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꿈 -가위 눌림의 발전사

Jay.B.Lee 2011. 8. 5. 16:52

사진:홍대 부근 작은 사무실 앞에 놓여있는 꼬마 인형들.

 

즐겨 보는 CSI 미국 범죄 과학 수사드라마에서  사기꾼인  정신치료사가 형사에게 질문을 한다.

"전에 지붕위를 날아다니던 꿈을 꾼 적은 없습니까?"

 

어린 시절  한결같이 반복되던 꿈은 실타래였다.

작은 실타래가 순식간에 뭉치면서 집채만한 덩어리가 되어 나를 짓누르곤 했다.

나중엔 꿈속에서 희미하게나마 이것이 전에 꾼 꿈같은데 하는 동안  손 쓸 사이없이 그 큰 뭉치아래 깔리곤 했다.

조금 더 커서는 남의 집 널판지 나무 울타리에 올라가 뛰어 내리며 날개짓을 하면서 이집 저집 지붕위를  날아다녔다.

지치면 나무위에 머물거나 판자로된  울타리위에 걸터 앉아야 했다.(내가 전생에 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고 있는  도중엔 아무리 날개짓을 많이,빨리 해도 일정 고도 이상  높이 날수는 없어  기분 좋게 날다가 급강하하여 수직으로 떨어지곤 했다.

떨어지면 몹시 아플터인데하며 발바닥에 통증을 느끼는 순간 아 죽지는 않았구나 하며 꿈에서 깨곤 했다.

아버님은 클 때 꾸는 성장통꿈이라고 하셨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며 이과 문과반으로 나누어 반편성시 문과 대신 이과로 지원한 것이 내 일생의 가장 큰 실수였다.

고삼이 되면서 수학에서 조금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그 때 스스로 이과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고 대학 입시 결과 수학시험으로 인해   떨어지고 말았다.

그 후 꿈 속에선 나는 수학 시험지를 들고  땀을 흘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수시로 봐야했다.

다른 친구들은 시험 답안을 다 쓰고  제출하고 나가는 동안   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험관의 말에 아는 문제들인데도 풀지 못한채 발을 동옹거리다 식은 땀을 흘리다 꿈을 깨야했다.

나는 재수하면서  문과로 바꿔버렸는데  반복되는 꿈은 늘 나를 괴롭혔다.

 재학중 군에 입대하여 병역을 필하고 복학하여 졸업후 대기업에 입사를 한뒤엔  또 다른 꿈들이 나를 괴롭혔다.

 병장을 달았으며 제대후  군번까지 외우고 있는 내가 또 영장을 받아  육군에 입대하게 되는 꿈이다.

 혹시  형대신 혹은 동생대신 훈련병으로 입대를 하는 모순을 해결하야 한다는 강박에 꿈을 깨곤 했다. 

군에 두번 가야하는 꿈과 동시에 반복적으로 꾸던 가위 눌리던 꿈이 제대후 복학하는 꿈이다,

캠퍼스를 걸으며 이미 몇군데 입사 시험 합격후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내가 왜 학교에 복학해야하는지 그 모순점을 붙들고  헉헉 거리다 잠을 깨는 고통이 계속되었다.

잠이 깨면 참 다행이다는 안도감이 들곤 했다.

시간이 흐르며 어린 시절 가위 눌리던 꿈은 사라져 갔다.

대신 출발하는 프랑스 비행기 시간에 대지못해  꿈을 시작으로 비행기를 놓지는 꿈을 반복적으로 꾸게되었다. 

미래를 예견한 것 처럼  프랑스 행 비행기를 놓지던 꿈을 처음 꾼후  프랑스계 은행 비용 부담으로  토쿄,싱가폴,홍콩지점을 돌며 연수하는 초청장이  내게 왔었다.

 곧 해외 주재차 나가야 하는 나로서는 아쉽지만 밑의 직원에게  양보하고 말았다.

그 후에도 공항에 도착해서 여행 가방과 씨름 하는 동안 비행기를  놓쳐 타지 못하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회사를 퇴사후  나에게 고통을  주던  모든 반복적 꿈에서 자유로워진줄 알았는데 또 홀로 해외 여행을 다니며  카메라를 도난 당하는 꿈에 시달려야 했다.

그것도 한대도 아니고 가지고 있던 기계식 카메라 여러대와 렌즈들까지 몽땅 털리는 괴로움이다.

해외 여행중 제일 신경쓰는 부분이 카메라 분실이다.

최근엔 중형 카메라에 보조로 가져가는 똑닥이 디카와  심지어는 별도로  사진 촬영후  보관한 메모리 카드까지 털리다 꿈을  깬다.

다행히 여권이나 항공권을 도난 당하는 경우는 없어 고통의 심도는 덜하다.

 이제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고통을 개꿈으로 간주하기엔 나 자신이 극복치 못한  불안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백해야 한다.

제게 늘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주옵소서.

기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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