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터키식 커피

Jay.B.Lee 2011. 2. 8. 20:10

 

 

얼마전 그리스와 터키의 성지 순례를 다녀온 지인에게서 터키 커피를 선물 받았다.

혼자서 두차례 터키를 여행하며 터키식 커피를 마시기만 했지 사온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는데 뜻밖의 선물이었다.

커피를 좋아한다고 소문이 났나보다.

터키인들이 즐겨 마시는  유리로 된 차이(홍차)잔은  전국민이 똑같은 모양의잔을 사용한다.

그러나 커피잔은  대부분 위의 커피잔 모양에 무늬가 다양하고 품질들이 다르다.

에스프레소 커피잔 대용으로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아 지난 가을 여행시 이스탄불 술탄 아흐멧거리 숙소 뒷골목에 있는 큰 가게에서기념삼아  사온 것이다.

"그랜드 바자르"에 있는 것보다 품질이 좋고  문양도 그곳에 없는 독특한 커피잔이다.

가격도 그랜드 바자르에서 뻥튀긴 다음 깍아주며 생색내는 것보다 저렴하다(25TL:20,000원)

터키 커피까지 받고 보니 "게츠베" (Cezve;한잔 분량의 터키 커피를 끓이는 길쭉한  손잡이가 달린 작은 금속 용기.Ibrik라고도 한다)를 사올까 망서렸던 것이 후회된다.

20여년전 그리스 커피를 어떻게 먹는 것인지 몰라 인스탄트 커피처럼 뜨거운 물에 넣어 휘저어 금방 먹었다가 떫은 맛에 기겁을 하고 다 뱉아버린  무지한 경험이 있다.

터키식 커피는 가장 간단한 방법인 <달임법 >의 대표 주자다.

터키식 커피를 끓일 때 순간 올라오는 거품을 보면 어릴 시절 학교부근에서 아저씨가 만들어 주던 뽑기가 연상된다.

작고 옴팍한  국자 같은 작은 통에 설탕과 소다를 조금 넣고  끓이면 갈색 거품이 오른다.

아저씨는 철판위에 끈끈해진 설탕물을 흘려 순식간에 각종 모양을 만들었다.

 

"이스탄불에서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케츠베>에 한 잔 분량의 물을 붓는다.

그런 다음에 살짝 볶아서 밀가루처럼 곱게 분쇄한 원두를 두 스푼 정도 넣고 취향에 따라 설탕도 넣어준다(커피 한잔에 설탕 한스푼이 일반적이다)

게츠베를 중간불에 올려 놓고 커피가 거품을 일으키며 끓어 오르면 스푼으로 커피를 휘저은 후 불에서 내려 놓는다

 커피를 잔에 조금 따른 후 게츠베를 다시 불위에 올려놓고 한번 더 끓어 오르면 나머지 커피를 끼꺼기와 함께 잔에 붓는다

이렇게 만든 터키식 커피는 2분정도 기다렸다가 커피 찌꺼기가 바닥에 완전히 가라 앉은 후에 마신다."- Cafe  알렝 스텔라 지음

 

마침 아들이 해외 출장길에 사다준 커피도 거의 다 떨어져 간다. 

게츠베 대용품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나라 커피광이 쓴  우스운 책이 있었는데  " Coffee Maker" 없이 집안에서, 여행길에서 어떻게 커피를 만들어 먹는가에 대한 탐구적 기록이다.

주사기나  절구도 등장하고  때론 여자 스타킹도 등장한다.

거기에 비하면 집안에서 게츠베 대용품을 발견하기란 쉬운 일인 듯 싶다.

터키식 커피를 마시고 나면 바닥에는 금방 바닷물이 빠져나간 모래사장 같은 물결 무늬들이 남는다.

터키인들은 그걸로 터키점을 본다지만 진하고 얄싸한 커피맛 뒤에  찌꺼기 위에 남은 여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준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마셨던 터키식 커피. 귤하내 공원 담벼락에 붙은 카페

 

 

터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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