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네팔여행기

네팔기행-포카라(3)

Jay.B.Lee 2006. 12. 18. 19:17

 

 

사진:포카라 "사랑코트"에서 내려다 본 풍광

 

여행자는 그의 모험담을 자기 멋대로 이야기하고 꾸밀 권리가 있으며,여행자가 받아 마땅한 존경과 칭찬을 거부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짓이다.
                               R.E.라스페,"문존첸 남작의 여행기"중에서

A traveler has a right to relate and embellish his adventures as he pleases,
and it is very impolite to refuse that deference and they deserve.
            
                               Rudorf Erick Raspe,"Travels of Bacon Munchausen(1785)"

 

여행중에 가끔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은 나자신이 세상 사람들처럼 강자 앞에서는 약자가 되며,약자 앞에서는 강자처럼 행동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선진국을 여행할 때,호텔이나 그들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 후한 팁을 주면서도 후진국을 여행할 때는 그네들이 속이며 더 부르는 가격에 화를 내고 깎을려고 해야만 하는 것인지 하는 점이다.
고작 200원 이나 300원밖에 아니되는 돈인데도.
그러나 그 대답은  내 자신이 잘 알고 있기도 하다.


 
뉴욕 케네디 국제공항에 대한항공을 이용하여 도착하게되면 거의 동시에 일본 항공이 도착한다.
공항밖 택시 정류장에 길게 늘어선  택시 기사들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기다리다 한국여객이 잡는 택시를 보고 "당첨"하며 킬킬 거린다는 것이다.
일본 승객들은 사는 곳이 멀어 택시 요금도 많이 나오지만 한국여객들은 대부분 "후러싱"에 살기 때문  택시 요금도 많이 나오지도 않으면서 왠 짐보따리들은 그렇게 많은지 모두 투덜댄다고 한국인 택시 기사가  얘기해 주었다.
그땐 직항이 없어 케네디 공항을 거쳐 토론토를 가야만 했다.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라구아디아 공항까지 가면서 흑인 택시기사는 일본인들은 팁을 많이 준다고 했다.
엔화 강세였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일본인들은  그팁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느껴졌을 것이고 선진국을 자처하고 그에 응분한 대접을 받고 있는 일본인들이기 때문에 팁에 후했을 터이다.
내가 왜 일본인들이 팁에 후한지 이유를 얘기해줄까 했더니 말해달란다.
정말  알고 싶냐고 했더니 알고싶단다.
진짜 이유는 네가 흑인이고 무섭게 생겨  한국인 보다 겁많은 일본인들이라 많이주는 것이라고 했더니
빼꼽을  잡고 웃는다.

 

후진국에서 그네들이  가격을 비싸게 부르거나 속이려 들때 그 금액이 한국돈 값어치로 하찮은 금액이 될지라도 훗날 그네들의 정직함을 일깨워 주기위해서나 후일 방문하게 될 여행자를 위해서라도 질서를 잡아놀 필요가 있다는 여행자들의 지론이 맞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그네들에게서 바보 취급 받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모욕이 되어 기를 쓰고 깎기도 하고,바가지 요금에 대항해 보기도 하는 것이다.
결국 있는 자와 없는자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 여행지에서도 일어나며 뺏으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자들 간에 균형이 생기게 된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닌빈 가는 길 중간에서 버스가 정류하자 외국인 구경을 나온 소년 둘을 보고 -15살인데도 둘다 작아 보였다-맘씨 좋은 아저씨 한분이 일달러씩 주었다.버스에 돌아온 후 얘기들이 나왔다.왜 주었냐고 했더니 키도 작고 불쌍해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그애들이 거지도 아닌데 왜 돈을 쓸데없이 주어 어릴때  공돈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느냐,베트남을 사랑한다면 그네들을 망치지 말아야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포카라 호수  내려 보이는 곳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책좀 읽다가  오후 늦게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한국 여성 둘을 우연히 만났다.먼 곳에서 한국인을 만나니 반갑지 아니한가 .
먼곳에서 친구가 찾아오니 반갑지 아니한가라고 공자는 말씀하셨지만.
그것도 예쁜 여자를 둘이나 만나다니.
여행지에서 만나는 한국인은 반가우나 이민자로서 이민지에서 만나는 한국인은 조심해야 한다는 교과서의 금언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난 내일  "사랑코트(해발1592m)"에 갈 예정인데 내일 무얼 할 계획이냐고 했더니  별로 할일은 없다는 것이다.
페와 호수는 여행중 충전을 위해 오거나 휴식을 위해 오는 곳이지 무엇을 하려 이곳에 오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사랑코트란 한국식당 이름처럼 사랑산으로 번역하면 적합할 것 같다.
"코트"란 군사적 목적을 띄고 관측소 같은 역할을 했던 산 봉우리를 뜻한다고 했다.
내일 아침 비가 오지 않으면 아름드리 나무 옆에서 만나 "사랑코트"를 함께 가자고 했다.
동행이 있다면 나도 조금 즐거울 것이고 여자들은 나이가 좀 많기는 하나 남자인 고로 보디가드로 삼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택시 대절료는  내가 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8시에 정확히 그네들이 나와 있었다.
마티스 택시가 걸렸으면 한국에서 에쿠스 타는 기분이 들터인데 그래도 조금 깨끗한 택시를 잡고 흥정을 했다.
깨끗해 보인다고 했지만 모든 계기판은 멈춘지 오래이고 자동차 바닥사이로 땅바닥이 보이지 않는지 살펴보게 되는 택시다.
이곳에서 인도 현대 공장에서 만든 "상트로" (기아차 모델 비스토-현대 아토스계열)를 자가용으로 기사를 두고 타고 가는 부부를 본적은 있으나 택시는 없었다.


그네들은 알뜰한 한국 여자들답게 택시 대절료를 계속 깎으려고만 했다.
그러나 미리 들어둔 정보도 있고하여 적정 가격에 정하고 "사랑코트"산밑에까지 도착해서 천천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비탈길 오르는 길에 사는 네팔 꼬마들은  외국인만 보면 캔디,볼펜하며 손을 내민다.
어느 여성 기고가가 우리 외국인들이 산에사는 네팔의 어린이를 다 버려 놓았다고 개탄한 글을 올린적이 있는 것을 기억한다.
처음에는 꼬마들이 불쌍하고 귀여워 여행자들이 사탕이며,초코렛이며 가져간 간식 거리를 주던 것이 이제는 당연하듯만나는  사람마다 당당히 손을 내미는 꼬마들로 만들어 버렸으며 부모들은 애들에게 캔디 좀 달라고해 하며 시키기까지 한다.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는 것은 이해되나 부모가 자식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자존심이 아닐까?
어디까지가 연민이고 동정인가?

 

택시에서 내려  산길을 오르며 우린 서로 통성명을 했다.
둘이서 같이하는  여행중인줄 알았더니 각자 여행중 티벳에서 만나 함께 의지하며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정이 틀려 이젠 헤어진다고 했다.
한국 여자들은 참으로 용감하다.
낮에 호숫가 옆에 자리한 한식당 파라솔에서 만난 한국처녀는 전주에서 영어 강사를 하고 있으며 혼자 여행중으로 인도에서 네팔로 오는  복잡한 버스에서 인도놈들이 몸을  슬슬만지기에 몰래 옷핀으로 여기저기 몸을 지긋이 찔러 주었더니 다시는 안만지더라고 무용담을 자랑했더랬다.
7등신 몸매를 한 그녀에게 내가 보기에도 민망한 지금입은 핫펜티로 버스를 탓었냐고 차마 묻지를 못했다.


두분중 한 여자분은 10살짜리 아들이 있는 엄마인데 한달 예정으로 티벹과 네팔 인도를 여행중이란다.
아들은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왔다는데 평상시 남편에게 얼마나 잘해주었으면 허락를 받았냐고 했더니 옛날부터 그렇게 약속을 했단다.
그러나 그 속사정을 내는 모른다.
이혼의 아픔을 치유하기위해 왔는지 사별의 슬픔을 달래려 왔는지 아니면 글자 그대로 여행자체가 좋아 너무 좋아 온 가정주부인지 알 수는 없는 거다.
그러나 그녀의 말 그대로 받아들인다.정말 여행이 좋아 ,산이 좋아 온 것이라고.
그 엄마는 내일 혼자서 일주일 예정으로 트레킹가는 팀에 예약을 해놓았다 했다.
한 여자는 학생으로 경희대 한의학과 재학중이며 얼굴에 총기가 넘친다.
청순함과 겸손함을 지닌 학생이었다.아들이 둘이라면 꼭 며느리 삼고 싶은 그런 학생이었다.
이젠 나도 늙었나보다.
전망대에에서 내려보는 페와 호수의 평화로움과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움과 파란 하늘과 산들에 걸친 그 하얀 구름들-참으로 한국에서는 보기힘든 풍경이었다.
그러나 운이 없는 탓인지 구름에 가려" 마차프차레"를 볼 수는 없었다.
마차프차레란 뜻은 "물고기 꼬리(Fishtail)"의 의미로 꼬리 지느러미 같이 생겼다. 봉우리 높이 해발 6,977m다.

 
내려오는 길에 찻집에 앉았다. 흰벽돌집 옆에 핀 붉은 칸나가 정겹다.
산아래를 내려다보며 잔디밭에놓인 차 테이불이라고는 3개뿐인 찻집이었다.
 여주인에게 커피를 주문하고 커피를 마시고 계산을 끝날때까지 여주인은 말한마디 없다.
불친절도 아니요 친절함도 아니요 미소조차도 없었으나 그 여주인의 얼굴은 지극히 평화로워 보인다.
있는 듯 없는 듯한 모습으로 방문자와 산 사이에 이는 교감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조용조용 걷는 모습이나 손님과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느 모습에서 네팔여인의  참모습을 보았다.


내려오는 길에 풀을 깍고 있던 사내가 혹 담배 한개피 줄 수 있냐고 묻는다.
아 그런 그때처럼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가 민망스러울 때가 없었다.
다시 네팔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면세점에서 담배를 꼭 사가지고 가리라.
말이 해발1,592m이나 사실 덕유산 높이도 아니다.
원래 지대가 높고 게다가 택시로 산 밑에까지 올라 왔으니 한시간도 못 걸은 듯 했다.
산 아래에선 택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돈을  아니 주었으니 도망가지 않고 착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3시간 반정도의 택시 대절료는 3,500원(자동차 통행료 포함)정도로 운전도 아니하고 쉬면서 버는 돈이라 짭잘한 수입이 되는 듯했다.

 

그날밤 호주에서 이곳에 와서 요양중인 J사장 민박 숙소 잔디밭 마당에서 페와 호수에서 얼씬거리던 한국인들이 전부 모여 삶은 돼지고기와 호주에서 가져온 김치를 가지고 J사장이 맥주 파티를 열어 주었다.
삶은 고기니까 먹었지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노상 좌판에서 늘어놓고 파는 고기를 보노라면 사먹고 싶은 생각이 싹 달아난다고  했다.
고기 보관용 냉장고가 없긴 하나 더운나라에선 잘 상하지않는 혜택도 있는걸 알아야 한다.
9명이 모였고 한 커플을 제외하곤 모두 혼자온 여행자들이었다.
우린 나이를 떠나 모두 친구가 될 수 있었고 홀로 여행하는 것이 좋아  홀로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어울려 그곳이 네팔이었음을 잠시 잊었다.
맥주를 짝으로 사다 마시는 한국인들에게 배달온 구멍가게 주인은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으리라.
그리하여 페와 호수에서 밤을 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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