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커피에 대한 단상

Jay.B.Lee 2012. 10. 3. 12:45

 

사진:    하와이 Lion 커피- 하와이언 커피 10%가 섞인 Blend 커피로 인공향이 가미되었다.

         딸이 괌에 다녀오며 커피 좋아하는 나를  생각하고 선물로 사온 것이라 정성으로 마셔야 한다.

 

지금은 밖에 나가면 온갖 종류의 커피를 살 수있는 행복한 시대다.

25년전   해외에 처음 나가있는 동안  술가게에 산더미 같이 진열된 각국의 각종 포도주만 보아도 행복했다.

단지 골라 사오는 포도주는 한두병이  고작이지만.

백화점에 가득히 진열된 커피들을 보면 그때 그 기분이 든다.

다방 커피에 만족하고 커피값이 비싸지면서 태운 톱밥과 커피찌거기로 가짜 커피를 만들어 내던 시대가 있었다.

한국인의 재능이 발휘되던 시절이다.

동서 식품의 인스턴트 커피를 국민 커피인양 마시던  시절,세계적 거대 식품 회사인 네슬레는  경쟁 회사들의 로비로 한국시장 진출이 늦어졌다.

뒤늦게 한국 시장에 나오기전 L.A에서 오는 한국인의 선물 보따리로  가벼워 좋은 네슬리 봉지 커피가 인기가 있었다.

처음 원두커피가 소개되기 시작하자 원두가 특별한  것인양   원두에 설탕을 넣어 먹으면 못볼걸 본 것처럼 힐난하던 사람도 있던 시절도 지났다.

원두가 귀하던 시절이라  남대문 수입상품 매장에 가면 은박지 ,금박지 봉지에 든 정체 불명의  라벨 없는 원두를 구하기도 했다.

인스탄트 스틱 커피가 고급화되며 이젠 값싼 베트남산 "로브스타"로 경쟁하기 힘들어졌는지 사람들의 입맛 진화에 맞추어  고급품종인  "아라비카"로 선회하고 말았다.

오죽하면 로부스타가 주종인 베트남산 커피 수입량이 줄어들었을까.

언제부터인가 블랙커피 마시는 사람들을 비양거리더니 이젠 커피회사에서 블랙 커피용 스틱을 팔며 카페의 메뉴판 가장 윗메뉴는 아메리카노가 정형화 되었다  .

우리나라는 어느 사이 커피 후렌차이즈가 과거 전국 다방 숫자 만큼 늘어나 명실 공히 "커피 공화국"이 되었다.

년간 커피 수입액이 5억불을 상회하는 걸 보면 대단한 수요다

토종 커피 후렌차이즈가  외국회사와 경쟁하고 해외까지 진출한 기사가 뉴스가 꺼리가 되었다.

몇십만원하던 가정용 커피 메이커는 이제 촌스럽게 되었고  커피 애호가를 위한  최소 4백만원짜리 이상의  커피 메이커가 백화점에 등장한지 오래다.

바쁜 현대인에게 특히 기다림에 익숙치 못한 한국사람에게  캡슐형 커피 메이커는 그  디자인만 보아도 유혹을 느낀다.

 이젠 혼수품 목록에도 등장한다 .

수천만원짜리 커피 메이커 에서 뽑아든 커피를 종이컵에 담아들고 아침출근길에,점심 식사후 사무실로 들고 가는 풍경이 더이상 낯설지 않다.

  커피가 우리입에 오기까지  농사를 짓으며 척박한 삶을 사는 대부분의 농부들의 수고를 생각한다.

매일 아침 아내와 나를 위해  두잔의 커피를 내린다.

 내가 귀찮아 사용하지 않는 드롱기 커피 메이커를 아들이 가져간뒤 별 수 없이  Auto drip coffee maker로 내려먹는다. 

"한손에 쿠란,한손에 칼"처럼   커피가 "악마의 음료"라고 떠들던 허구와 음모의 시대를 지나  현대에선  일상 기호품이 되었다.

향이든 커피에 감동했던 때도  다 과거의 일이다.

 여러가지 달콤한 커피맛에 지쳐 지금은 오직 에스프레소와 카페라떼만 마신다.

음식이나 마음이나 결국 본향을 찾아 가듯 쌉쌀한 커피 맛이 제격이다.

얼마전 강릉을 방문하며 들린 카페 "보헤미안".

아직도 옛날  "드립커피"방식으로 힘들게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 " 박이추(朴利秋)" 선생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하고 순수한 방식으로 커피에 정성을 쏟는 모습이 순수한 삶을 지향하는 방식과도 너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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