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나서 지하철로 향하며 아파트 단지 사잇길 작은 차도를 내려가는 길이다.
앞에 열서넛된 소녀가 길에서 몸을 구부리더니 손가락에 집어든 것은 아스팔트위의 큰 지렁이였다.
어쩌다 잘못 기어나와 길쪽으로 나왔는지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말라죽거나 지나는 차나 자전거에 치어죽을 운명이었다.
소녀는 손으로 집어든 지렁이를 그늘진 잔디밭위 살짝 놓아 주고 아무일 없는 듯이 사뿐 사뿐 걸어갔다.
"착하구나"
소녀는 곤충이나 동물에 대해 잘 교육 받은 것이 틀림없다.
보통 징그럽다고 할 나이에 커다란 지렁이를 번쩍 들다니.
생명의 소중함도 잘 아는 소녀가 이뻐보인다.
어린 시절 동물이나 곤충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생명이 귀한 줄 몰랐다.
여름 방학마다 내어주는 초등학교의 식물 채집과 곤충 채집 숙제에 얼마나 많은 곤충이 죽어야했는지.
과거 문교부의 정책이 잘못되었다.
곤충 하나의 생태에 대해 공부해 오라하던지 하지 왜 쓸데 없이 해마다 곤충을 잡게하여 알콜 주사기로 방부를 하고 핀으로 꼿아 열심히 숙제를 해갔던가.
생명의 귀중함을 모르던 아이는 풍뎅이는 목을 비틀어 뱅뱅 도는 모습을 즐겼다.
개구리는 잡아 길바닥에 패대기쳐 다리를 쪽 뻗으며 죽어가는던 모습을 즐기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잠자리를 잡아 날개를 반쯤 뜯어 날려보내며 놀이삼아 즐거워 했다.
지렁이를 보면 밟기 여사였고 뱀을 보면 친구들과 작대기나 돌로 때려죽이기가 다반사였다.
중학교에 가며 개척자를 공격해대는 아메리카 인디언이 악당이 아니라 자기 땅을 지키려는 착한 사람들이었다는 걸 깨달은 것처럼
철이 들며 곤충들의 생명 또한 소중함을 알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우둔함과 치기를 후회하며 자라는 손자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꼭 가르쳐 주려한다.
지렁이를 집어 살려주려 애쓴 소녀처럼 곤충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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