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효촌 묵밥

Jay.B.Lee 2011. 2. 25. 00:05

 

 

가끔 충청도 청주 가덕에 있는 부모님 산소에 다녀 올때가 있다.

서울서 아침에 출발하여  성묘를 하고 나면 배가 고픈 시간이다.

시간이 나면 시내까지 나오면 되겠지만 도착전 허기에 쓰러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더우기 이젠 고향같지 않은 낯선  청주시내에서 제대로 해주는 밥한끼를 찾아 먹는다는 것이 큰 부담이다.

옛부터 유명했다는 올갱이국,버섯 매운탕,기름투성이 진곰탕에 실망한 영향도 있다.

성묘를 끝내고 미원쪽으로 차를 돌리면 청주 산성가는길 초입에 "꽃피는 산골"이란 음식점이 있었다.

결코 중농이라고 할수 없었던 크지 않은 초가집을 개조하여 보리밥과 구수하고 깊은 맛을  지닌 시골된장을 내던 집이다.

나오는 나물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여 집에서  담근 진홍빛  고추장에 비벼 먹으면 꿀맛이었다.

 점수에 박한 내가 청주에서 가장 후한 점수를 주던 곳이다.

이곳이 무슨 사정이 있어선지, 물욕이 앞서선지 청주 시내로 들어간 뒤에는 한동안 밥먹을 때마다 찾아 헤맸다.

그후엔 산성(낭성) 가까이 가다 길가 우측에 있는 오리 누렁지탕집을  가끔 이용도 했다.

이곳은 주차장에 차가 많아 들어가 알게 된 집으로 주인도 친절하고 여름엔 작은 정원이 운치가 있다. 

또 효촌 부근에 '청주 음식'같지 않은 한정식집이 양조장안 건물안에 있었는데 '장떡"맛이 일품이어서 그곳도 몇번 다녔다.

아내도 퍽 만족해 하던 집이었는데 지금은 장어 ,송어집으로 변해 좀 아쉽다.

한번은 배고픈 시간 멀리갈 것 있나하고   가까이 보니 미원,회덕방향(보은 방면)  갈림길  삼거리에 두부집이 있었다.

영업이나 하는지 늘 궁금하던차 속는 셈치고 차를 멈추고 들어가 뜻하지 않게 맛있게 먹은 적이 있다.

며칠전에 갑자기 마땅한 곳이 생각이 나지 않아  청주시내로 들어오며 공군 사관학교를 지나자 눈에 들어온 곳이 "효촌 묵밥"이다.

황토색 이층 건물에 어지럽고 촌스런 청주 간판답지않게  갈색 글자로 "효촌 묵밥"이라고 벽에 조신하게 붙어 있다.

효자비가 있는 동네라 옛지명 효자촌에서 상호 이름을  따왔다.

주차장에 차가 많은 것으로 보아 맛있는 집 으로 짐작,세우려했으나 이미 늦었다.

뒷차들이 이미 바싹 따라 붙어서다.

 <P -turn>을 해서 다시 묵밥집으로 들어갔다.

옛날 유명하다는 대전 신탄진 부근의 묵밥집 동네는 언제 한번, 한번  하다 수십년이 지나도록 가보지 못했다.

 지금은 재개발로 없어졌다는 소문에 맛집에 등장하지 않는 것을 보면 사실이겠다.

"효촌 묵밥'집은 처음부터 음식점으로 건축 설계를 하여 지은 건물이다.

손님의 취향에 맞추어 독립된 방들과 홀과 작은 마루방까지 골고루 잘 구비되어 있다.

손님들의 프라버시도 존중한 느낌이 든다.

방벽에 붙은 메뉴판도 깔끔하고 옛 한지책 무늬로 벽 상단면을 도배해 사랑방에 앉은 기분이다.

주문한 음식이 오래걸려 나왔는데 "느려터진 충청도"가 아니라 음식에 정성를 기하느라 그런 것이다.

성미 급한 나지만  음식은 결코 독촉하는 사람이 아니다.

따끈한 국물에 묵을 한입 넣자 김치 양념과 함께 잘 조화된 맛이 난다.

동치미는 옛날 땅에 묻어 익힌 맛이 날 정도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김치는 청주 음식점에서 먹은 김치중 가장 정갈하다.

서울 설렁탕집 김치처럼 날짜별로 숙성시켜 내놓는 모양이다.

간혹 대하는  충청도 음식점들의 김치들은  전라도,서울에 비해 너무  엉성하다.

그래선지  맵지도 짜지도 않고 싱겁해  내입에 오히려 잘 맞는 편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먹을만한 것이  양념이 부족하게 넣은 듯한  충청도 김치다. 

초고추장에 무쳐내온 생미역 줄거리는 데치질 않아 바다 내음과 더불어 "옥토정기"맛이 난다.

두해전 묵밥으로 유명한 영주를 찾아 꿩대신 닭이라고 선비촌에서 먹은 묵밥이 일품이었다.

시골 할머니가 두 며느리를 데리고 조그맣게 하던 음식점으로  우선 묵에서 향기가 났다.

국산 도토리를 써서 야리야리한 떫은 맛을 제거해 제대로 만든 묵이다. 

큰며느리가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나이 어린 막내  베트남 동서를 가르치며 보살펴주는 모습이 좋았는데.....

이제 국산,중국산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닌다.

눈감고 먹어야 한다

너무 따져대면  <국수주의자>다.

처음 들린 효촌 묵밥집은  맛집에 추천해도 부족함이 없다.

막걸리  한잔(1,000원)도 파는 센스있는 메뉴가 더욱 멋지다.

단 ,보은 방향에서 오는 차들이 신호등에 멈춘뒤  육안으로 완전히  "Clear"된 상태에서 차를 빼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번 다시 맛있는 묵밥을 먹을  기회가 없을 수 있다.

자동차가 "묵사발"이 되는 불상사만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