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네아이의 어머니

Jay.B.Lee 2009. 3. 4. 07:19

 

 

일요일  오후여서 장례식장 주차장이 텅 비었다.

집에서 먼거리도 아니면서 대중교통으로 가기가 불편한 곳이 고려대학 안암 병원이다.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장례식장을 찾으며 2개월전돌아가신 마나님을 따라 가신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87세로 돌아가셨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문상을 하고 나온뒤 우연히 그곳에서 만난 고교동창 친구의 부인.

상을 당한 친구에게는 이종 사촌여동생이기도 하다.

6년전 그녀의 큰 딸이 결혼할 때 보고 오래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녀가 동생내외를 기다리고 있다며 함께 식사를 하며 그간 소식을 들었다.

그녀를 안지도 40년이 넘었다.

아직도 동안인 그녀를 누가 60이 넘은 할머니로 볼까 여전히 고왔다.

서울 상대를 다니던  친구와 대학 1학년때부터  연애를 하고 친구가 취직을 한후  그녀와 소원해지자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나  나를 불러내 하소연하던 그녀다.

결국 둘은 결혼을 했고 은행에 근무하던 친구는 은행의 지원으로 미국 위스콘신으로 늦은 나이에 유학을 떠났다.

장손이었던 그는 이미 딸이 셋이었는데 미국에서 넷째로 아들을 얻었다.

우리 나이에 자녀를 넷을 갖는 다는 것은  당시 상당히 희귀한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야만인이라 불렀다.

그는 귀국후 금융기관에 근무후 퇴사를 한다음 H대학 부교수로 있다가 그만 췌장암에 걸리고 말았다.

그가 임종하기 전날  그녀는 친구로서 마지막 방문을 허락해 주었다.

의사와 협의 ,투약을 중지한채 죽음을 기다리는 앙상한 검은 얼굴의 친구를 보았다.

눈만 서로 바라보았을 뿐 그에게 어떤 말도 해주지 못했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의 누님과 여동생을 집에 모셔다주며 친구의 얘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왜 하필 나냐고 읽으라던 성경책을 내동댕이 치더란 얘기를 들었었다.

어머님과 그의 가족들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는 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죽음의 과정이 그렇듯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는지  어느 날 부터 그가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고 했다.

나이 40이 된해  우중충한 봄날  친구는 그렇게  떠났다.

오래 병마와 싸우며  정을 다 떼고 갔다는 남편.

2년반 여 투병 생활끝에 친구가 남긴 것은 빚과 네명의 자녀와 그리고 39살 과부란 또다른 이름이었을 것이다.

그해 여름  나는   해외 근무를 위해 북미로  전출했다.

귀국후에도  그녀의 소식을 한동안 듣지 못했다.

우연히 다른 동창으로 부터 그녀가 그후 집을 팔아 정리를 하고 학교 교사로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녀는 교편을 다시 잡았고 부업으로 작은 집장사를 하기 시작한다고 간간히 소식을 들었다.

그후 그녀가 분당에 큰 횟집을 내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사람과 찾아갔다.

다 기억 할수 없지만 억지 춘향격으로 횟집을 내엇다는 것이다.

횟집이 있는 큰 빌딩은 전철역 옆 좋은 위치에 있었슴에도 불구 97년 분양직전 IMF사태가 터지며 빌딩분양은 물건너가고 ,투자자들과 관계,담보기관과 관계등

모든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아가는 동안 빌딩을 빈채로 둘수 없어 횟집을 연것이라 했다.

2년이 지난후 그녀는 그것마저  모두 정리한후 용인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이제 그녀의 큰딸은 결혼을 한후 외손자 하나를 낳았고 딸이 디자인을 전공한관계로 사무실을 내어 일을 하고 있어 손자 봐주는 할머니 신세가 되었다 했다.

사위는 대기업의 차장이 되었고.

둘째 딸은 하버드에서 생명공학쪽으로 공부하고 있으며 셋째딸은 행정고시에 합격,중앙부처에 근무중이고 막내인 아들은 H그룹에 입사했다고  했다.

이제는 그녀의 고난 시절은 끝난것 같다.

남편을 대신하여 자녀를 위해 희생한 그녀의 삶이었다.

어머니는 위대하다.

하늘 나라에 있을 친구도 이제 기뻐하고 있을까.

그녀의 고운 얼굴을 보면 아담하고 작은 체구로 긴 고난의 시간을 견디어낸 여자라고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좋은 소식있을 때 꼭 연락 주기 바란다며 그녀의 새 전화번호를 받았다.

마침 때 맞추어 도착한 그녀의 동생 내외.

밖이 어둑해질 무렵 참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아버님의 장례식장을 떠나올수 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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