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손자의 최근 사진
손자가 아파트 놀이터에서 넘어지며 코위를 부딪쳐 양미간이 풍선처럼 부어 올랐다는 얘길 듣고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아팠을까.
아내가 손자에게 전화를 했다.
"원우야, 넘어져서 아팠지?"
"응,할머니 내가 놀이터에서 '무게 중심'을 못잡아 넘어졌어요"
손자가 아픈데도 손자의 어휘구사에 웃지 않을 수가 없다.
"할머니 요즈음은 왜 안놀러오세요."
"음 원우야, 놀러갈게"
"그럼 할머니, '조만간 '뵈어요"
며느리가 쓰는 말을 곁에서 보고 배웠겟지만 다섯살 아이가 사용하는 말로는 좀 이르지 싶다.
" 할머니 나이를 더 먹으면 어떻게 되요?"
"할머니가 나이를 먹으면 죽어서 천국에 간단다"
"안돼 안돼 ,할머니 여기서 살아,나하고 여기서,여기서,여기서...... "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손자다.
집에 온 손자에게 할아버지 할머니 결혼때 신혼여행가며 차안에서 찍은 크게 확대한 사진이 나와 있어 누구냐고 물어보자 금방 알아본다.
"할아버지,할머니가 아빠 엄마 보다 더 젊었을때 사진이야"
손자가 나에게 묻는다.
"할아버지는 뭐였어요?"
내가 아빠처럼 회사를 다녔는지 선생님이었는지 직업을 묻는 것임을 알면서 손자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 다른 대답을 했다.
"할아버지도 환호(외손자)처럼 아기였었어.조금 지나서 원우처럼 컷지 .
그리고 아빠만큼 커서 할머니하고 결혼했고 이제 원우랑 한참 살다가 더 나이들면 하늘나라에 가는거야.천국으로 가는거야"
"그럼 할아버지, 거기서 원우 기다릴거예요?"
"그럼 그럼 ,할머니 할아버지가 원우 오길 기다리지 "
아이의 걱정스러운 표정이 순간 기쁨으로 눈이 빛나며 안심이되는 듯 활짝 웃는다.
말한 것은 모두 약속을 지키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닌가.
그러나 손자의 기뻐하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슴이 뭉클해진다.
아이들을 두고 언제가 떠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픈 일이다.
나야말로 천국에 올라 나중에 아이들을 만나다는 기쁜 믿음으로 살아야 한다.
외손자
'살아온,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잉 친절의 나라 (0) | 2013.05.09 |
---|---|
내가 좋아한 크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영화들 (0) | 2013.04.16 |
간절히 기도를 해달라던 여인 (0) | 2013.03.18 |
이웃과 인사하기 (0) | 2013.03.16 |
불사신처럼 다시 일어난 지인 (0) | 2013.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