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입대후 지금은 없어진 33사단 (소사에 있었으며 팔뚝엔 번개가 두개 달린 견장을 달았다.)에 배치되어 102연대 소속으로 군자 성곡리 (지금 안산시)에 있다가 소사 사단을 거쳐 인천 해안 경비 부대로 간뒤에 (1970.)그녀에게 처음 편지를 했다.
내가 만 22살 되던해 그녀는 21살이었을 것이다.
그녀에게서 온 답장.
"친애하는 병사여
오늘은 5월 9일 토요일.
월요일부터 있을 1학기 중간 고사에 착잡하게 초조한 가운데 그러나 창넘어 5월의 하늘이 도무지 맘잡지 못하게 하는데 휙 던져진 한통의 편지.
밥먹는 것도 한번도 못보고 잠자는 것 한번도 못봤어도 역시 잡수시고 주무시고 좌우간 살아계셨다는 것 반갑습니다.
계급이 하나 올라가고 월급 100원올랐다는 것 축하해요.
바다를 보면서 매일 지낸다는 것 현실에 있지 않은 저로서는 피상적으로 부럽습니다.
사실 바닷가에 산다면 난 불행할 거예요.
역시 머리 좋으신분 틀리십니다.
내말 한마디도 전부 기억하고 계시는 걸 보면 .
송도 유원지 가보고 싶군요.
쓸쓸하면서도 완벽한 生活人 J씨의 멋진 묘사 때문인지 ......
철모라든가 녹쓴 철조망 ,병사 ,막사 뭐 이런 말들은 참 묘한 심정을 들게해요.
저 "*인간의 조건"에서 가지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고 무기여 잘았거라,애수에서 배우 로버트 테일러등.
전에도 말했지만 거기에 인간의 고독이 깃든 것 같답니다.
군인이라 할지라도 열심히 살고 싶다는 말 .
얼마나 좋은 생각인지.....
오!. 군복을 벗고 돌아 오는 날 이몸은 떠났을 겁니다.후훗.
아휴 신경질 나요. 정말이지
공부를 하다니 공부를 해야 하다니 .
이 좋은 주말에 저노래
지금 가요중에서 내가 젤로 좋아하는 조영남의 "마지막 편지"가 들립니다.
<그날의 추억은 잊어버려요
한조각 구름 같은 당신의 추억을
그 누가 묻거들랑
세월이 가다보면
사라져 희미해진 발자욱처럼
그렇게 잊었다고 말해주어요.>
우리가요도 좋은 것 많습니다.
페티김의 4월이 가면 이라든가 살자기 옵서예 .
손색없죠.그런 노래는
짧게 쓰고 공부할려고 했는 데 난 참 말이 많은 여잔가보죠
뭐 그다지 열등감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J씨 ,며칠전 좋은 영화를 봤습니다.
"The Appointment"
지바고에서 그 금욕적인 표정으로 우리를 슬프게 했던 오마 샤라프와 귀여운 * 아누크 에매가 주연한 -
얼마나 멋지고도 가슴을 적시는 영화였는지 모릅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불신하는 남자의 괴로움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불신을 받는 그 여인의 말없는 고독.
두 사람은 말이없었습니다.
여인은 자신의 무고한 죄에 대해서 어떤 설명도 없이 단지 그가 자기를 의심하고 있다는 한가지 공허감만으로 목숨을 꾾었던 겁니다.
인간은 정말 그럴수 밖에 없는가 .
아니 정녕 아담과 이브는 그렇게도 철저히 분리 되었는가.
정말 어찌할 수 없는 비애에 돌아오는 길에 두주먹으로 가슴을 치면서 눈물을 뚝뚝 흘려버렷습니다.
이곳은 좋아졋지만 감각이 없는 도시예요.
조금이라도 좋으니 뮌헨 ,비엔나 같은 분위기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공상을 하도록 하품나는 고장입니다.
제 일신상의 얘기는 생략합니다.
그 아드메치한
그 권태로운
그 타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얘기 할 수 없습니다.
시험은 내주 토요일 까지 입니다.
끝나면 김밥 만들어 가지고 놀러갈 거예요.
동반자는 전이나 지금이나 늘 있습니다.
나를 평범한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들.
안녕을....
1970.5.9
C 시에서 AK
*아누크 에매(Anouk Aimee)
프랑스 배우.1932.4.27일생
주요 출연 영화 "남과 여 " "남과 여 20년후"가 있다.
배우인 부모사이에 출생.본명은 프랑시스 소리아 드프레스(Francoise Sorya Dreyfus)
14세에 데뷰.
'청춘시절, 군대,군에서 받은 편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시절 여자에게 받은 편지(4) (0) | 2014.05.27 |
---|---|
군 시절 여자에게 받은 편지(3) (0) | 2014.05.26 |
군시절 받은 여자의 편지(1) (0) | 2014.05.24 |
임진강 월북자 사살과 우리군의 사격술 (0) | 2013.09.17 |
거짓말은 또 거짓말을 낳고 (0) | 2011.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