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46

작은 기도

Daum 바둑 카페를 방문하여 자유 게사판에 올려진 이해인의 시를 발견하고 옮겨 놓았다. 무언가 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내 마음에 닿는 시들을 담아놓기 시작하련다. 작은 기도 기쁠 때는 너무 들뜨지 않게 도와주시고 슬플 때는 너무 가라앉지 않게 도와주세요 나의 말을 할 땐 자아도취에 빠지지않게 도와주시고 남의 말을 들을. 땐 아무리 재미없어도 끝까지 인내하며 미소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그날이 그날 같은 단조로운 일상에서도 기쁨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세요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한 성실과 겸손의 실습을 오늘도 게을리하지 않도록 꼭 도와주세요 *이해인 시집 "희망은 깨어 있네".

좋아하는 시 2021.01.31

사랑이여 ,이제 그만 돌아가겠네-후농 노양한.

봄의 새싹 그대에게 놓고 가겠네. 여름의 해변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물론 놓고 가지. 가을 단풍의 고운 색깔들은 내설악 오세암 그쯤에다 그대로 걸어 두었네 아주, 겨울 그 깊은 밤 함박눈 내리는 소리 없는 고요는 나의 게으름이 아니라 그대 주려 쓸지 않았을 뿐이라네. 해오름과 노을 , 바라보던 나의 눈빛까지 그대에게 진정 맡기고 싶네. 그대를 향해 섰던 나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그대 춤사위에 흠뻑 취했던 술향 기를 *무명 無明 보자기에 싸 그대에게 선뜻 전하며 육신도 , 육신이 끌고 온 세월까지 그대로 그 자리에 놓고 가지만 그대 나를 보던 가난한 눈빛과 절정의 눈물만은 안고 떠나겠네. *윤회의 근본 번뇌 지금은 도무지 갈 수 없는 내 뜰 그대는 키 작은 수수 꽃 다리 이르게 뜨던 초경(初經) 달..

좋아하는 시 2019.09.17

사랑하는 사람아 -

"사랑하는 사람아" - 나, 바람이 몹시 부는 날 그대와 함께 이승을 떠나 가리라 쥔 것 없이 가는 여행 그대 빈손 잡고 떠나가리라 나 먼저 육신의 불 꺼지고 바람 멎으면 참회, 그 용광로의 불길에 천고의 업장 녹여 백자 빛 자기 항아리 속에서 그대의 남은 생을 기다리리라 기도해 주리라. 그대의 노을 같은 생을 바라보며 나,깨어 있으리라 훗날 그대가 하얀 모시같은 육신으로 사뿐히 걸어 나에게로 오면 그대 손잡고 일어서리라 바람이 일어나는 날 바람이 이승을 떠나는 날 그대 기쁜 수정 같은 눈물을 보며 그대와 함께 내 생으로 가리라 아, 그대 빈손 붙잡고 떠나가리라. 후농 노양한 동문이 시집 "사랑하는 사람아"를 내었습니다. 사랑, 추억, 이별, 눈물, 딸 , 아버지, 스승에 녹아져 있던 감추어 두었던 속내..

좋아하는 시 2019.09.16

가을에

우리가 고향의 목마른 황토길을 그리워 하듯이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내게 오래오래 간직해준 그대의 어떤 순결스러움 때문 아니라 다만 그대의 삶의 전체를 이루는, 아주 작은 그대의 몸짓 때문일 뿐 이제 초라히 부서져내리는 늦가을 뜨락에서 나무들의 헐벗은 자세와 낙엽구르는 소리와 내 앞에서 다시 한번 세계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내가 버리지 못하듯이 내 또한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하찮게 여겼던 그대의 먼지,상처,그리고 그대의 생활일뿐 그대의 절망과 그대의 피와 어느날 갑자기 그대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새어져버리고 그대가 세상에서 빼앗긴 것이 또 그만큼 많음을 알아 차린다해도 그대는 내 앞에서 행여 몸둘바 몰라하지 말라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의 치유 될수 없는 어떤 생애때문일 뿐 그대의 ..

좋아하는 시 2006.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