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월동 쌍굴다리를 지나 길을 건너 100여 미터 올라가면 제주 약국이 보인다. "제주 약국을 보고 우측으로 돌면 왼쪽에 '원소아과' 간판이 보이고 그 골목길을 조금 더 따라 올라가면 우리 집이 있다.." 마해송 선생님과 쌍벽을 이루던 우리나라 동화작가 강소천 선생님이 청파동 자택이 있던 동네를 묘사하며 그렇게 썼다. "원 소아과"는 작은 어머니께서 30여 년 넘게 청파동에서 병원을 여셨던 곳이라 우연히 읽은 글을 기억한다. 80년대 중반 암으로 돌아가신 뒤에도 빈 집에 간판이 쓸쓸히 매달려 있었다. 안채의 작은 아버님을 뵈려면 대문 안으로 손을 넣어 밖에서 보이지 않게 달려있는 초인종을 누르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하숙집에 가는 도중 종종 들려 숙부님과 얘기도 나누고 밥도 먹고 숙대 앞 길로 슬슬 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