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불우한 세입자 신혼부부 이혼기

Jay.B.Lee 2013. 8. 21. 10:20

 

 

 

      

내가 사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작은 아파트 한채를 따로 소유한 적이 있었다.

 좋은 주인이 되고자 혼자 살던 할머니가 벽지를 갈아주었으면 해서  본인이 원하는 색갈로  도배를 해준적도 있고 부르면 달려가 즉시 처리해주곤 했다..

그 할머니께서 연로해지자  자식들이  모셔가고 마침 아들이  며느리와 7년 교제끝에  결혼하게 되어 아들에게 신혼집으로 꾸며 주기로 했다.

우리는 대대적(?)인 공사를 벌이기로 하고  단지내  인테리어업자와 우리 부부가 머릴 맞대고 우리의 아이디어를 가미했다.

 작은 아파트에 최선의 공간을 만들고 편리한 수납장을 집어 넣어 완전 변신을 했다.

며느리에게 벽지는  일임했던 터라 안방벽은 며느리가 사온 화려한 황금빛 수입 벽지를 발랐다.

거실 소파 벽은  며느리가 제일 좋아한다는 색- 녹색 실크벽지로 발랐고 나중에 아기방이 될지 모르는 방은 환한 꽃무늬로 했다

식탁 전등도 며느리가 고르게 하였다.

며느리는  예쁜 것을 고르기 위해 어지간히 이곳 저곳 다닌 모양이었다.

수리가 끝나 하나의 작품이되어 업자도 마음에도 들었는지 사이트에  수리한 내부 사진을 광고용으로 올렸다.

 아들이 결혼해 사는 동안에 신혼집은 단지내 수리용 모델 하우스가 되었다.

 아들 내외가 일하러 나간 뒤에도 가끔 연락이 오면 우리가 가서 문을 열어 보여주곤 했다.

전에도 우리집을  수리했고 집에 무슨일 있으면 항상 즉시 달려와  무료로  핸디맨(Handyman)이 되어 주었던 사장이다.

 감사의 표시로  6개월간 모델 하우스처럼  개방해 주기로 약속했다

예쁘게 꾸민 집에서 행복하게 사려던 며느리의 꿈은  잠시였나 1년뒤 아들이 말레이지아로 발령받았다.

그 다음엔 미국으로 가게 되어 아이들이 나가있는 동안 전세를 주어야 했다.

항상  집을 내놓는 당일로   나가곤 했는데 위치도 좋거니와 집수리를  예쁘게 해놓은 덕분이다.

한번은 신혼부부라 해서 계약을 했다.

사실 신혼부부에게 딱 맞는 집이다.

신랑은 사십대 초반 ,신부는 꽉찬 삼십대 후반이었다. 

신랑는 왜소하고 착해 보이는 노총각이고  신부는 신랑보다 크고 보기에 건강하고 탄탄해보이는  여자였다.

 신혼이라 부르기엔 너무 나이든 커플이지만  새집 같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길 바랬다.

가끔 신랑을  길에서  만나곤 했는데  나에게  반갑게 인사하곤 했다.

그들은 아파트에 아는 사람이라고 부동산 중개사(나와 동향으로 여선생님 출신이다)인지 서로 찾아와 고민을 얘기하곤 한 모양이다.

우리와도 가까운  중개사를 통해  듣게된 얘기로  신랑은 많은 누나들 사이에서 큰 외아들이었다.

신부는 신랑이 나이가 많고 몸이 좀 작고 용모가 떨어지긴하나  노처녀로  늙기보다 신랑하나 믿고 경제적으로 의탁하고 싶었다한다.

문제의 발단은  신랑이 신랑 구실을 못한다는 데서 커져 나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신랑을  헬쓰 크럽에서 만났는데 아내가 헬스크럽 다니라고 했다는것이다.

여자가 어떻게 사내 구실좀 시키려고 헬스크럽을 권한 모양이었다.

어떤 때는 그 나이가 되도록 무얼하고 있었냐며 신랑의 무경험을 탓하며 싸우기도 한모양이다.

어느 날은 신랑이  양손에 하얀 붕대를 칭칭 감고 지나가  다쳤냐고  묻자 씩 웃어 넘기고 만다.

나중에 부동산 아주머니 얘기로는  신랑을 벽에 밀어 부치고  깍지낀 신랑 양손을 신부가 꺽어 버렸다는  것이다.

신랑이 체격에서 단단한 폭력적인 신부를 당해내지 못했다.

부동산 아주머니는 어느사이 양쪽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입장이 되었다. 

어느 날은  닭한마리를 사들고 가는 신랑을 마주쳤는데 안사람이 닭을 사오랬다고 아이처럼 싱글 벙글이다.

그들 부부사이의 문제를  짐작하고 있는 나로서는 딱해 보일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날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연락이 왔다.

신랑 명의로 된 전세 계약자를  신부 명의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신랑 신부를 부동산 사무소에서 만나 새 색시의 의도를 짐작하며 그들이 원하는데로 해주었다.

남자는 전세 계약을 신부 명의로 해주면 신부를  붙들 수 있을 거란 한가닥 희망을 걸었던 모양이다.

많은 누나들 틈에서 큰 탓인지  신랑은 나이에 비해 너무 나약해 보였다.

 부부가 자주 싸우니까 어느 날은 누나들이 떼거리로 집에 몰려왔던 모양이다.

그들은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이지만 동생이 남자 구실을 못한다는데 건강한 30대 후반의 올케에게  할말이 없었던 모양이다.

결혼후 전세 입주한지 6개월도 못되어  신혼 부부와 세번째로 부동산 사무소에서 마주 앉았다.

나에게 전세 보증금을 각각 자기들에게 얼마씩 나눠달라는 그들.

일언지하에 부탁을 거절하고  전세 계약자인 부인에게 전액을 지급하고 영수증을 받았다.

 합의 이혼에 따른  위자료조로 전세 보증금을 서로 나누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 동안 그네들의 인생 상담사 역할까지 하던 부동산 중개사가 딱해 보였는지 수표를 집어들어  부부가 원하던 금액대로  배분해 주었다.

여자는 착잡해 했고 남자는 여자에 대해 아쉬움이 많은지 그래도 정감어린 소리로 부인을 부르고 있었다.

불쌍한 사람.

곧 남보다 못한 사람이 되는 순간이다.

새로 고친 예쁜 신혼집에서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신혼 살림을 빼내어  차로 나가는걸 보는  내마음이 더 착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