것은 청년 시절-학창시절의 일기와 군시절의 메모들 그리고 받은 편지들이다.
친구,가족,친지들 .
많은 편지를 나누었던 친구들 중엔 벌써 고인이 된 친구들 ,멀어진 친구,얼굴도 가물 가물한 사람들,현재도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특히 군시절엔 편지를 참 많이주고 받았다.
편지들은 68년 1.21북한 의 청와대 습격 사건후 불안한 시절, 69년도 3월에 입대하여 시작한 나의 35개월의 군생활에 활력을 주었고 특히 위안이 되었다.
친구 ,지인들,일가 친척 여동생들 그리고 몇통의 누나와 어머니,아버지의 편지
군복무를 하며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싶었고 때론 외롭고 바깥세상의 소식이 그리워 나도 편지를 많이 했나 보다.
(요즈음 처럼 스마트폰이나 내부반에 TV가 있거나 일간 신문을 볼 수 있던 그런 시절이 아니다)
편지들을 버린다.
유명인사라도 되면 기념관에 보관이라도 되겠지만 부질없는 시간이 다가왔다.
몇 번의 이사중에도 분실하지 않고 꽤 오래동안 보관해 왔다.
특히 대학때 친밀하게 지내던 한해 후배의 편지.
그녀는 영문학도였다.
연인도 아니고 단순한 친구라고 하기엔 이성적인 감정이 없지는 않아 모호한 경계선을 오가던 그런 여자 -특별한 친구였다.
생각해보면 많은 시간을 들여 편지를 보내주던 그녀가 너무 고맙다.
친구 여동생과 같은과 동료이기고 해서 먼 훗날 -30여년이 지난 13년전 그녀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었다.
마침 지방 T시로 출장간 길이라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사람에게 제일 변치않는 것이 목소리라 했든가.
그녀의 놀라 반가워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상경하는 기차를 예약해놓고 그녀가 가르쳐준 역근처 카페에 앉았다.
시간이 되자 살프시 살피며 혹 나를 못 알아 볼까봐 걱정스런 얼굴로 들어서던 그녀.
"많이 늙었죠?"
말은 그래도 30여년의 세월에도 여전한 모습이었다.
참으로 오랫만이어서 어디서 부터 무슨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순간 당황스러웠다.
우린 이제 나이든 성인이었고 아버지였고 어머니여서 말투부터 달라야 했다.
대학 시절 2학년 시절 한해 후배인 그녀와 만나면 영화 ,음악,독서 얘기등 만나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대화를 하곤 했다.
내가 제대후 복학한 때 그녀는 졸업하여 영어 교사로 교편을 잡고 있었다.
복학후 한두번 만났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없다.
학교가 있는 O읍에서 만난 군의관과 교제중이란 얘기를 들었었다.
나중에 그와 결혼을 했고 두 딸을 둔 가정을 이루었다는 얘기는 그녀의 지나간 역사였다.
몇년후 친구 여동생 아들이 결혼 하던 날 그녀가 하객으로 상경할줄 기대했다.
그러나 사정이 생겨 오지 못했다는 얘기를 친구 여동생에게서 전해들었다.
그 후 그녀를 다시 볼 기회는 없었다.
아니 찾지를 않았다.
이젠 할머니가 되었을 그녀.
행복하게 살고 있어 얼마나 감사하고 기뻤는지.
지금은 쓰지 않을 아나로그 시대, 만년필로 쓴 그녀의 빛바랜 편지를 하나 하나 읽어 보며 한순간 아련한 추억에 젖는다.
어느 것은 원고지에, 어느 편지는 편지지에,어느 때는 일기장을 뜯어서 대부분 만년필로 썼다.
그녀의 편지지는 편지 통수만큼 다양했다.
그녀의 편지는 며칠 동안 나를 즐겁게 했고 잠시 다른 세상의 구름위를 걷곤 했다.
언제나 추억은 아름다운 것.
나에게도 청춘의 시절이 있었다는 자체가 감사하다.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며 통과의례 치루듯 지나던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시절이 있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청춘은 더 아름다웠고 아련하며 감미롭다.
아스라히 저 너머 다른 세상이 있었다.
이제는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여기 그녀의 편지를 남겨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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