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벌써 효자 티를 내는 손자.

Jay.B.Lee 2012. 12. 7. 08:23

어제 저녁을 들고 아내와 함께 아들집에 갔다.

아들이 집부근 올림픽 공원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을 보러 간다고 아내에게 손자를 봐달라는 부탁이다.

아들은 자기 이름으로 추첨되었다고 우리에게 뮤지컬 티켓을 주지 못해 미안한 모양이다.

이제 공연 관람은 지양하고 있고, 더우기 올림픽 공원내의 공연은 불편한 좌석때문에 고통스러워 절대 사절이다

그동안 외손자에게 사랑이 많이 옮겨간 것 같아 미안했었는데 미안함을 덜고 오랫만에 손자에게 점수 딸 기회가 왔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괘씸(?)한 손자다.

얼마전 김장을 했다.

김장을 한후 며느리가 아내에게 카카오톡으로 손자의 언행을 보고해 왔다.

며느리가 손자를 재우며 팔이 시큰하다고 하자

"엄마ㅡ왜 아파?'

"왜아플 것 같애?"

"김장해서"

"그래,할머니집에 가서 김장했거든"

"다음부터 할머니가 다하라고 해."

"할머니도 힘드시니까 함께 해야지"

"엄마는 하지말고 구경만해"

"그럼 할머니가 더 힘들잖아"

"그냥 옆에서 할머니가 잘하나 못하나 구경만해.엄마 아프면 싫어"

김치는 조금만해도 되는 것을 어린 손자 녀석은 며느리,아들때문에 더 많이 하는 것을 알 길이 없다.

딸이 카카오 스토리에 한마디 날려놨다.

"원우야,고모한테는 엄마거든.나도 엄마 아픈 것 싫어"

뭐 사실 김장을 한다지만 다 준비된 상태에서 와서 김장도 배울 겸  잠시일을 돕고 맛난 점심을 먹고가는  가는 것이 전부다. 

네살짜리 손자녀석은 엄마를 혹사한다고 생각하는지 엄마 사랑은 끔찍하다.

아주 효자 났다.

그리고 애처가가 될 소질이 다분하다.

이웃 아이들중 나이가 한살 많은 여자 아이가  말했다 한다.

"원우야 ,너 수민이와 결혼한다며.수민이와 결혼하지마."

수민이는 동갑내기 이웃이다

"안돼, 결혼해야돼,안하면 수민이가 너무 슬퍼하잖아"

남의 슬픔까지 배려하는 손자다.

할아버지인 나도 손자에게 해주고 싶은말이 있다

"원우야,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색시거든. 할머니가 아프면 할아버지도 싫어요."

사위,손자,조카 -셋은 다 쓸모없는 녀석들이라더니 옛말이 틀림없는 모양이다.

 

 

 

'살아온,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지아 사랑 카페와 조지아 와인 시음회  (0) 2012.12.29
자전거를 못타는 사람 문재인   (0) 2012.12.07
손자의 그림  (0) 2012.11.29
외손자  (0) 2012.11.27
고양이 모자  (0) 2012.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