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제주 여행(19)-11월의 비양도와 "펄렁못"

Jay.B.Lee 2020. 11. 25. 21:25

 

사진: 한라산

 

금요일이다.

다음날 서울로 출발해야 해서  제주 마지막 날 날씨가 좋기를 바랐다.

5박 6일의 이번 일정 중에 "비양도"는 꼭 다녀오고 싶은 곳으로 꼽았다

우도, 마라도는 이미 다녀와 이번  비양도를 포함하면 제주도 부속섬을 보려던 욕구가 충족되는 셈이다.

아침 남원에서 출발 시 멀리 한라산 정상이 보일 정도로 날씨가 쾌청했다. 

비양도는  한림항에서 출발한다.

한림항 비양도 매표소는 해양 경찰서 옆에 있으며 두 선박이 교대로 운행한다.

왕복 9천 원이며 2시간 간격으로 배를 타야 비양도를 돌아볼 여유가 있다

 

한림항.

우리나라 어선들은  세계 최대의 조선소가 있는 것과 어울리지 않게 낙후되어있다.

  작은 여객선과 어선은 솔직히 말해  주먹 구구식으로 두들겨 만든 배 같아 항구 풍경이 운치가 없다면 욕먹으려나.

새로 만든 배의 의자가 80년대 초반 만든 버스 의자를 연상시켰다. 

  

해양 경찰서 뒤로 무료 주차장이 있다.

공중 화장실을 잘 지어 놓았으며 나무랄 데 없이  깨끗하게 운영하고 있다.

단 옥에 티가 있다.

화장실에 만국 공통어 그림으로 표기만 해도 될 것을 영문을 잘 못썼다

남자용은 Men으로 , 여자용은 Women으로 해야 맞다.

오지랖 넓다지만 누군가 할 일이기에 서울에 돌아와 한림읍에 전화했다.

내친김에 제주도청 관광정책과를 찾아 전 제주도 관련 부서에 공문 시달되어 수정하길 제안해 보았다.

남녀 영문 표기 오류에  Toilet 대신 W.C를 사용한 시대착오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곳도 아직 있다.

<산굼부리>는 여전하고 <기당 미술관>은 전에 직원에게 말해주었는데 고쳤으면 다행이다.

미술관에 W.C?

제주도 최고의 문화시설 < 빛의 벙커>도 마찬가지다.

화장실에 Toilet이 아닌 복수 Toilets를 사용해 여간 어색하지 않다.

남녀 두 개라 복수를 사용한 것으로 짐작한다. 

정작 복수를 사용할 것에는 단수를 , 단수로 써야 할 곳에는  복수를 사용했다.

<마라도>의 대형 화장실 외벽의 큰 글씨도 오류를 범했다

아직 가지 못했지만 새로 건설해 "한국 건축 문화 대상"을 받았다는 제주 <공백> 갤러리.

그곳에도 대문짝만 한 영어 화장실 표시가 단수다.

비용도 아낄 겸 글씨보다 만국 통용 언어 그림으로  표시만 해도 좋겠다

화장실이 깨끗하기만 하면 되지 무슨 큰 문제냐고 여긴다면 시대에 뒤진 사고방식이다.

 

한림항을 떠날 때부터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가  하늘이 어둡다.

차에서 준비해온 보조용 옷을 꺼내 하나씩 더 넣었다.

15분 걸린다는 선장의 방송이 있은 후 배가 달려드는 큰 파도를 가르자 여성 관광객들이 소리를 질렀다.

약 12분 정도 걸려 도착해 모두 내리는 데까지 15분을 잡은 셈이다.

 

비양도에 도착하자 바람이 어찌 강하게 불고 추운지 손이 다 시릴 지경이 되었다.

배에 내린 순간 비양도에 대한 첫인상은  등대를 보는 순간 호감으로 바뀌었다.

빨간 등대 색깔 대신 황토색 페인트를 택한 담당자에게 축복을....

을씨년스러운 바람을 피해  사람들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흩어져갔다.

항구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카페.

추운 날씨를 생각하면 섬을 둘러보고 와서  앉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카페뿐 아니라 해산물 판매에 자전거 대여까지.

완전히 멀티 숍이다.

이런 업종 조합은 비양도가 유일한 곳이겠다

 

돌담에 올라간 넝쿨이 없었다면 비양도의 풍경이 스잔했으리라. 

집엔 "예술인의 집"이란  작은 간판이 붙어 있다.

동백꽃 럼 붉어 마치 돌담 사이 시들어 가는 꽃처럼 보인다.

소라에 칠을 해 돌담 사이에 넣은 모습이 너무 좋다.

동유럽처럼 돌담 사이 소원이나 기도문을 쓴 종이를 돌담 사이 집어넣는 곳으로 만들면 비양도가 더 빛을 보지 않을까.

 

초등학교가 있어 반가웠다

"그곳에도  사람이 사람이 살고 있었네(황석영)"가 아닌 "비양도에 어린이들이  살고 있었네"

일주일에 한두 번 다니는 학교 대신 내년 2월 말까지 완전 휴교다.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학생이 없어 휴교한 건 아닌지?

잡초 없는 잔디밭이 파랗게 살아날 때  이 작은 비양분교는 그림이 되리라.

 

분교를 지나기 전  사람들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걸음이 느려진 우리 부부는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안내문엔 섬 일주도 한 시간 이내(2.5Km) , 비양 qhd(114.1m) 오르는데도 한 시간 이내다

둘 다 하기에 안사람이 힘들 것 같아 섬 일주를 하며  "펄렁못"을 보기 위해 해안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비양도 항의 막연한 풍경에서 해안길로 접어들자 정말 잘 왔다는 확신이 섰다.

사진을 찍고 하는 사이 발 빠른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 차라리 이 조용함이 좋았다.

외로워 보이는  비양도 주민들에게는 저 건너 보이는 한림읍이 위안이 되리라.

 

바닷가 선인장.

배에서 보던 풍력 발전기가 작아 보이더니 실제 아주 작은 발전기였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돌지 않은 발전기다. 

태풍에 움직이는 발전기?

실용이던 장식용이던 아무래도 좋았다.

드디어 기대한 "펄렁못"이 나왔다 

섬 내륙 쪽에 있을 것으로 기대한 내  예측이 틀렸다.

펄렁 못은 사라호 태풍 때 주민들이 쌓은 방파제 안으로 해수가 스며들어 생긴 못이란 얘기도 있다.

밀물과 썰물의 수위를 조정해주는 기능이 중요하다.

이곳에서 혼자 온 40대 중반의 여성  한분이 나를 무척 반겼다.

아무도 없다고 사진 찍어 달라며 사진 찍어 주지 않으면 큰 일 날  표정인데  어쩌랴

사진을 찍기 전  큰 몸으로 만세를  부르는 포즈에 웃지도 못했다. 

여러 장을 찍어 주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기를.

나도 아내에게 만세를 부르는 포즈를 취해보라 한 뒤 사진을 찍었다.

나쁘지 않았다.

손으로 V자 그리며 찍는 포즈보다 백배 나았다. 

 

 

펄렁 못에 온 자체가 너무 기쁘다.

기대치에 완벽히 부합되는 작은 '펄렁못"은 걷기에도 , 둘러보기에도 아주 적당한 크기의 저수지 같다.

폭 50미터, 둘레 약 500미터가 된다.

중간에 부교 위에 데크를 만들어 물 위의 풍경을 더 감상할 수 있고 시간을 단축해 돌아볼 수 있다.

마른풀에 남은 붉은 잎들이 이곳에도 가을이 있었다고 말하네

이 길이 얼마나 좋은지 계속 이어지길 바랬다.

 

'아기 업은 바위'라 불리는 "호니토(Hornito)"

"지하 마그마가 측면으로 분출된 이후에 지하 용암류  내부의 가스가 배출할 때 만들어진 압력이 액체 용암을 밖으로 밀어 올린 결과 만들어진 암맥"이다 속은 비어있다.

즉, 마그마 (용암)에 있던 휘발성 물질이 폭발하여 마그마 물질을 화구 주변에 쌓아 넓이에 비해 높이가 굴뚝 모양으로 만들어진 화산체를 Hornito라 한다."

 

이곳에서 보아야   정말 아기 업은 엄마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