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늦봄 마지막으로 받은 예쁜 청첩장이다.
그 후로 더이상 청첩장이 없다.
날씨 탓이라기 보다 짝들을 찾는 일이 뜸해진거다.
시설좋고 시원한 결혼 식장이 이곳 저곳에 많아 혼기찬 급한이들이 결혼 계절을 탓할까.
자주 부부가 만나는 친구딸이 마지막으로 결혼했다.
그 한달전에는 같은 친구 모임의 다른 친구의 딸이 먼저 결혼했다.
딸이 37살이 되도록 결혼을 못하자 늘 그들 부부의 얼굴에는 수심이 깃들어 있었다.
딸은 유명 대학 영문학과를 나와 나중에 교육대를 다시 다녀 선생님이 된 재원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에겐 손자,외손자 자랑은 커녕 말꺼내기도 조심스러운 시절이었다
내일 모래가 칠십으로 개혼도 치루지 못한 친구에게 손자 자랑이 어이 가당한 일인가.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결혼 소식을 전할 때 그들 부부의 벌어진 입들을 보아야했다.
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아내가 말도 없는 부부가 저렇게 밝게 말을 많이 한 경우도 처음이라고 했다.
지금은 친구 부부의 얼굴이 활짝펴 항상 싱글벙글이다.
집에서 양재천 건너 딸이 사는 아파트가 바로 보인다고 했다.
나 꼭 결혼해야돼 하며 물었다던 착한 친구의 딸은 본인보다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결혼을 했다.
세상의 딸과 아들들아 그만큼 키워주었으면 부모를 떠나주는 것이 제일 효도인줄 왜모르느냐.
수렵시절이라면 사냥을 해와 부모를 공양 할 나이에 부모에게 빈대 붙어 부모 마음 괴롭게 하고 육체적으로 까지 힘들게 한다.
가까이 남자 조카들도 네명이 이제 마흔 둘,마흔 셋이 되었다.
더이상 관심도 두기 싫고 그저 무능하고 이기적인 녀석들로 간주하고 만다.
결혼할 때가 적령기라고 위로해주던 말도 접었다.
그래도 셋은 모두 집을 떠나 홀로 생활해 그나마 부모에게 신세를 지고 있지 않아 그 점은 다행이다.
한 조카는 본인이 결혼을 않겠다 선언하고 연로한데다 뇌졸증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한 사촌 형님을 모시고 살아 예외로 한다.
다른 녀석들은 장가를 가지않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한 조카는 '나를 좋아 하는 여자가 있다면 아무나라도 이제 하겠다"는 소릴 전해듣고 욕이 먼저 나왔다
남자 녀석이 좋다고 적극적으로 쫓아다녀도 시원찮은데 '좋아해주면'이라니.
울화통 터지는 얘기다.
장손으로 여든 두살이 된 사촌형님은 마흔 셋이 된 장조카를 포기하고 말았다.
생긴 것은 멀정해가지고 미국 유학까지 마쳐 좋은 직장인 S전자에 다니고 있다.
맞선은 100번 넘게 보았을 것이다. 나도 두번이나 소개했으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와 평생을 산다고 생각하면 끔직한 일이라 조카의 심정을 이해를 하려 애를 썼다
100명중에 괜찮은 여자없었겠냐는 식의 말은 하지 않는다.
사랑이 관심이요 무관심이 편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할 나이들이다.
종족을 이어갈 기본적 본능도, 효심도, 애국심도 없는 불효자녀석들에게 더 이상 무슨 얘기가 필요할까.
날씨 화창하고 하늘이 푸르른 늦은 봄날 친구의 딸이 혼례를 올렸다.
오래동안 사귀던 남자 친구와 운현궁 뜨락에서 전통 혼례를 치루었다.
붉은 활옷을 입은 친구딸이 얼마나 화려하고 예쁜지 31살에 딸을 출가시킨 나나 37살 나이의 딸을 보낸 친구나 모두 흐뭇하게 지켜보던 시간이다.
청첩장 그림의 신랑,신부보다 더 예뻐 보이던 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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