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산책

민둥산의 가을과 억새

Jay.B.Lee 2022. 11. 8. 15:26

사진: 청량리 역

 

민둥산 가는 날이다.

어느 산보다 더 늦기 전에 올해는 민둥산을 꼭 가보고 싶었다 

차로 당일치기하기엔 무리가 있고 1박을 하기엔 시간이 마땅하지 않았다.

더욱이 안사람과 함께 가려고 계획했었다. 

지인의 정보로 청량리에서 아침 직행 기차를 타기로 했다.

08.30분 출발하여 민둥산에 11시 20분 도착이다(정선 아리랑 기차) 

집에서 일찍 출발하여야 해서 안사람은 포기하고  혼자서 떠났다.

 

 

위치: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높이 :1,117미터

 

몇 년 만에 타는 기차인지  눈감고 쉬는 동안 도착한 민둥산역.

기차역엔 어린 시절의 향수가 있다.

타고 온 정선 아리랑 열차

 

타고 온 열차는 1분 정차후 떠나가고 

민둥산 역이 참 멋없이 지었을거란건 예상 밖이었다.

역 밖에서 본 민둥산역

관광지로 발돋움해서일까 너무 욕심이 많은 곳이다. 

작은 대포며 너무 많은 것을 넣고 싶은  공무원들.

 

계단에 반사거을 처럼 붙여놓은 반짝이가 어지럽다.

밤을 위한 계단?

좋게 보아 줄 수 없는 아이디어.

 

진정 시골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다

의외로 민둥산역 무릉리 이곳엔 물류 창고가 무척 많았다.

중간 기지로 물류업이 발달한 모양이다

펜션촌으로 가는 길 

왼편은 억새축제를 위한 천막들이 가득하고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먹거리, 토산품을 파는 장터다.

민둥산을 가기 위해서 횡단보도가 없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야 한다. 

오르는 승강기는 작동되고 내려가는 승강기는 그냥 멈춰있다.

앞서 가는 아가씨들. 

반대 방향으로 민둥산을 찾아 걷고 있었다.

만약 나를 중간에 만난 지 않았다면 내가 내려온 역까지 갔을 것 같았다. 

중간에  길에서 사람 만날 확률은 거의 없는 곳이다.

민둥산이 민자고  둥글둘글해보여 만만히 본 사람이 있다면 선입견을 수정할 기회다.

 

완만한 코스로 이름 붙인 코스도 처음부터 급경사라 기를 죽인다.

20여분 오르면 완만한 길이 반겨준다.

길게 쭉쭉 뻗은 낙엽송이 마치 단풍나무처럼 산을 노랗게 물들여 억새를 보러 온 게 맞나 싶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먼지가 푸석 푸석 날 정도로 건조한 길과 땅에 물기가 젖어 미끄러운 길들이 많다. 

2월, 3월 땅이 얼면 아이젠이 필요하다. 

길이 사선으로 경사가 많아 발목 접질리기가 쉽다 

그 옛날 포탄이 떨어졌던 곳.

식목하지 않은 채 버려둔 땅은 억새밭이 되었다 (참억새)

이 곳의 풍경이 보고싶었다.

오후 3시.

1시간 30분 소요된다는 코스를 3시간 가량 걸쳐 천천히 올라왔다.

정상에서 혼자서 온 50대 말로 보이는 덩치 큰 여인이 민둥산 정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부탁한다

사진을 이곳 저곳으로 여러 장 찍어주었다.

나도 찍어준다기에 굳이 거절하는 것도 실례라 덕분에 한 장의 인증샷을 남겼다.

서울서 차를 몰고서 혼자와 산을 힘겹게 올라온 모양이다.

사진 찍어준 호의로 감하나까지 얻어먹었다. 

산을 좋아하고  잘 타는 분이 아니다. 복장도 그렇고.

다만 스틱 두 개는 잘 챙겨 왔다.

무슨 사연 있는 분일까.

그녀의 눈빛에서 멍해지는 순간들이 수시로 보였다.

내려오실 때 조심하시고 서울까지 운전을 안전하게 잘하시란 인사를 하고 더 쉬겠다는 그분을 두고 천천히 먼저 하산했다.

 

 

 

하산하기 위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도 민둥산이 내게 마지막 산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건강을 위해서도 별로 도움도 되지 않을 것 같다.

신체에 무리여서 평지를 걷거나 짧은 트레킹 정도로 만족하려 한다.

천천히 조심조심 안전하게 산아래에 도착했다.

올라가며 주은 나무 지팡이가 큰 도움이 되었다.

민둥산 마을의 도로 폭이 상당히 넓다.

산으로 둘러싸여 어둠이 일찍 찾아오는 마을에 지나는 낯선 나를 발견하고 물류창고 개들이 몹시 짖었다.

거리는 인도에 쌓인 빨간 단풍 나뭇잎과 노란 은행 나뭇잎이 뒤섞인 모습이 가을의 마지막 자태다

스마트 폰 배터리 방전으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

혹시나 방전을 염려하여 상경길 기차 예매 확인서는 청량리역에서 미리 발급받아 두었다.

 

 

시골 식당에서의 식사.

민둥산 역.

18시 59분 기차를 예정대로 승차했다.

 12시부터 저녁 5시까지 다섯시간 산행을 한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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