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좋은 생각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慢步)

Jay.B.Lee 2014. 8. 1. 03:22

 

 

"글쓰기에서 기교가 무르익을 무렵이면,젊음의 신선함은 사라지고 모든 문장이 반들거리기만하다

하고 싶었던 말도 맥이 풀리고 ,글은  추진력을 잃는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무엇인가  새로운 얘기를 하려해도 이미 남들이 다아는 얘기일 듯싶어서 주눅이 들고 켕기기 때문이다.

 

두번째 고빗길에서는 ,글을 쓰려면 무엇인가 말을 해야 하는데,

젊어서 지혜로운 명상이라고 생각했던 생각은 모두가 헛된 언어적 희롱이라고 여겨지기 시작하고 ,

마흔이 넘어 주변을 돌아보니 ,내가 했던 모든 말과 하려고 했던 모든 말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오래전에 모두 했기 때문에 낡아 버렸고,

젊었던 과거시대에  새롭다고 생각했던 모든 경험 또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보다 먼저 겪었으며,

타인들의 사랑이 나의 사랑보다 훨씬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는가하면 ,

내가 누리거나 갖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들은 이미 모두 거친 다음 벌써 오래전에 내버렸다는 현실을 뒤늦게서야 알게된다.

 

인생에 관한 새로운 깨침이 이루어질 때마다,모든 새로운 각성은 이미 남들이 깨친바임을 알게되고 ,

그래서 남들이 한 얘기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하다보면 ,나혼자만의 앎은 자꾸 짧아지고 얇아지기만 한다

지금까지 내가 한 얘기들은나이를 먹을수록 하나 둘 옳지 않은 거짓처럼 여겨지기 시작하고 ,

그래서 세상을 남들에게 모두 빼앗겨버린 듯한 삶은 황야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마음의 황야를 둘러보니 ,아직 캐내지 않고 보물을 숨겨둔 곳이 나에게는 이미 하나도 남지 않은 듯싶어진다.

지식도 한계가 뚜렷해서 ,알면 알수록 남은 비밀이 점점 얕아지고 ,그렇게 날이 갈수록 해야 할 말과 하고 싶은 말이 줄어들기만 했다.

그것은 ,타인들이 마음대로 내 삶을 대신 살아 버리도록 그냥 방치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다.

내가 남을 위해서 사는 삶이란 남들이 나 대신에  살아버리는 삶이고 ,그래서 엄마남지 않은 내 삶은 폐광(廢鑛)처럼 폐허의 풍경을 이룬다."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에서

 

약력

1941년생

1965 서강 대학교 영문과 졸업

1964-1965 코리아 헤럴드 문화부 기자

1967-1968 백마부대로  파월근무

1969-1978 코리아 타임스 ,주간 여성 기자 ,한국 브리테키카 편집 부장,코리아 타임즈 체육부장

1975 번역 활동 시작 (150여권의 역서)

1989 하얀 전쟁 영문판 뉴욕에서 출판

1990 은마는 오지 않는다 영문판 뉴욕에서 출판,2002 독일판  출판

1999 -2002이화여대 통역 대학원 초빙교수

 

대표 작품:

하얀 전쟁( White Badge)

은마는 오지 않는다(Silver Stallion)

가을 바다 사람들

중편" 미늘 "

허리우드키드의 생애

나비 소리를 내는 여자

태풍의 소리

명상 산문집"가뢰와 뒤쥐"

베트남 화고록 "지압 장군을 찾아서"

안정효의 영어 길들이기(번역편,영작편)

가짜 영어사전

창작교실 "글쓰기 만보"(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