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손자 장난감을 사는 할아버지

Jay.B.Lee 2011. 8. 15. 16:47

 

 

늙어가며 용돈이 없으면 손자에게서 존경받기 어렵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돈이 없으면 어디서나 설움을 받기 마련입니다.

피붙이 손자에겐 예외라고  생각하면 잘못입니다.

장난감이라고 사주고, 크면 용돈이라도 가끔 주어야지 진정 할아버지라고 존경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혈육 ,정신적인 유대감보다 물질이 크게 기여 할 때도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생전에 뵌적이 없는 할아버지/외할아버지입니다.

시골에 방학때 내려가면 근엄하셨던 할머니께서  방 다락문을 열고 사탕 몇개 쥐어주던 생각이 납니다.

겨울엔 엄마 손잡고 천안 외가에 가면 어린 저를 위해 갱엿을 만들어 콩고물에 묻혀 주시던 외할머니를 기억합니다.

 

거의 40여년을 은행에서 근무하다 퇴직후 고향 시골에 내려가  유유자적 사는 친구가 있습니다.

직장 다니며 불교 공부를 한후 포교사 자격을 가진 동창입니다.

나중에(무덤에) 찾아오지도 않을 자식이나 손자 놈들 다 잊고 부부끼리나  남은 여생, 행복하게 살자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습니다.

내가 그렇고 아들이 그렇고 보니 부인 할수 없는 얘기입니다.

그렇지만 어디 그렇습니까.

당장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이 손자 얼굴입니다.

한 친구는 손자가 자주 보고 싶어도 며느리 눈치가  보여  자주 못가겠다고 합니다.

하긴 며느리가 잘 가르쳐 놓으면 할아버지,할머니가 망쳐놓기 일 수라고 해서 일리가 있긴 합니다.

 

롯테 백화점에 Toy zurus가 있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외국 처럼 크지 않아도  어린아이들을 위해 장난감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습니다.

북미에 살 때 그 커다란 토이자러스 장난감 백화점 창고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구경시키며 장난감을 사준던 행복했던 시간이 떠 오릅니다.

 잠실 토이 자러스매장을 처음 부터 끝까지 샅샅히 돌아 보았습니다.

나중에 사줄 장난감까지 미리 봐두어야 합니다.

승용차는 관심없고 오로지 중장비차에만 관심을 두는 손자를 위해 독일 Bruder 사의 장난감을 샀습니다.

색감이 좋고 정교하고 튼튼하고 가격도 품질에 맞게 적당합니다.

손자 장난감을 사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요 행복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손자가 오면 불어줄  풍선도 여러 종류  끼워넣었습니다.

아들 집엔 장난감이 어린이집 수준으로 많지만 집에 놀러오면 전의 장난감들은  졸업하고 지게차와 포크레인만을 가지고 놀다 두고 갑니다.

가끔 손자가 묻습니다.

'할아버지 ,이거 어디서 샀어요?"

'왜 샀어 , 왜?"

"음, 원우가 이뻐서~"

그 소리를 들을려고 능청을 떠는지,진짜 묻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며칠전 집에  놀러온 손자에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원우가 보고 싶었는데, 원우는 할아버지 보고 싶었어요?"

"않보고 싶었어요"

"그러면, 할머니는 보고 싶었어요?"

"안보고 싶었어요"

배실 배실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놀립니다.

집에 오면 오면 할머니를 제일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집에 오면 "짜요 짜요 " 요구르트, 고소미 과자 몇개,치즈 ,어린이 칼슘 비타민 사탕등을 순서대로  먹으며

실눈을 뜨고 행복해하는 웃음을 짓습니다. 

기분이 좋으면 까치발을  하고 걷는 31개월된 손자가 "진실"을 말했을 리 없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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