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좋은 생각

[스크랩] 속동문선 제7권

Jay.B.Lee 2017. 11. 13. 05:06


속동문선 제7권
 
 칠언율시(칠언률시)
 
차 상인 산수헌 시권 운(차상인산수헌시권운)
 
김수온(금수온)

집 머리의 푸른 빛이 물소리를 누르나니 / 옥두창취압잔원
소리에서 시내를 생각하고 산에서 산을 생각하네 / 성상계류색상산
내 눈 앞을 향하니 공도 장애가 되고 / 아향안전공작애
스승은 마음 위를 좇아 몸이 살덩이 된다 / 사종심상육위단
한 개 지팡이 그림자는 원숭이와 짝했는데 / 일지공영원제외
여섯 자의 몸과 이름은 세속 시끄러움 사이에 있네 / 륙척신명속료간
내일 들 다리 위에서 이별 나눌 때에 / 명일야교분몌처
있어도 바쁜 사람과 가도 한가한 사람일러라 / 망망류여거한한

송 안준 위 안협현감(송안준위안협현감) 현감의 선친 안수희(안수희)가 청산(청산)의 태수(태수)로 있을 때, 내가 부모님을 뵈오러 가다가 그곳을 지났는데, 일찍 교유가 있었으므로 그리 말했다.
 

김수온(금수온)

그대의 선친은 나와 친구였거니와 / 자지선자여오해
몇 번이나 종용히 현재에 앉았던가 / 기도종용좌현재
오늘에 그대 보매 모두 옛날 뜻인데 / 금일견군혼구의
늙어서 경계 만나매 슬픈 마음 동한다 / 쇠년우경동상회
돌밭이라 백성들 흩어지매 봄에도 씨 뿌리는 이 없는데 / 석전민산춘무종
초막에 산이 깊으리 낮도 또한 어둑하네 / 초각산심주역䨪
거기는 한 쪽의 가장 깊숙한 곳이라 / 최시일방유절처
부디 백성들 생활을 넉넉하게 하라 / 수교려서후생애

제 이돈녕 백운동 신택 이수(제리돈녕백운동신댁이수)
 

김수온(금수온)

길가는 이는 다만 봉우리들의 푸른 것만 보겠거니 / 도인단견중봉청
어찌 당신 집이 이곳을 향해 이루어진 것 알겠는가 / 기식후가향차성
등덩굴은 구부리고 엎드린 것 뱀과 살무사 웅크린 것 같고 / 등만곡장사훼칩
돌문은 높아 다니는 말과 소를 가리었구나 / 석문고엄마우행
생가와 누각은 관개(선비와 벼슬한 사람)를 위태롭게 하지만 / 생가루각경관개
샘과 돌에 병들어 그 성정을 기르네 / 천석고황양성정
잔치를 파하고 손이 돌아가자 산에 달이 솟는데 / 연파객귀산월출
한 마루의 맑은 경치 형용하기 어려워라 / 일헌청경야난명
옛날의 원방에 모여 운종(구름 같은 하인)을 뵈었나니 / 증알운종구원방
비늘처럼 모인 만 집의 시끄러움도 당해내기 어려워라 / 만가린집료난당
어느 해에나 집을 옮겨 돌아오기 계획하리 / 사년사댁귀래계
오늘에 그대를 만나매 웃음과 이야기가 향기로워라 / 금일봉군소어향
몇 이랑의 앵화는 늦은 봄에 늙었는데 / 수경앵화춘후로
못에 가득한 버들은 비 온 뒤에 자랐구나 / 만지양류우여장
전원의 취미에 빠져 아침 조회 비록 게으르나 / 종탐야취조참라
사람의 도리는 마땅히 묘당에 들어가야 하리 / 인도행당입묘배

조좌(조좌)
 

서거정(서거정)

작은 창을 붙들고 앉아 오상을 기대었나니 / 소창부좌의오상
여윈 뼈는 봉우리 같고 살쩍은 서리 같아라 / 수골여봉빈사상
병이 많으매 이미 일찍 여러 가지 약 먹었고 / 다병이증상약편
추위를 겁내어 아직 옷 끌어 당기기 바쁘도다 / 겁량유부람의망
무우를 가늘게 썰매 푸른 나물이 연하고 / 무청세절청소연
율무를 새로 끓이매 흰 죽이 향기로워라 / 의이신취백죽향
만사는 잠자고 먹는 것의 안온함만 못하거니 / 만사불여면식온
어찌 구태어 괴로이 양생하는 방법을 찾을건가 / 하수고멱양생방

송 창원 부사 박공지임(송창원부사박공지임)
 

서거정(서거정)

생각하면 옛날에 여러 번 월영대를 지났거니 / 억석중과월영대
회산은 예와 같이 푸른 빛이 무더기를 이루었나니 / 회산의구취성퇴
지는 해에 높이 읊조리며 데리고 가려 하여 / 고음락일욕장거
외로운 구름 불렀으나 그래도 오지 않네 / 위환고운유불래
넓은 바다에 조수가 있어 옛 진터를 감도는데 / 창해유조환고루
짧은 비석에 글자가 없어 거친 이끼가 반이어라 / 단비무자반황태
풍류 태수는 문아에 능하거니 / 풍류태수잉문아
나를 위해 한가롭게 올라 술 한잔을 권하게 / 위아한등수일배

7월 29일 탄신 하례후작(칠월이십구일탄진하례후작)
 

서거정(서거정)

탄신이라 자신궁(임금 계신 궁)에 하례하는 아침 / 탄진진하자신조
옥 섬돌에 이마를 조아려 붉은 곤룡포에 절하였네 / 계상요지배자포
금옹에는 처음으로 천일주를 열었고 / 금옹초개천일주
옥반에는 나란히 만년도를 바치도다 / 옥반제헌만년도
행복한 때를 기이하게 만났으매 구름(신하)과 용임금이 모이었고 / 기봉행제운룡회
쏟는 은택에 깊이 젖으매 비와 이슬이 넉넉하여라 / 패택심함우로요
취하고 배부른 소신이 대아를 이어 / 취포소신갱대아
다시 화축을 펴 당요를 노래하네 / 경신화축송당요

소일(소일)
 

서거정(서거정)

젊을 때에는 호기롭게 말탈 때 두 수염을 떨쳤더니 / 소일호담분량염
요새 와서는 칼날을 거두어 남의 꺼림 멀리한다 / 년래렴악원인혐
지금까지의 벼슬 길은 양의 창자 험했는데 / 종전환로양장험
늙어지매 재주의 이름은 쥐 꼬리가 뾰족하네 / 저로재명서미첨
시가 사람을 놀라게 하지 못하매 읊어 보고는 또 고치고 / 시불경인음우개
술은 나를 잊게 하매 취하고도 또 마신다 / 주능망아취환첨
절간을 써서 바둑 친구를 부르려 하나 / 욕서절간초기반
언 붓이 송곳 같아서 집을 수가 없구나 / 동필여추불가념
부안 차 이상국 규보운(부안차리상국규보운)
 

서거정(서거정)

10년 동안 동서에서 소식 더욱 잦거니 / 십재동서신전봉
다락에 올라 애오라지 그대와 같이함을 기뻐한다 / 등루료희사군동
빗소리는 오랫동안 파초 잎에 있는데 / 우성장재파초엽
봄빛은 깊이 작약 떨기에 머물러 있네 / 춘색심류작약총
신세는 이미 잔 술 속에 버리었고 / 신세이변배주리
광음은 헛되이 갈림길 가운데서 허비하였도다 / 광음공비로기중
취한 뒤에 아직도 강남 꿈을 기억하나니 / 취여유기강남몽
만 자루의 연꽃이 10리에 붉었구나 / 만병하화십리홍


3월 3일 도중 우 한식 술회 녹봉 기정사(삼월삼일도중우한식술회록봉기정사)
 

서거정(서거정)

강호가 삭막하여 사람 연기 끊겼는데 / 강호색막단인연
백오일 만에 바로 한식 때를 당하였네 / 백오정당한식천
금년에는 절물이 어긋나 비교적 늦었는데 / 절물금년차교만
가는 곳마다 풍광은 움직여 서로 끄은다 / 풍광촉처동상견
금암에는 날이 따뜻해 첫 버들이 피는데 / 금암일난초양류
검수에는 봄이 차가워 아직 두견 안 피었네 / 검수춘한미두견
답청 좋은 철 헛되이 보냈거니 / 고부답청수령절
객지의 시절 차례는 매우 유연하여라 / 객중시서극유연

용증 정자문 시운 기 이 주부(용증정자문시운기리주부)
 

서거정(서거정)

고요할 때의 공부를 채소밭에 배정했는데 / 정리공부과채휴
때로는 책을 읽기에 시간을 허비하네 / 유시편간비제휴
시를 지은 것 잘못되어도 고쳐 줄 사람 없으나 / 시성혹악폄무객
계획이 옹졸하매 무엇을 경영할까 충고하는 아내 있네 / 계졸하영간유처
세상 일은 이웃끼리도 서로 살을 씹는가 하면 / 세사대문증작육
사람 마음은 더위에 데이었어도 다시 양념 끊인다 / 인심징열부차제
돌밭과 띠풀 집에서 남은 생의 홍취는 / 석전모옥여년흥
사설로 하늘에 아뢰어 머리를 자주 조아림이다 / 전고천공수루계

차운 일휴 견기(차운일휴견기)
 

서거정(서거정)

평생의 내 성벽은 내 집 사랑하는 것이라 / 평생성벽애오려
샛문 닫고 향 사르고 깨끗이 소제한다 / 폐합분향정소제
도령은 다만 항아리에 술 있는 줄만 알았고 / 도령단지준유주
풍랑은 한갓 문을 나가 수레 없는 것 한탄하였네 / 풍랑공탄출무차
앓고 난 뒤의 신세는 모두 꿈이 되었는데 / 병여신세혼성몽
늙어가매 문장은 책을 지으려 한다 / 로거문장욕저서
이름과 이익은 결국 스스로 괴로울 뿐 / 명리도두도자고
모름지기 돌아가 녹문에 살 것을 물어보자 / 회수귀문록문거

청신(청신)
 

서거정(서거정)

맑은 새벽에 솜이불 안고 조금 앉아 있으면 / 청신소좌옹면금
빛나는 창의 햇빛이 나그네 마음을 맑혀 주나니 / 창일휘휘정객심
세월은 얼마이던가 시가 바로 그 역사요 / 세월기하시시사
얼굴이 이 같거니 술을 경계해야 하네 / 안용여차주위잠
몸을 방위하기에는 다만 두릉의 칼이 있을 뿐인데 / 방신지유두릉검
늘어뜨린 낭탁에는 일찍부터 육가의 금이 없었다 / 수탁증무륙가금
언제나 고향에 돌아가 그대로 뼈를 빌서 / 하일환향잉걸골
흰 가래 가지고 돌아가 인삼을 캐리 / 백참귀거착인삼

이 감사 철견 증 황산곡집(리감사 철견 증황산곡집)
 

서거정(서거정)

원풍 태사의 붓은 서까래 같아 / 원풍태사필여연
첫째로 강서의 바른 파를 전하였다 / 제일강서정파전
글귀의 법은 능히 두릉(당 나라 두자미)의 뒤를 따르고 / 구법능추두릉후
시의 이름은 혹 소로(송 나라 소동파)의 앞에 있다 / 시명혹재소로전
한평생의 잘못은 문자 때문이지만 / 생평주착연문자
죽은 뒤의 명예는 간편에 넉넉하다 / 신후류방족간편
동쪽 서쪽으로 귀양살이 30년 / 적환동서삼십재
검남의 운물이 꿈속에 잠연하다 / 검남운물몽澘연

용종(룡종)
 

서거정(서거정)

천지간에 구지레한 병든 늙은이 / 천지룡종일병옹
두건 벗고 작은 창 앞에 바로 앉아 있노니 / 안건위좌소창중
포도에 비 뿌리매 검은 구름 암담하고 / 흑운암담포도우
연꽃에 바람 불매 붉은 안개 휘날린다 / 홍무비미함담풍
제비의 말은 스스로 주인과 손을 아는데 / 연어자능지주객
개구리의 울음은 원래 공사에 상관하지 않는다 / 와명원불관사공
관사가 전연 없으매 처음으로 잠을 깨어 / 료무관사면초각
다만 몇 구의 시 가지고 동자에게 가르친다 / 지파시련과소동

제부촌 별서 장개 견동노 기공 유작(제부촌별서장개견동노기공유작)
 

서거정(서거정)

중년부터 도를 좋아했는데 늙어서는 돌아가야 하나니 / 중년호도만당귀
산중에 땅을 택하매 자못 절로 기이하다 / 복지산중파자기
움집으로서야 어떻게 소로를 따르랴만 / 기유행와추소로
별장을 경영하려면 왕유를 본받아야 한다 / 당영별서의왕유
돌밭에라도 종자를 뿌리거니 세를 내야 하고 / 석전유종의공세
초옥에는 아무도 재물 보내는 이 없다 / 초옥무인위기자
복린할 제 여러 야로들에게 말하노니 / 기어복린자야로
다른 날 자리 다툴 때 나를 누구라 할꺼나 / 타시쟁석아위수

삼월삼일 제시 김자고(삼월삼일제시금자고)
 

서거정(서거정)

봄 강물은 처음 넘쳐 쪽빛보다 푸르고 / 춘강초창벽어람
꽃과 버들 꽃다운데 햇빛은 무르녹다 / 화류방비일색감
내가 백 살 산다 해도 지금은 백에 반인 것을 / 아재백년금반백
때는 바로 삼월이요 또 초삼일이다 / 시당삼월정초삼
우군은 글씨 묘했으나 일찍 계하노라 모였었고 / 우군필묘증수계
공부(두자미)는 시가 훌륭했으나 홑옷을 잡히려 했다 / 공부시호욕전삼
예나 이제나 풍류스러운 인물 있는데 / 금고풍류인물재
좋은 절후를 또 만났거니 이 시름 어이하리 / 우봉가절사가감

하일 즉사(하일즉사)
 

서거정(서거정)

비가 잠깐 개어 발과 장막에 햇빛이 빛나는데 / 소청렴막일휘휘
짧은 모자 가벼운 적삼에 더운 기운이 얇다 / 단모경삼서기미
솟는 죽순은 마음이 있어 비로 인해 자랐고 / 해탁유심인우장
지는 꽃은 힘이 없어 바람을 받아 흩날린다 / 락화무력수풍비
오랫동안 한묵(문필)을 버려 성명을 감추었거니 / 구변한묵장명성
이미 잠영들의 시비 일으킴을 싫어했었다 / 이염잠영야시비
보압(향로)에 향기는 쇠잔하고 첫잠이 깨었는데 / 보압향잔초수각
찾는 손님은 적고 제비 자주 돌아온다 / 객증래소연빈귀

만성(만성)
 

서거정(서거정)

홍진 속에 말을 타고 십년을 바쁘다가 / 홍진기마십년망
하루 틈타 한가하매 홍취가 또한 길다 / 일일투한취역장
아침 술이 훈훈하매 즐겨 다시 취하고 / 묘주훈인료부취
낮 바람이 소매를 불어 가을 기운 생기련다 / 오풍취수욕생량
두건을 벗고 머리를 흩으려 남이 웃는 대로 맡기고 / 탈건산발종인소
종이를 찾아 시를 적으면 일부러 미쳐 보나니 / 색지제시작의광
이것은 전날에 관청 일 마치고 떠날 때에 / 각승전시아파거
조삼(관복)이 모두 땀에 젖어 물같이 번진다 / 조삼습진한번장

칠월칠일(칠월칠일)
 

서거정(서거정)

멀고 먼 은하수에 오작교가 통하나니 / 초초은한작교통
천상 신선들이 여기 함께 모인다 / 천상신선차회동
우저에 물결이 차매 삼경의 밤달이요 / 우저파한삼야월
봉기에 북이 차매 오경의 바람일네 / 봉기사랭오경풍
거미줄로 솜씨 빌매 내게는 관계 없고 / 주사걸교오무여
학을 타고 신선에 오르매 일이 이미 끝났더라 / 학가등선사이공
뜰 앞에서 배를 쬐는 일도 그럴듯하거니 / 폭복정전료부이
뗏목을 탄들 어느 길에서 장공을 물어보랴 / 승사하로문장공

한제(한제)
 

서거정(서거정)

필경에 세상일은 모두 망연하거니 / 당두세사총망연
조금 취하면 언제나 잠자기에 길들었다 / 소취다시관작면
호공은 망령되이 축지법 한다 말하고 / 망설호공능축지
기국 사람은 가련하게도 하늘을 걱정한다 / 가련기국만우천
기관은 앓는 뒤에 모두 다 녹았는데 / 기관병후도소진
고화는 또 사람들을 괴로이 볶아댄다 / 고화인간역고전
이 마음에는 너와 내가 없다고 이미 믿었거니 / 이신차심무물아
누가 알리 이 한 맛이 곧 구선인 줄을 / 수지일미즉구선

추회(추회)
 

서거정(서거정)

세월은 자꾸 흘러 머무르지 않나니 / 류광염염불증류
오모로 서쪽 바람에 흰 머리를 두려워한다 / 오모서풍겁백두
나아가고 물러남은 원래 결정짓기 어렵고 / 출처유래난자단
한가하고 바쁨은 옛부터 서로 꾀하지 않나니 / 한망자고불상모
도잠은 돌아가면서 집 바라봄을 기뻐하였고 / 도잠귀거흔첨우
두보는 나가나 숨거나 혼자 다락을 의지하였다 / 두보행장독의루
나도 또한 전원으로 돌아가리, 일찍 부가 있거니 / 아역귀전증유부
이 신세를 끌고 가서 조각배에서 늙으리라 / 욕장신세로편주

한중 우회(한중우회)
 

서거정(서거정)

한 몸에 병이 나고 노쇠했거니 / 일신다병차쇠지
시끄러운 세상 물의 전연 모른다 / 물의분운백불지
백발이라 유유히 항상 팔짱을 끼고 / 백발유유장수수
푸른 산이 묵묵한데 혼자 턱을 괸다 / 청산묵묵독지이
책장과 붓통은 한가히 서로 짝하고 / 서첨필가한상반
약솥과 찻병은 늙으매 더욱 좋다 / 약정다구로경의
맑은 날 작은 창에 잠이 무르녹았나니 / 청일소창감타수
처마 끝의 반가운 까치 소리에 갑자기 놀라 깬다 / 홀경희작어첨지

임정만음 차 잠상인 운(림정만음차잠상인운)
 

서거정(서거정)

성시라 어찌 은자의 집이 없으랴 / 성시나무은자가
임정이 아주 깊숙하여 세상의 시끄러움을 멀리했나니 / 림정유절격진화
해마다 얼마나 많은 나무를 심어 / 년년위종기다수
계속해서 스스로 무수한 꽃이 피네 / 속속자개무수화
흰 개미가 한창 싸우매 산의 비가 내리고 / 백의전감산우지
누른 벌이 일을 마치매 시내의 해가 넘는다 / 황봉아파계일사
다른 날에 조용히 고승과 이야기할 때에는 / 이시연공고승화
돌솥의 소나무 소리가 달인 차를 보내리라 / 석정송성송자다

봉송 홍절도 백연 지진(봉송홍절도 백연 지진)
 

서거정(서거정)

장군 문에서 장군이 나매 기구가 일렀거니 / 장문생장조기구
만 리 푸른 구름에 뜻을 얻은 가을일네 / 만리청운득의추
생각하면 화현에는 일찍이 이적이 있었는데 / 화현억증류이속
지금 유영에는 양주를 운전한다 / 류영금부운량주
호려의 삼천대에 기운이 웅장하고 / 기웅호려삼천대
용양(용처럼 꿈틀거리는 것)의 만곡주에 호령이 엄숙하다 / 령숙룡양만곡주
남으로 돌아보아 군왕은 걱정을 놓았으니 / 남고군왕관성려
지금부터 그 성명은 금구에 들어가리 / 성명종차입금구

서회(서회)
 

서거정(서거정)

누가 알리 대은이 세간에 있는 줄을 / 대은수지재세간
벼슬 정과 티끌 생각이 어지럽게 무르녹나니 / 환정진사공란산
한 쇠가 착되는 줄을 이미 알면서 / 이암일철능성착
천금으로도 한가함을 사지 못할 줄은 믿지 못하네 / 미신천전가매한
시의 도는 중간에서 황태사(황산곡)에게서 일어났고 / 시도중흥황태사
세상 인연은 마침내 백향산(백락천)에서 엷어졌다 / 세연종천백춘산
늙은이의 이 심사를 누구에게 말하리 / 잔년심사빙수어
웃으며 푸른 마름을 쥐고 자세히 본다 / 소파청릉자세간

기 수종사 윤선로(기수종사윤선로)
 

서거정(서거정)

용강 위의 산에 있는 묵은 절이여 / 룡강상산고가람
오솔길 꼬불꼬불 푸른 숲으로 든다 / 세경기구입취삼
옛날에는 영운의 지나감을 자주 맞이했거니 / 억석루요령운과
지금에는 도리어 원공의 이야기가 막히었다 / 지금유조원공담
시냇가에서 바리때의 주문 외면 용이 응당 엎드리고 / 계변주발룡응복
돌 위에 경전을 펼치면 호랑이가 다시 참예하리 / 석상번경호경참
흰 버선과 푸른 신은 내게도 또한 있네 / 백韈청혜오역재
호계 남쪽에서 서로 만나 한 번 웃을까나 / 상봉일소호계남

시원 효좌(시원효좌)
 

서거정(서거정)

시원이 깊숙하여 밤이 밝지 않았는데 / 시원심심야미조
옥당의 학사들은 모두 영웅 호걸이다 / 옥당학사진영호
뜰 안에는 바다같이 붉은 촛불 태우고 / 정중사해소홍촉
문 밖에는 구름처럼 흰 도포를 세웠다 / 문외여운립백포
북방을 비울 화류에는 누가 뛰어났는가 / 공북화류수준일
남쪽을 도모하는 붕새는 이미 힘차게 일어났다 / 비남붕조이부요
천공이 내게 선계를 가지라 허락했거니 / 천공허아분선계
그들을 위해 높은 데 힘쓰라고 말해 주노라 / 설여제생저력고

남지 후 이월 입 청재 기 자심지원(남지후이월입청재기자심지원)
 

서거정(서거정)

늙고 병든 정회가 이미 쓸쓸하거니 / 로병정회이색연
새벽에 청동(화로)을 끌며 빠른 세월 느낀다 / 청동효람감류년
해는 남쪽으로 온 뒤에 처음으로 선을 보태는데 / 일남지후초첨선
바람이 북쪽에서 돌 때는 솜옷을 찢으려 한다 / 풍북래시욕절면
종이 장막으로 추위를 막고 홀로 앉았다가 / 지장차한성독좌
나무 화로의 따슨 기운을 틈타 편히 푹 잤다 / 목로투난온장면
시가의 멋은 의연히 여기 있나니 / 시가풍미의연재
아이 불러 용단(좋은 차)가져다 눈물에 달인다 / 환취룡단설수전

용 안음 시운(용안음시운)
 

서거정(서거정)

백 년의 광음은 갰다 흐렸다 / 백세광음청부음
당장 세세한 일은 위험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 당두세사파림심
일생을 등한하고 게으르기는 혜중산인데 / 일생소라혜중산
만고에 풍류롭기는 이한림(이태백)이다 / 만고풍류리한림
늙고 병들매 술항아리 앞에서 꽃이 눈을 가리고로병준전화예안
공명은 거울 속에 눈이 잠에 가득 찼다 / 공명경리설영잠
십 년을 헛되이 귀래부를 초했거니 / 십년공초귀래부
무엇하러 구구히 월 나라 노래를 배울 건가 / 하용구구학월음

장하(장하)
 

서거정(서거정)

긴 여름 깊은 동산에 기왓집이 나직한데 / 장하심원와옥저
한가한 마음은 그윽한 곳에 사는 것 같다 / 관한심적사유루
문 밖에 손이 드물어 새를 그물칠 만하고 / 객희문항감라작
뜰 앞의 아이들 장난은 닭싸움에 한창이다 / 아희정제정투계
긴 날에 거문고 울리다 옛 곡보 찾아 보고 / 영일금명심구보
작은 창에 종이 찢어 새로운 시를 쓴다 / 소창분지사신제
녹음은 갑자기 짙어 문을 가리우나니 / 록음맥지문장엄
예쁜 꾀꼬리 붙들어 두어 마음대로 울게 한다 / 류여교앵자재제

연(연)
 

이승소(리승소)

화각은 깊숙하고 발머리는 나직한데 / 화각심심렴액저
쌍을 지어 나르다 쌍을 지어 말하다 또 쌍을 지어 깃든다 / 쌍비쌍어부쌍서
문 밖의 푸른 버들에는 봄바람이 저물고 / 록양문항춘풍만
못뚝의 푸른 풀에는 보슬비가 어지럽다 / 청초지당세우미
때로는 나비를 쫓아 대숲 언덕을 뚫고 / 진접유시천죽오
집을 지으려 한종일 미나리밭 진흙을 쪼은다 / 루소종일탁근니
몸을 의탁하기에 장소를 얻었거니 누가 업신여기랴 / 탁신득소수상모
해마다 자식 길러 날개가 가지런하다 / 양자년년우익제

추회 사수 증 김문학 수령 구정(추회사수증금문학 수녕 구정)
 

이승소(리승소)

바람 따라 오동잎 한 조각이 나르매 / 동엽수풍일편비
늙은이 새벽에 일어나 홑옷을 걱정한다 / 로부신기겁단의
일천 집에 밤이 고요하매 다듬이 소리 급하고 / 천문야정침성급
만리에 구름이 깊으매 기러기 그림자가 희미하다 / 만리운심안영미
뜬세상의 헛된 이름 말할 것 있나 / 부세허명하족도
잠깐 동안 놀며 즐기기를 어기지 말라 / 잠시행악막상위
국화는 이미 제철에 가까웠나니 / 황화이근중양절
남 따라 높은 산에 올라 잔뜩 취해 돌아오리 / 준의등고란취귀
황계와 백일은 세월을 재촉하는데 / 황계백일세쟁영
서당문 닫고 혼자 앉아 있으면 만고의 정일세 / 독엄서당만고정
처마 끝의 달빛은 한없이 좋고 / 첨외월화무한호
풀 속의 벌레 소리는 원망스레 들려온다 / 초근충향불평명
흥을 보내려 오동잎에 시를 쓰고 / 시인견흥제동엽
시름을 씻으려고 쇠뿔잔에 술을 딴다 / 주위요수작시굉
자색 게는 한참 살찌고 누른 벼는 익었으리 / 자해정비황도숙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이 몇 번이나 놀랐는가 / 고산귀몽기번경
청동은 어둑하고 빗소리 쓸쓸한데 / 청등암암우소소
사방 벽에 쌓인 책은 적막과 짝하였다 / 사벽도서반적요
누수 북은 둥둥둥 별원에 전하는데 / 루고동동전별원
거센 바람은 딸각딸각 차가운 가지를 흔든다 / 상표절절감한조
진실로 마굿간에 엎드려 천리를 생각하는 말이 되었고 / 진성복력사천리
감히 바람을 치고 구소에 오르는 붕새를 흉내 내리 / 감의단풍상구소
무릎을 안고 길게 노래하매 노래가 격렬한 것은 / 포슬장가가격렬
일생의 호걸스런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음이라 / 일생호기미전소
홍진에 발 빠진 것 스무 해가 되었으니 / 시각홍진이십상
고향 소나무 밑 오솔길이 이끼로 거치리라 / 고원송경상태황
공명은 수가 있는 것 힘으로는 어렵고 / 공명유수난용력
근심과 걱정은 번갈아 드는 것 고통만이 늘 있는 것이 아니다 / 우악상심고불상
허리 아래 황금은 계자에게 많은 것이 / 요하황금요계자
머리 아래 흰 털 풍당이 느껴워라 / 두변백발감풍당
임금 은혜 못 갚고 몸 먼저 늙었으니 / 주은미보신선로
어느 때나 색동옷 입고 북당에 모셔 볼까 / 채복하시상북당

제 장인 관도 사벽(제장인관도사벽)
 

이승소(리승소)

소나무 창의 고요한 밤에 전향이 쇠잔한데 / 송창정야전향잔
환패 소리 딸랑딸랑 석단을 내려간다 / 환패산산하석단
작은 골짝에 바람이 불어 아름다운 풀이 자라고 / 소동풍취요초장
높은 다락에 달이 들어 옥황생이 차가워라 / 고루월입옥생한
반도는 기다려서 천년 열매를 볼 것이요 / 반도대견천년실
약솥에는 처음으로 구전단이 되었다 / 약정초성구전단
아직도 내 얼굴에 홍진이 가득 찼다고 이상히 여기지 말라 / 막아홍진유만면
다른 해에 나도 또한 조관(관원의 복색)을 걸 것이다 / 타년아역괘조관

성상(성상)
 

이승소(리승소)

글도 칼도 이루지 못하고 머리털은 세었는데 / 서검무성빈이쇠
또 뜰의 나뭇잎은 그 가지를 하직한다 / 우유정수엽사지
가을바람의 나그네가 높은 데 오르는 곳이요 / 추풍객자등고처
지는 해의 긴 허공에 기러기 지날 때다 / 락일장공안과시
서리가 거듭하매 강가의 단풍잎의 붉은 빛은 암담하고 / 상중강풍홍암담
하늘이 맑으매 구름 도는 멧부리의 푸른 빛은 참치하다 / 천청운수벽참차
이 몸은 만족할 줄을 알아 다시 일이 없거니 / 차신지족환무사
어찌 봉후를 위해 불운을 한탄하리 / 긍위봉후탄수기

추만 등성북루(추만등성북루)
 

이승소(리승소)

세상일을 들어보니 머리 흔들 만하여 / 세사문래가도두
일어나 높은 성에 올라 깊은 시름 헤친다 / 기등고첩산유수
십 년 동안의 나그네 정황은 천 줄기의 눈이요 / 십년려황천경설
만호의 다듬이 소리는 한 잎사귀의 가을이다 / 만호침성일엽추
다시 깊은 술항아리 있어 북해가 열렸고 / 경유심준개북해
능히 늙은 나그네의 남루에 오름을 용납할 수가 있다 / 능용로자상남루
서늘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을 몰고 가서 / 랭연욕어장풍거
한만히 구주를 벗어나기 기약하려 한다 / 한만상기출구주

객수(객수)
 

이승소(리승소)

용을 죽이기를 배우려고 만금을 허비하였지만 / 학득도룡파만금
재주 성취하고 보니 쓸데없이 살쩍만 세었다 / 기성무용빈상침
몸을 직설되기 기약함이 크게 그름 아니요 / 허신직계장비오
세상을 당우에 두려 하여 부질없이 마음 있다 / 조세당우만유심
종정은 일찍 두소에 돌아가지 않았고 / 종정불증귀두소
저자[시]와 조정[조]은 끝내 구름과 숲을 멀리한다 / 시조종시원운림
백년을 정정하게 흐르는 물을 따라가는데 / 백년정정수류수
홀로 초가문을 닫고 무릎을 안고 앉아 읊조린다 / 독엄모재포슬음

제재벽(제재벽)
 

이승소(리승소)

초가 삼 간에 채색 서까래 걸쳤는데 / 모옥삼간가채연
시를 지어 벽을 채우매 자못 맑고 고와라 / 제시만벽파청연
꽃난간의 발을 걷어 흰 달을 맞이하고 / 화함권렴영소월
작은 못에 물을 대어 푸른 하늘을 들인다 / 분지저수납청천
세간의 이름과 이익은 한갓 그런 것이어니 / 세간명리도위이
취한 속의 정회는 갑자기 허술하다 / 취리정회편솔연
도주를 시늉내어 따라 조각배 타고 / 의축도주승일가
오호의 연기와 비 속에서 남은 생을 보내리라 / 오호연우송잔년

차 강진산요 진관 주지 전상인시(차강진산요진관주지전상인시)
 

이승소(리승소)

옛날 구름산에서 한껏 맑은 놀이했더니 / 운산석일포청유
홍진을 헛디디어 30년이다 / 실각홍진삼십추
하나도 옳은 것 없을 때에도 늘 스스로 옳다 하고 / 무일가시상자가
세 가지 쉴 곳 있는 데도 일찍 쉬지 못했다 / 유삼휴처불증휴
나이는 늙었어도 건강한 몸이 자랑거리요 / 감과치로신유건
마음이 한가하면 경계가 그득해진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 경각심한경전유
부질없이 저자와 조정에서 대은되려 하였거니 / 만욕시조성대은
고향 산의 원숭이와 학이 정히 부끄러워하리라 / 고산원학정상차

이비묘(이비묘) 삼차하가에 있다[재삼차하상]
 

이승소(리승소)

여기서 창오까지 몇 천리인데 / 차거창오리기천
어찌하여 들사당은 물가에 있는가 / 하위야묘재하연
영령이 어찌 삼차수를 못 잊는가 / 영령긍련삼차수
빈 집에는 속절없이 한 심지의 향을 피우네 / 허각공훈일주연
어떤 물건의 귀신이 토우(흙으로 만든 우상)에 붙어 / 하물귀신빙토우
억지로 나그네에게 돈을 던지게 하는가 / 왕교행려사금전
수부(용궁)의 명명한 일을 누가 하는가 / 수지수부명명사
홀로 서쪽 바람에 서서 한 번 슬퍼하노라 / 독립서풍일창연

어양 삼수(어양삼수)
 

이승소(리승소)

산은 많고 기이하고 험하며 물은 깊고 먼데 / 산다기험수심장
천년의 바람 기운은 아직도 억세어라 / 풍기천년상굴강
선리의 운손은 먼 계획이 없는데 / 선리운손무원계
저룡의 미친 놈은 마음껏 발광했다 / 저룡제자사창광
비단 묶음에는 잠깐 호추의 놀이를 샀고 / 금䙀사과호추희
비단 버선은 끝내 역로 곁에 버리었다 / 라말종포역로방
아이 씻은 돈 백만 냥은 깨닫지 못하고서 / 불오세아전백만
거연히 도망하기 바쁜 것을 산 것이다 / 거연매득출분망
누가 갈의 개를 시켜 어양을 진압하게 했던가 / 수교갈구진어양
마침내 으르렁거리며 대당을 몰려 했다 / 종욕은연서대당
반역하는 모양 있다고 석륵을 의심한다 아는 체 말라 / 반상막의지석륵
화의 태는 초방에 있었음을 믿어야 했다 / 화태수신재초방
은반의 물은 온천을 치고 올라왔고 / 은반수박온천상
철기는 낙수 곁에서 우레처럼 날치었다 / 철기뢰등락수방
만고의 흥망은 구르는 바퀴 같아 / 만고흥망여전곡
태평한 오늘에는 농사 짓기 즐긴다 / 대평금일악경상
그때에 누가 촉 나라로 가야 한다고 권했던가 / 당년수헌촉당귀
경흥지의 용도 그 기미 보았었다 / 흥경지룡역견기
호마는 남쪽으로 이수에 다달아 마셨고 / 호마남림이수음
용기는 서쪽으로 촉 나라 구름을 떨치며 날았다 / 룡기서불촉운비
다만 명주의 마음이 먼저 방탕하였기 때문에 / 지연명주심선탕
중원의 일이 글러진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 불각중원사이비
성 남쪽에 말을 세우매 한없는 생각이여 / 립마성남무한사
푸른 산은 아득한데 날은 휘휘하여라 / 청산막막일휘휘

난하안상 유소석표 서고죽고성(란하안상유소석표서고죽고성)
 

이승소(리승소)

백성의 마룻대가 장차 기울려 하매 손으로 당겨 붙들었나니 / 민극장경인수부
만고의 맑은 바람은 완부를 격동시켰다 / 청풍만고격항부
평생에 삼강의 무거움을 세우려 하였으매 / 평생욕수삼강중
굶어 죽어도 일곱 자의 몸을 전연 잊었다 / 아사도망칠척구
두 아들은 의사 되기에 부끄럽지 않지만 / 이자불참위의사
열 신하는 아마 미친 짓이라고 웃었으리라 / 십신응소시광비
아득하여라 지나간 일 누구에게 물을꼬 / 유유왕사종수문
짧은 비만 속절없이 옛길 모퉁이에 남았구나 / 단갈공류고도우

홍동지 우국재(홍동지우국재)
 

이승소(리승소)

그대가 국화를 벗하는가 국화가 그대를 벗하는가 / 공우국야국우공
다만 향기와 덕이 서로 같기 때문이리라 / 지연형덕량상동
해가 찰 때는 그 절개 솔이나 대의 푸름에 견주고 / 세한절차송황취
때를 만나면 그 단장은 복숭아나 오얏의 붉음도 부끄러워한다 / 시세장수도행홍
맑은 향기는 취한 사람에게 좋다고 모두 말하지마는 / 공도청향의취객
신령스런 약으로 쇠약한 노인을 오래 살게 함을 누가 알리 / 수지령약수쇠옹
다시 환백을 데려와 세 벗으로 삼으면 / 경장환백위삼우
산반[반]의 아우와 매화의 형은 모두 하풍이리라 / 반제매형총하풍

증승(증승)
 

이승소(리승소)

도는 밝고 밝은 원시 이전에 있거니 / 도재명명태시전
다시 어는 곳에 세 가지 선이 있는가 / 경어하처유삼선
티끌이 삼천 세계 일으킴을 깨닫고 / 각진변기삼천계
눈병이 열 두 인연 이룸을 본다 / 견생능성십삼연
종일 말이 있으나 원래 말하지 않은 것이요 / 종일유언원불어
본래 병이 없으니 또 무엇을 낫게 하랴 / 본래무병우하전
스승에게 한 방울 조계의 물을 빌려 / 차사일적조계수
티끌 구역의 업화 타는 것을 모두 씻으리 / 세진진구업화전

제김 참판 자고 유 쌍계재 이수(제금참판자고 뉴 쌍계재이수)
 

이승소(리승소)

집 밑에는 맑은 시내요 집 앞 위에는 산인데 / 옥하청계옥상산
숲을 뚫은 오솔길 구름 관문을 든다 / 천림소경입운관
망천의 그윽한 홍은 풍진 밖인데 / 망천유흥풍진외
사부의 높은 회포는 물과 돌 사이더라 / 사부고회수석간
마침 푸른 돈이 있어 술빚을 갚는가 하면 / 흡유청전수주채
다시 채색 붓을 잡아 하늘의 인색함을 부술 듯하다 / 환장채필파천간
좌우에는 거문고와 책이라 한 몸에 일이 없는데 / 금서좌우신무사
다시 술병 속에서 해와 달의 한가함을 깨닫겠구나 / 전각호중일월한
동산 숲은 산뜻하여 선방 같은데 / 원림소주사선방
다시 날은 샘물을 끌어 작은 못을 만들었다 / 경갑비천작소당
꿈속에서는 응당 봄풀의 시를 지을 것이요 / 몽리응성춘초구
앉아서는 한가히 이슬에 젖은 연꽃의 향기를 보리라 / 좌래한간로하향
발에 가득한 붉은 비는 떨어지는 복숭아꽃이요 / 만렴홍우도화락
땅을 덮은 푸른 연기는 긴 버들가지더라 / 멱지청연류선장
흰 돌과 푸른 이끼에 시내는 몇 굽이인고 / 백석창태계기곡
술을 불러 유상을 띄우는 것 방해하지 않으리 / 불방호주범류상

제 박연폭포도(제박연폭포도)
 

이승소(리승소)

여악의 장관은 세상이 다 알지만 / 려악괴관천하지
그러나 박연의 기이함만 같지 못하니 / 수연미병박연기
철벽을 깎아 만들매 천 길이 웅장하고 / 삭성철벽천심장
은하를 거꾸로 쏟으매 한 갈래가 드리웠다 / 도사은황일파수
몇 리의 맑은 하늘에는 나는 우박이 어지러운데 / 수리청공비박란
두 벼랑에는 한낮에 성낸 우레가 달린다 / 쌍애백일노정치
어젯밤 천마산의 산신령이 울었는가 / 천마작야산령읍
우연히 선생 앉은 자리로 향해 보내도다 / 우향선생좌우이

능성봉서루(릉성봉서루)
 

성임(성임)

날마다 몰아 다니기에 잠깐도 한가하지 못하다가 / 일일구치불잠한
누에 오르매 즐겨 근심스런 얼굴을 펴겠다 / 등림료부해수안
여염이 바다에 가까우매 봄이 항상 이르고 / 려염근해춘상조
송죽이 처마에 닿으매 여름도 선선하다 / 송죽당첨하역한
발을 걷으면 산빛은 화동을 침노하고 / 렴권산광침화동
해가 비끼면 꽃 그림자는 조란에 오른다 / 일사화영상조란
나그네로 한량없이 고향 생각하는 마음 / 객중무한사향의
시편을 의지하여 굳이 스스로 위로한다 / 빙장시편강자관

도중(도중)
 

성임(성임)

겹친 멧부리와 첩첩한 봉우리는 그림으로나 전할까 / 중만첩장화감전
절벽이 날아오매 길마다 샘물이다 / 절곡비래백도천
붉은 잎으로 곱게 단장한 서리 온 뒤 골짝인데 / 홍엽교장상후협
흰 구름으로 깊이 잠가 둔 동중의 하늘일네 / 백운심쇄동중천
기이한 경치가 많은 곳에는 자주 눈을 놀리고 / 기관다처빈유목
짧은 글귀를 읊을 때에는 매양 어깨를 솟구친다 / 단구음시매용견
세상사람이 자주 여기 지나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 불관세인빈과차
산승은 누더기를 끼고 앉아 날마다 한가히 존다 / 산승옹납일한면

과 압록강(과압록강)
 

강희맹(강희맹)

화선의 퉁소와 북소리는 창파를 누르는데 / 화선소고압창파
중류에서 돛대를 나란히 하여 차례로 지나간다 / 제방중류취차과
철갑 입은 기병은 구름처럼 고요히 들에 연달았고 / 철기여운련야정
무지개 같은 깃발은 해를 덮어 강에 빽빽이 모여 있다 / 예정폐일족강다
물은 지금 화계인데 비단 띠를 비끼 맨 듯 / 수금화계횡라대
산은 오랑캐 하늘에 들아가 푸른 소라 점 찍었다 / 산입호천점취라
사마로 장경은 지금 촉 나라를 달래는데 / 사마장경금유촉
새 시를 다시 보면 음하보다 묘하던가 / 신시환간묘음하

제 서강중 북정록후(제서강중북정록후)
 

강희맹(강희맹)

야박한 소리가 시끄러이 사람의 귀를 어지럽게 하더니 / 요음왜불란인청
그대의 시를 얻게 되매 내 눈이 갑자기 밝아지네 / 도득군시면홀명
금사발의 사탕물은 즐기는 성미를 따르고 / 금완자奬수기호
옥항아리의 찬 이슬은 누린내와 비린내를 씻는다 / 옥호한로세전성
보아 오면 갑자기 중한 병 나음을 깨닫고 / 간래돈각침아유
묘한 곳은 모두 도의 뼈를 이루었는가 의심된다 / 묘처혼의도골성
부끄러워라, 나는 평생에 좋은 말이 없었거니 / 괴아평생무호어
고요히 읊조리며 날이 맞도록 풍령에 누워 있다 / 세음종일와풍령

차증 일암(차증일암)
 

강희맹(강희맹)

늙어서 가난과 병이 많은데 어찌 어리석지 않은가 / 로다빈병거비치
하늘에는 묻지 않고 의사에게 즐겨 물었다 / 불문천공긍문의
두 살쩍이 눈발처럼 나부끼는 것에 가만히 놀라고 / 쌍빈암경표설루
뻣뻣한 얼굴 점점 닭껍질로 변하는 것을 괴상히 여긴다 / 완안점괴란계피
차갑고 따뜻함을 한껏 겪었으매 새로운 맛에 배부르고 / 포경랭난요신미
매우 친한 벗이 있으매 바로 좋은 기약이다 / 조유신붕시호기
즐겨 공문에서 벗이 되어 세상일 버렸나니 / 애반공문유세사
일암은 마침내 이 마음을 알리라 / 일암종시시심지

제 저자도도(제저자도도)
 

강희맹(강희맹)

왕손으로 천석이 고황에 들어 / 왕손천석입고황
십 리 평호에 별장을 마련했다 / 료리평호십리장
옛 거울의 빛은 하늘을 아래위로 나누었는데 / 옥경광분천상하
푸른 산 그림자는 물의 한복판에 거꾸로 섰다 / 청라영도수중앙
가벼운 배에 짧은 돛대로 마포와 통하여 가면 / 경주단도통마포
풀이 우거진 넓은 들은 화양에 접하였다 / 풍초장교접화양
젊은 옛날에 일찍이 여기를 지났거니 / 소소석년증력차
그림 속에 옛날 알던 물결이 있는가 의심한다 / 화중의유구창랑

한음 이수(한음이수)
 

강희맹(강희맹)

오래 한가함은 예능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 장한불시예능다
웅장하던 그 뜻도 늙어감을 어이하랴 / 장지기여로거하
스무 해의 공명은 흰 살쩍만 보태었는데 / 입재공명첨빈설
오경의 바람과 비는 등불 심지를 떨어뜨린다 / 오경풍우락등화
완로(벼슬아치)를 믿고 따라 문폐로 나아가다가 / 조수원로추문폐
즐겨 사구와 더불어 벽파를 차지했다 / 감여사구점벽파
늘그막에 와서 깃들일 곳을 정하게 되었나니 / 도득만래서식정
양화진의 강물은 거울을 새로 간 것 같다 / 양화강수경신마
금양(시흥(시흥) 땅)에 떠돌아다닌 지 해와 달이 많았는데 / 표박금양일월다
묻노니, 고인의 소식은 지금에 어떠한가 / 고인소식문여하
짧은 울타리에 쇠잔한 국화는 차가워서 고운 빛 없고 / 단리잔국한무염
찬 기와의 많은 서리는 꽃이 눈부신다 / 랭와번상현유화
산이 옛 집을 끼었으매 검푸른 빛을 띄우고 / 산옹구려부대색
달이 앞 재를 엿보매 금물결을 솟구친다 / 월규전령용금파
인간의 긍경(맺힌 곳)을 끝내 풀기 어렵나니 / 인한긍계종난해
지금부터는 납칼을 갈 일이 없구나 / 종차연도불용마

함양촌사 화 서강중 운(함양촌사화서강중운)
 

강희맹(강희맹)

광문은 가는 곳마다 추워도 담요가 없었나니 / 광문도처한무전
흰 털을 거울에 비추어 늘그막을 슬퍼했다 / 백발조경비모년
원량(도연명)은 처음으로 세 길이 있는 집을 지었고 / 원량초개댁삼경
허행은 백성의 한 구역을 받기를 원하였다 / 허행원수맹일전
평생에 만족할 줄을 알매 즐겁고 또 즐거운데 / 반생지족악부악
만사는 마침내 그렇고도 그렇지 않은 것이다 / 만사도두연불연
척안과 곤붕이 다 같이 유희하거니 / 척안곤붕등유희
푸른 산과 일만 골짝이 푸른 여기에 묻히었다 / 청산만학매창연

응제부 압구정 사시(응제부압구정사시)
 

강희맹(강희맹)

봄날 옥련 곁에 아침이 돌아오니 / 춘일조회옥련방
흥을 타고 성을 나가매 거기는 바로 창랑이다 / 승한출곽즉창랑
북쪽으로 금지(비원)를 바라보매 앵화는 늙었고 / 북망금지앵화로
서쪽으로 징강을 나가매 금대같이 길었더라 / 서거징강금대장
희고 둥근 모래 밭을 사랑해 다시 지팡이를 의지해 서고 / 백애원사환의장
멀고 푸른 봉우리를 예뻐해 자주 평상을 옮기나니 / 청령원수루이상
탁영가를 마쳤는데 보이는 사람 없고 / 탁영가파무인견
마음에 드는 것은 물가의 두약이 향기롭다 / 만의정주두약향

아향이 바퀴를 밀어 음기(비오는 기회)를 돌리니 / 아향추곡전음기
강 비는 물동이를 엎질러 낚시터가 잠겼다 / 강우번분이몰기
탁한 물결은 멀리 넓은 들을 삼키었고 / 탁랑요탄평야활
빠른 바람은 나직이 어두운 연기를 쫓았다 / 맹풍저축명연비
때로는 마을을 찾아 지나가는 노젓는 소리를 듣고 / 시문아로심촌과
멀리서 언덕 곁으로 돌아가는 고기잡이 등불을 본다 / 원견어등방안귀
봉창에 기댄 많고 적은 천리의 나그네들 / 다소의봉천리객
취해 자매 바람과 비가 도롱이에 가득 찼다 / 취면풍우만사의

갈대의 흰 이슬 밤 동안에 서리 날리는데 / 겸가백로야비상
발을 걷어 올리매 달은 더욱 밝아라 / 권상렴구월전랑
물결이 고요하여 고기와 용은 수부에 잠들었고 / 랑정어룡면수부
하늘이 차매 갈매기와 해오라기는 호수 빛에 머무른다 / 천한구로두호광
편하고 위태로움에는 쌍검을 기댄 것 스스로 믿고 / 안위자신빙쌍검
차가웠다 따사했다 하매 오장을 먹은 것을 도리어 놀란다 / 랭난환경궤오장
나도 이미 속세를 잃고 사람들도 나를 잊었나니 / 아이망기인망아
마침내 들 늙은이를 따른들 무엇이 슬프랴 / 종수야로야하상

새벽 빛이 침침하여 언 구름에 잠겼는데 / 효색침침쇄동운
산과 물은 갑자기 옥룡의 무늬로 변하였다 / 산하홀변옥룡문
몸을 이끌고 잠깐 강호의 길로 향했나니 / 장신잠향강호로
허튼 발자취라 과연 금수들과 함께 하리 / 랑적녕동조수군
도롱이와 삿갓은 새 생활의 계획이요 / 사립고주신활계
금도장과 자색 인끈은 옛날의 공훈일세 / 금장자수구공훈
항아리 술도 이미 다하고 강 정자는 저물었는데 / 일존차진강정만
눈 맞은 나무와 매화꽃을 모두 분별 못 하겠네 / 설수매화총불분

송 승귀산(송승귀산)
 

노사신(로사신)

지팡이를 이끌고 돌아가 오대산 중이 되었거니 / 휴공귀작오대승
어찌 창 앞에서 종이를 뜷는 파리와 같을 것인가 / 하사창전혈지승
방석에 앉아 한 번 관하면 오직 적조뿐인데 / 포상일관유적조
인간의 온갖 일은 모두 제와 승일세 / 인간만사진제승
콸콸콸 흐르는 시냇물 소리는 무생의 법문이요 / 계성괵괵무생화
밝고 빛나는 산 위의 달은 큰 지혜의 등불이다 / 령월휘휘대지등
호종할 그때에 일찍 거기 올랐는데 / 호종당년증상차
온 산의 소나무와 계수나무는 천 층으로 우거졌다 / 만산송계울천층

기 종성 축객(기종성축객)
 

이숙감(리숙감)

밝을 때에 멀리 쫓는 것은 무슨 까닭이던가 / 청시환축문추인
아득한 하늘 끝에 이 한 몸 붙었나니 / 묘묘천애저차신
터진 옷에는 아직 어머니의 실이 남아 있었고 / 의탄상여자모선
섣달이 돌아왔는데 그래도 고향의 봄은 멀다 / 랍회유격고원춘
변방의 방울 소리에 꿈은 놀라 자주 베개를 돋구고 / 몽경변탁빈추침
오랑캐 피리 소리에 눈물이 떨어져 어느새 수건에 찬다 / 루락호가역만건
여기서 그대 마음의 괴로움을 생각하나니 / 시처료군심사고
시를 지어 붙이면서 가만히 마음 상한다 / 제시기여암상신

매정(매정)
 

허종(허종)

말이 빠지는 거리의 만장이 되는 먼지 / 몰마가두만장애
어찌 일찍이 반점인들 산 모통이에 왔던가 / 하증반점도산외
뜻이 굳세매 즐겨 동황(봄을 맡은 신)의 힘을 끌어 왔고 / 의견긍색동황력
빛이 바르매 아마 백제를 시켜 심었을 것이다 / 색정응교백제재
숲 밑에 눈이 차도 스스로 즐거워하고 / 림하설한능자적
세상의 꽃이 움직여도 시기를 면할 수 있다 / 인간화동면상시
마음으로 마지막 잎사귀에서 국 맛을 맞추는 열매를 기약하거니 / 심기후엽조갱실
바람 앞에서 옥젓대의 재촉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불파풍전옥적최

남원 동헌운(남원동헌운)
 

허종(허종)

객지에 있으매 비로소 일일이 어려움을 알겠네 / 용리방지사사간
인생은 무슨 재주로 붉은 얼굴을 머물게 할 것인가 / 인생하술주홍안
다니다 가는 게으른 다리를 펴 꽃다운 풀을 찾고 / 행신라각심방초
앉아서 읊조리는 머리를 끄덕이며 어지러운 산을 센다 / 좌점음두수란산
꿈꾸는 베개에서는 이 몸의 한 세상을 이미 깨달았거니 / 몽침이암신일세
취하는 고을에서 어떻게 삼간집을 얻으랴 / 취향나득옥삼한
아침부터 오는 소나기는 뜻이 없지 않았나니 / 조래취우비무의
바쁜 가운데서 반날의 한가함을 내게 빌려 주었네 / 차아망중반일한

차 안변 동헌운 영설(차안변동헌운영설)
 

허종(허종)

시정은 반드시 패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거니 / 시정불필파교중
가학루 앞의 형세는 공중에 가득하다 / 가학루전세만공
해가 남전을 비출 때 처음으로 눈에 어른거리고 / 일조람전초힐안
숲이 담복에 나부낄 때에는 이미 바람을 흔들었었다 / 림표담복이요풍
담요를 씹는 노감이 진실로 아까웠지만 / 교전로감진감석
적의 장수를 사로잡으매 그가 바로 영웅이었다 / 금적장군최시웅
변방의 성을 멀리 생각하면 추위가 심한데 / 요상변성한우심
모래밭에 끝까지 길이 없어 원융을 머무르게 하였다 / 궁사무로주원융

제 산수도(제산수도)
 

허계(허계)

십년을 흘러 다니다 이모(흰 털과 검은 털)의 사람 되었거니 / 십년류락이모인
천리 강산이 눈에 들어 새롭다 / 천리강산입안신
초 나라 사람은 무협의 꿈을 이루지 못했는데 / 초자불성무협몽
고기잡이 첨지는 헛되이 무릉의 봄을 저버렸다 / 어옹허부무릉춘
구름과 연기 낀 골짝 어귀에는 세 사람의 중이요 / 운연동구승삼배
바람과 비가 치는 봉우리 머리에는 한 바퀴의 달이다 / 풍우봉두월일륜
궤에 기댔으매 내가 나를 잃은 줄을 일찍이 알았거니 / 은궤조지오상아
어찌 반드시 북산에서 진을 찾으랴 / 북산하필경심진

조우 유연기 시임사군 수경 (조우류연기시림사군 수경)
 

김종직(금종직)

짧은 신과 낮은 모자로 길손의 티끌을 떨치다가 / 단화저모불정진
한 병 술로 객지에 머무르면서 또 봄을 찾아 본다 / 존주류련차탐춘
다만 신군으로 하여금 손을 좋아하게 한다면 / 단사신군능호객
이 좋은 비가 사람을 묶는 것이 상관없으리 / 불방감우편관인
우거진 나무 가지는 다투어 잎을 내고 / 반용수초쟁추엽
흐르는 시냇물은 쉬이 고기를 차리 / 오인계류역축린
이내 고향에 한식의 가까움을 기억하니 / 잉억고향한식근
복어는 물에 오르고 고사리 싹은 새로우리라 / 하돈상수궐아신

한식(한식)
 

김종직(금종직)

청명과 한식은 1년의 봄이라 / 청명한식일년춘
시절 물건이 골고루 눈에 들어 새로워라 / 절물반반입안신
붉은 빛은 산꽃을 도와 진달래가 찌는 듯 / 홍친산화증척촉
푸른 빛은 들나물을 가리어 고운 자리를 편 것 같다 / 청도야채세인진
남은 생의 벼슬 형편은 재미없을 줄 알고 / 잔년관황지무미
늘그막에 사귀는 우정은 곱이나 친한 줄을 깨닫겠다 / 만절교정각배친
바라보매 고인은 지척의 사이인데 / 상망고인위지척
한 잔 술로 좋은 때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서러워하노라 / 일배한불공량진

손오 화여 이월매운 주필부화(손오화여이월매운주필부화)
 

김종직(금종직)

들 늙은이가 해마다 꺾어 울타리를 만들면 / 야로년년절사번
온갖 꽃이 비웃으며 괴로이 숙덕거린다 / 군방조소고상훤
옥비를 늦도록 못 만나니 운명에야 어찌하리 / 옥비지모내부명
청조는 쓸쓸히 한갓 혼을 끊는다 / 청조적요공단혼
오늘 언 꽃술로 인해 취하지 않으면 / 차일불연빙예취
내일 아침에는 다만 납부가 남아 있으리 / 명조지유랍부존
비원의 비밀한 땅에는 빈틈이 많으리니 / 상림밀지응다극
묻노니 어떤 사람이 고촌으로 옮겨 오리 / 차문하인이고촌

중추 천왕봉 불견월(중추천왕봉불견월)
 

김종직(금종직)

장부 속에서 몸을 빼어 높은 산에 올랐거니 / 추신부령척최외
좋은 때를 조물의 시기함을 받았다 / 강피량진조물시
안개가 온 세상 넘치매 팔굉이 바다인데 / 무창환구팔굉해
바람은 바위 산을 흔들어 만 방망이의 우레일세 / 풍흔암악만퇴뢰
천주에서는 좋은 놀이를 계속하기 어려움을 알겠고 / 승유천주지난계
경대에서는 맑은 꿈이 돌아오기를 생각할 수 없구나 / 청몽경대미의회
마침 흉한 구름이 잠깐 틈을 내었나니 / 시유완운잠성하
누가 능히 저 달을 잡아 가슴 가득히 오려나 / 수능취월만회래

병 후 선산에 부임하려 배로 여주를 지나 청심루에 올랐으나 주인을 만나지 못해 배로 돌아와 총총히 가정운을 차운함[병후장부선산주과려주등청심루불여주인우경환주중총총차가정운]
 

김종직(금종직)

띠집의 가시 울타리 끝에 배를 매었노니 / 유주모사극리단
고기와 새들이 어찌 일찍 내 얼굴을 알았으랴 / 어조하증식아안
앓고 난 뒤라도 지팡이와 신을 갖출 수 있어 / 병후유능찬장구
귀양 오매 겨우 강산을 구경할 수 있구나 / 적래재득상강산
10년의 세상 일은 외로이 읊조리는 속에서 지났는데 / 십년세사고음리
8월의 가을 모양은 어지러운 나무 사이에 있다 / 팔월추용란수간
잠깐 난간에 기대었다가 이내 북쪽을 바라보나니 / 일삽의란잉북망
뱃사공은 타기를 재촉하여 한가롭지 못하게 하네 / 수사최재불교한

밤에 보은사 아래에 배를 대어 주지 우사에게 준다. 절 옛이름은 신륵인데 혹은 벽사라고도 한다. 예종조에 개창하였는데 극히 웅장하고 화려하다. 지금 액을 내렸다[야박보은사하증주지우사사구명신륵혹운벽사예종조개창극굉려사금액]
 

김종직(금종직)

보은사 밑에서 해가 저물어 / 보은사하일훈황
배를 매고 중을 찾아 달빛을 밟는다 / 계람심승답월광
동우는 이미 이루어져 새로운 법계인데 / 동우이성신법계
강호는 아직도 옛날의 시의 창자를 흔든다 / 강호유교구시장
상방의 종이 울매 여룡이 춤추고 / 상방종동려룡무
만 구멍에서 바람이 나매 철봉(절 뒤의 산 이름)이 난다 / 만규풍생철풍상
민공을 진중하는 것도 사람의 일이거니 / 진중민공역인사
때로는 소채라도 갖추어 뱃길을 물어 보라 / 시장채파문방항

절도사 이약동(리약동)이 진에 부임할 제 연아(연아)운으로 차운하다[차리절도약동부진운연아]
 

김종직(금종직)

새우등 같은 누대에 기대 굽어볼 만하구나 / 오배루대가부빙
고래 물결 만 리에 거울 빛이 맑다 / 경파만리경광징
종들은 여가가 있어 말을 훈련시키는데 / 해노유가능조마
막객은 할 일 없어 다만 매를 팔에 앉혔다 / 막객무영단비응
교악은 가만히 천노의 소리에 놀라고 / 교악암경천노향
벽제는 한가히 오아(다섯 깃발)의 층계에 섰다 / 벽제한립오아층
태평하여 아직 용도의 꾀를 시험하지 못하고 / 대평미시룡도책
꿩을 쏘다 이내 죽원에서 승을 찾는다 / 사치인과죽원승

화 옥 여지잡(화옥여지잡)
 

김종직(금종직)

부질없이 풀집의 토목 같은 형상으로 / 만파봉려토목형
도산에서 일찍 봉황의 날개를 밟았다 / 도산증섭봉황령
문장으로는 감히 3천의 편지에 비기랴 / 문장감의삼천독
세월에서는 자주 15의 달력풀에 놀란다 / 세월빈경십오명
고국이 구지레한데 부질없이 비단옷을 짓고 / 고국룡종공제금
잔편은 흩어졌는데 또 반딧불을 날린다 / 잔편랑자우비형
시를 지을 때는 금란의 벗을 묻고 / 재시위문금란우
백호전에서 말할 때는 나도 정씨 다음 차례는 갈 것이다 / 백호담경긍수정

구월 십팔일 효부 안곡역 영 절도사 유작 증 정강수(구월십팔일효부안곡역영절도사유작증정강수)
 

김종직(금종직)

날라리[화각]소리 속에 고삐 안장 정비하고 / 화각성중정비채
정절(절도사의 행차)을 맞이하려 하매 역정이 멀다 / 위영정절역정사
거친 마을 10리에 등불은 창을 뚫는데 / 황촌십리화천옥
이지러진 달 오경에 서리가 신에 찼다 / 결월오경상만화
토끼를 잡고 여우를 치매 참으로 흥취 있는데 / 격면벌호진유흥
솔을 심고 대를 묻기에 어찌 집이 없겠는가 / 재송문죽기무가
시내 건너 수염이 언 늙은이 부끄러워했나니 / 격계수살빙염수
코 골며 달게 자던 잠 새벽 피리소리에 깨다 / 한수방감오효가

차 극기 기 고당 형운(차극기기고당형운)
 

김종직(금종직)

잠깐 연기와 안개를 따라 명몽한 데 들었나니 / 잠수연무입명몽
물 구멍과 바람 바위 1만 골짜기 가운데다 / 수혈풍암만학중
희랑의 탑 가에는 까마귀가 경쇠를 쪼으고 / 희안탑변오탁경
고운(신라의 최치원)의 대 위에는 학이 소나무를 돌더라 / 고운대상학교송
이미 티끌의 발자취로 하여금 그윽한 길에 헤매게 하였는데 / 이교진촉미유경
언제나 신선의 바람이 있어 반공에 떨어진다 / 장유선표락반공
문득 웃노니 장래에 공을 지키며 살 때에 / 각소장래거렬수
산경을 멀리 걷기를 나와 같게 하리라 / 산경가보여오동

독사(독사)
 

김종직(금종직)

한조각 마음이 죽소(옛 사적)를 좇아 놀다가 / 일편심종죽소유
무단히 억울하게 기요의 근심을 짓는다 / 무단왕작기천우
황우는 아득하여 천고를 이루었는데 / 황우막막성천고
공맹은 바쁘게 구주를 뜻하였네공맹서서지구주
세상일이 개 다리 같은 황제임을 어찌 견디리 / 세사나감구각짐
민생은 죽는 돼지의 근심임을 반드시 알겠다 / 민생긍요사저수
안석에 기대 푸른 산을 한가히 요리하노니 / 청산은궤한료리
솔바람은 쓸쓸히 가을을 보내 준다 / 송뢰소소자송추

화충보(화충보)
 

김종직(금종직)

벽에 가득한 책에 방은 더욱 그윽한데 / 만벽도서실전유
희농은 멀었거니 부질없는 시름이다 / 희농원의만청수
온 하늘의 별 모양에 두가 처음이라 이름했고 / 일천성상재명두
아홉 두락의 난초 향기에 간혹 유(냄새가 약한 풀)가 섞이었다 / 구원란형혹간유
누른 책의 성현을 그대는 우선 마주하라 / 황권성현군차대
푸른 섬의 연기와 달에 나는 장차 뜨리라 / 창주연월아장부
북신에 진실로 요의 다스림 있으면 / 북진뢰유요수공
즐거이 뭇 백성과 더불어 우휴(가엾이 여겨 내는 소리) 그만두리 / 가여증려파환휴

차 선원 증 노군운(도선원증려군운)
 

김종직(금종직)

여러 번 시서를 가지고 의려를 찾았더니 / 루파시서고의려
사람들은 많이 부족했는데 자네는 넉넉했다 / 인다불족자영여
어찌 구태여 활수로 삼목을 힘쓸건가 / 하수활수근삼목
마침내 먼 바람을 비기어 길게 부르짖음[일허]을 빌리었다 / 종의장풍차일허
비자나무 책상에는 티끌이 거문고 위의 기러기를 침노하고 / 비궤진침금상안
찬 부엌에는 해가 솥 안의 고기를 비추었다 / 한주일조부중어
선원은 진실로 내 동지라 / 선원진개오동지
그러므로 현현한 형우거(모두 옥의 이름)를 주노라 / 고증현현형우거

차 소유운 각기(차소유운각기)
 

김종직(금종직)

몸을 가지려면 비로소 삼잔을 갖추어야 족하고 / 지신재족비삼잔
세상에 사는 것은 진실로 일반을 훔치는 것과 같다 / 처세진동절일반
재주가 다하매 꿈에 품 속의 붓을 더듬고 / 재진몽탐회리필
봄이 돌아가매 날로 거울 속의 얼굴이 주름진다 / 춘귀일추경중안
띠집은 헛되이 동쪽 서쪽의 산골물에 정했고 / 묘자공복동서양
사부는 도리어 크고 작은 산을 부끄러워한다 / 사부환참대소산
우리 무리는 그대와 같은데 아는 사람이 적네 / 오당여군지자소
눈 수레와 얼음기둥으로 도와주어야 하리 / 설차빙주가추반
차 임원옹(차림원옹)
 

김종직(금종직)

연래에 두 살쩍이 청춘을 잃었는데 / 년래량빈실청춘
어찌 뜻했으리 이 몸에 금화 입을 줄을 / 기의금화착차신
초초한 도서는 진실로 가만히 부추긴 것이요 / 초초도서진절취
서서한 추로도 마침내 나무에서 헤매었네 / 서서추로의미진
도롱이와 삿갓을 가지고 남쪽 밭 의지 못하고 / 미장사립연남무
문득 잠영을 정제하고 북신을 향하노라 / 각정잠영향북진
화정의 가풍을 그대가 떨어뜨리지 않았거니 / 화정가풍군불추
물이나 산이나 가는 곳마다 한가한 사람되리 / 계산수처작한인

중용 형이 내가 장차 임금이 부르는데 가게 되므로 멀리 시로써 주나, 어찌 내가 병들어 가지 못함을 알리오. 차운하여 부치노라[중용형이여장부소요신이시기지여지병불능진차운봉기]
 

김종직(금종직)

늙어지면 그 심회가 스스로 상하기 쉽나니 / 로대금회역자상
하루에 영원(형제) 일은 아홉 번 창자 틀리네 / 령원일일구회장
벼슬하려는 심정이 막막하기 계륵과 같고 / 환정막막동계륵
구름 길은 명명한데 기러기 행렬을 보낸다 / 운로명명송안행
시를 두 벌레에 비유했으니 소내한이요 / 시유이충소내한
거문고를 한 딸에게 전했으니 채중랑이다 / 금전일녀채중랑
우리 모이면 응천 굽이를 산보하다가 / 회수장책응천곡
뱃놀이가 끝나거든 해왕(게 장)을 쪼개보세 / 도진선벽해황


기겸선(기겸선)
 

김종직(금종직)


겸선이 복을 입고 함녕의 호계 동쪽 언덕에 있었다. 내가 만일 부름을 받고 부임하게 되면, 길을 굽혀서라도 찾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병으로 벼슬을 하직했으니 처음 계획이 어긋났다. 그런데 생각하면 내 병은 아직 낫지 않았으나 겸선의 복은 끝났으니, 멀지 않아 서울로 돌아갈 것이다. 내가 비록 병은 났지만 바다에 뜰 생각은 원래 정해진 것이라, 아마 10년 동안은 쉬이 만나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 시를 지어 보내는 것이다.

지금의 큰 솜씨로 반과 양같은 이를 얻었으니 / 당금대수득반양
나는 욕되게 빈교로써 얼마나 꽃다움을 입었던고 / 아첨빈교기목방
두 땅의 소려(선비의 집)에서 같이 경경하였고 / 량지소려동경경
10년의 청쇄(홍문관)에서 각기 망망하였다 / 십년청쇄각망망
병으로 서쪽을 웃기 어려워 풍의가 막히었고 / 병난서소풍의조
늙어서 동쪽으로 뜨려 하매 계획이 길다 / 로욕동부화계장
황악과 호계는 겨우 백 리이거니 / 황악호계재백리
고달피 경렴당에 누워 있는 것 견디지 못하겠네 / 불감리와경렴당

기겸선(기겸선)
 

김종직(금종직)


겸선이 복을 입고 함녕의 호계 동쪽 언덕에 있었다. 내가 만일 부름을 받고 부임하게 되면, 길을 굽혀서라도 찾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병으로 벼슬을 하직했으니 처음 계획이 어긋났다. 그런데 생각하면 내 병은 아직 낫지 않았으나 겸선의 복은 끝났으니, 멀지 않아 서울로 돌아갈 것이다. 내가 비록 병은 났지만 바다에 뜰 생각은 원래 정해진 것이라, 아마 10년 동안은 쉬이 만나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 시를 지어 보내는 것이다.

지금의 큰 솜씨로 반과 양같은 이를 얻었으니 / 당금대수득반양
나는 욕되게 빈교로써 얼마나 꽃다움을 입었던고 / 아첨빈교기목방
두 땅의 소려(선비의 집)에서 같이 경경하였고 / 량지소려동경경
10년의 청쇄(홍문관)에서 각기 망망하였다 / 십년청쇄각망망
병으로 서쪽을 웃기 어려워 풍의가 막히었고 / 병난서소풍의조
늙어서 동쪽으로 뜨려 하매 계획이 길다 / 로욕동부화계장
황악과 호계는 겨우 백 리이거니 / 황악호계재백리
고달피 경렴당에 누워 있는 것 견디지 못하겠네 / 불감리와경렴당

윤팔월 십구일 직려 우음(윤팔월십구일직려우음)
 

김종직(금종직)

옛날 봉산의 장실에서 토론했더니 / 장실봉산석토론
13년 뒤에 다시 은혜 입었다 / 십삼년후경도은
눈이 흐렸으매 바로 금련의 촛불을 두려워하고 / 안화정겁금련촉
입이 막히었으매 백호의 술을 잔질하기 어렵다 / 구경난짐백호준
서리 뒤의 오동은 아직도 우수수하고 / 상후오동유솔솔
달이 밝아 까치들은 스스로 퍼득인다 / 월명지작자번번
고향 동산의 솔과 국화는 이미 거칠었으리니 / 고원송국응무몰
젖어미는 지금에 꿈속의 혼이 갔다 왔다 하리라 / 니모이금족몽혼

만기(만기)
 

김종직(금종직)

시끄러운 물질에 매였는 것 모두 노예들이라 / 분분물역진여대
동산 초막에 높이 누워 부재를 즐기나니 / 고와원려악불재
울타리에 바람이 비끼매 삽살개가 호랑이를 경계하고 / 리락풍전방경호
개울 다리에 달이 맑으매 까치가 매화나무로 옮긴다 / 계교월담작이매
서리꽃이 섬돌을 덮어 봄이 아직 차가운데 / 상화복체춘유랭
사람 소리가 마을에 연이었으니 꿈이 이제 깨었다 / 인어련촌몽이회
경영하는 집 일 없으매 늦게 일어났거니 / 가사무영인만기
주류와 수회에 관계된 것 아니다 / 비관주류여수회

복룡 도중(복룡도중)
 

김종직(금종직)

윤여(대로 만든 가마)가 삐걱삐걱 맑은 개울 건넜는데 / 순여이알도청천
멀리 보매 전구는 언덕밭을 지났구나 / 요견전구과판전
고을 개가 사람을 짖으매 울타리에 구멍 있고 / 읍견폐인리유두
들 무당이 귀신을 맞이하매 종이가 돈이 된다 / 야무영귀지위전
조각 구름은 찬 날을 머금었다 토했다 하고 / 단운한일공탄토
작은 봉우리 편편한 등성이는 저 멀리 잇닿아 있다 / 소巚평강원접련
남쪽으로 금성 30리 갈 것이니 / 남거금성삼십리
교구꾼 어깨가 벌겋게 될까 걱정한다 / 각수정진담부견

한식 촌가(한식촌가)
 

김종직(금종직)

불을 금하는 때(한식)에는 봄일이 많나니 / 금화지진춘사다
방비를 점검하는 것도 농가에 있다 / 방비점검재농가
비둘기는 국국 아가위 나무 잎에서 울고 / 구명곡곡체당엽
자비는 훨훨 무우꽃에서 나네 / 접비관관무청화
나무를 지는 밭두덕 위에는 검정 송아지 돌아오고 / 대초롱상오건반
나물 가리는 울타리 밑에는 쪽진 여자가 노래한다 / 도채리변채고가
밭이 있어도 돌아가지 않음은 쌀 다섯 말에 집착함이니 / 유전불귀련오두
원량이 사람을 웃은들 장차 어찌하리오 / 원량소인장내하

영 산거 증 산중도인 오수(영산거증산중도인오수)
 

김시습(금시습)

지둔이 산중에서 초당을 얽으매 / 지둔산중결초당
허순이 찾아와서 광상을 같이했네 / 허순래방공광상
운송의 취미는 한가할수록 높은데 / 운송취미한래아
설죽의 정회는 늙을수록 굳세어라 / 설죽금회로거강
검은 책상에는 방외(이단)의 책을 빌려서 뒤적이고 / 오궤천번방외어
향로에는 해남의 향을 손수 꽂도다 / 압로친삽해남향
선정을 파한 뒤에는 기량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 휴언정파무기량
맑은 물과 밝은 등불로 고황에 제사하도다 / 청수명등사고황
봄 산에 짝이 없이 혼자 갈 때에 / 춘산무반독행시
원숭이가 쌍쌍이 앞뒤에서 따랐네 / 원유쌍쌍선후수
떡갈나무 잎이 시내를 그늘 지우매 오솔길에 헤매이고 / 곡엽음계미소경
솔삭정 돌에 누워 통하는 길 막았도다 / 송사언석애통기
해마다 밤 주워서 가난한 흉년 잊고 / 년년수표망빈겸
곳곳에 띠를 엮어 편의한 집 마련한다 / 처처단모임적의
일생을 점검해 보매 바쁜 일이 적었거니 / 점검일생망사소
세간의 고삐와 굴레는 일찍 알지 못했네 / 세간강륵불증지

손이 와서 말없이균상에 마주하니 / 객래무어대균상
숲속의 아지랑이는 아물아물 저녁볕에 물들고 / 림애비비염석양
산신령이 와서 나를 괴롭힐까 두럽지 않지만 / 불파산령래뇌아
들쥐가 양식 훔칠 줄 아는 것이 몹시 화나도다 / 심진야서해투량
도지화로에 불을 피움은 밤을 구으려 함이요 / 지로발화장외률
구리 탕관에 샘물을 뜨는 것은 탕을 끓이려 함이로다 / 동관성천욕자탕
이런 괴로움은 부역이 아니어니 / 불시고위형소역
숨은 선비의 살아가는 일로는 보통이리라 / 은거생업차심상

세상 맛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볶는 것 같은데 / 세미어인고사전
숲과 샘물의 맑은 흥취는 진실로 유연하여라 / 림천청흥정소연
풀은 들길을 나뉘어 푸르기는 물든 것 같은데 / 초분야경청여염
꽃은 산의 서재를 끼어 붉기가 타는 것 같구나 / 화옹산재홍욕연
해는 어린 이끼를 굽는데 구욕새는 울고 / 일구눈태구욕어
바람은 참대에 부드러운데 사향노루가 조은다 / 풍유고죽사향면
다시는 티끌 속의 일을 말하기 싫었나니 / 불감경설진중사
연기와 놀 속에 높이 누운 지 이미 여러 해여라 / 고와연하이수년

따로이 생애가 있어 푸른 산에 머무르거니 / 별유생애주벽산
한가한 정은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네 / 한정불욕어인간
이끼 낀 한길은 대밭에 통했는데 / 매태일경통수죽
천 그루 솔과 전나무는 작은 뫼를 둘렀도다. / 송회천주잡소만
바위의 새는 내려와종병사를 엿보고 / 암조하규종병사
골짜기의 구름은 와서 조사단을 보호하네 / 동운래호조사단
어느 누가 너를 위해 초은시를 지을 건가 / 아수위이제초은
단계가 무더기로 났나니 어찌 잡아보랴 / 단계총생즘가반

화 종릉산거 시 이수(화종릉산거시이수)
 

김시습(금시습)

해마다 사미를 도처에서 겸했거니 / 사미년년도처겸
개울빛과 산빛이 쑥대 발에 비치네 / 계광산색영봉렴
약초밭에 사슴이 장난친다고 성낼 것 있나 / 약원록희하증온
차 달이는 부엌에 버섯이 나도 싫어하지 않는다 / 다조균생역불혐
만사를 자세히 보면 가난도 바로 즐거움이요 / 만사성래빈시악
한 몸이 한가하면 늙음도 싫어할 것 이니어니 / 일신한료로비염
웃으며 티끌 세상의 유유함을 보나니 / 소간진세유유자
너무 굵지 않으면 곧 너무 가늘더라 / 무견추소편태섬

인간의 변하는 꼴은 비단보다 얇거니 / 인간변태박어사
끝내 돌아와 푸른 놀 속에 눕는 것이 옳도다 / 단합귀래와벽하
늙은 경우는 병든 매미라 어둑한 잎에 숨어야 하고 / 로경병선장예엽
인생은 가을 나비라 뜬 떼배에 붙여야 하네 / 인생추접기부사
바람 앞에는 추룩추룩 솔방울이 날고 / 풍전세세비송자
구름 밖에는 뚝뚝 계수꽃이 떨어진다 / 운외삼삼락주화
도인은 항해를 먹는다고 말하지 말라 / 막도도인연항해
바위 곁의 봄비에 깨를 심느니 / 암변춘우종호마

고목(고목)
 

김시습(금시습)

긴 가지 구불어지고 작은 가지 비스듬한데 / 장지반굴소지사
곧은 줄기는 정정히 푸른 놀 속에 솟아 있네 / 직간정정용벽하
몇 해나 바위를 기대어 비와 눈물 물리쳤던가 / 기세의암배우설
언제나 용이나 뱀으로 화해 멀리 달아나려나 / 하년초주화룡사
혹이 붙은 껍질은 울퉁불퉁하여 장생의 나무요 / 류피옹종장생목
기이한 모양은 우뚝하고 뾰족하여 한사의 뗏목일세 / 기상롱嵸한사사
봄이 와도 마음이 없는 것 하늘도 애석히 여겨 / 춘지무심천역석
등나무로 잎이 되고 이끼로 꽃이 되게 하였도다 / 교등위엽선위화

차 사가운(차사가운)
 

김시습(금시습)

책상 앞의 시필을 귀찮지만 다 마치고 / 상전시필라전제
동쪽 동산 거닐매 짚신이 좋아라 / 신보동원천초혜
벌이 꽃술을 빨아 향기가 길에서 일고 / 봉삽화수향야경
사향노루 봄 언덕에서 조는데 푸른 빛은 시내를 따른다 / 사면춘오록연계
밭두덕 머리의 구기는 천 줄기 길었고 / 롱두구기천경장
바위 곁의 인삼은 다섯 잎이 가지런하구나 / 암반인삼오엽제
선원은 쓸쓸하여 속세 일이 적은데 / 선원황량진사소
화동에는 제비만이 진흙을 쌓네 / 화동유유연첨니

감회(감회)
 

김시습(금시습)

43년의 일이 이미 다 글렀나니 / 사십삼년사이비
이 몸은 전혀 컸던 뜻과 어긋났네 / 차신전여장심위
신어는 아홉 번 변해 천 리를 나는데 / 신어구변등천리
큰 새는 3년에 한 번 날려 한다 / 대조삼년욕일비
귀를 씻으려 다시 동쪽 개울 물을 찾고 / 세이경심동간수
주림을 달래려 북쪽 산의 고사리를 캐었네 / 료기박채북산미
지금부터 돌아갈 곳을 비로소 깨달았나니 / 종금각귀여처
눈 속의 대나무와 서릿발의 죽순은 늙어서 의지할 만하여라 / 설죽상균로가의

담상 유감(담상유감)
 

김시습(금시습)

봉우리 위의 푸른 단풍나무는 천만 가지인데 / 봉상청풍천만지
봄을 슬퍼하는 정서는 어지럽기 실과 같도다 / 상춘정서란여사
바위 곁에 핀 꽃 울긋불긋하여도 응당 주인은 없으리니 / 암화작작응무주
나는 나비 쌍쌍으로 가는 것 슬퍼할 만도 하여라 / 호접쌍쌍역가비
어떻게 하면 사람의 일이 수경같을꼬 / 인사나능여수경
까마귀 새끼의 수컷 암컷을 그 누가 분별하리 / 오추수부식웅자
진 나라의 구덩이와 한 나라의 금고가 다 이러하거니 / 주갱한고개여차
부는 것 어느 것이 참이요 어느 것이 거짓인가 / 숙시진취숙절취

궁수(궁수)
 

김시습(금시습)

곤궁한 시름 솜과 같아서 부딪치면 곧 붙이나니 / 궁수여서착선점
맑은 시 아니고 고칠 수 없네 / 제각청음불가폄
게으른 성질은 이미 나무에 깃드는 새와 같은데 / 란성이여루목조
삶을 경영하는 것은 낚싯대에 걸리는 메기와 무엇이 다르랴 / 영생하이상간점
대흠통 파서 찬 우물을 보태고 / 한고죽견첨한정
소나무 가지 꺾어서 짧은 처마를 깁는다 / 위절송지보단첨
문을 닫고 글을 지으면서 스스로 위로하나니 / 폐호저서료자위
뜰에 가득한 성긴 비는 부실부실 나리네 / 일정소우정렴섬

화 기수운 이수(화기수운이수)
 

김시습(금시습)

쓸쓸한 초가집에 가을 흥취가 길어 / 요락정려추흥장
때로는 소리 높이 시를 읊어 늙은이 미친 짓을 하네 / 랑음시작방옹광
산성의 소나기는 쇠잔한 더위를 거두고 / 산성취우수잔서
바람 부는 나무에 간간이 우는 매미는 늦서늘함에 울도다 / 풍수소선인만량
상단의 고운 추위 늙은 뼈를 놀라게 하고 / 상점눈한경로골
혜천의 맑고 찬물 마른 창자를 씻나니 / 혜천감렬완고장
근년 되어서 비로소 성상의 변함을 깨닫고 / 년래두각성상변
단을 굽는 위백양을 배워 얻었노라 / 학취소단위백양
달은 동쪽 숲에 밝아 가을밤은 긴데 / 월백동림추야장
소리 높여 외로이 읊조리며 매우 소광해 본다 / 방음고소대소광
가을 바람 만리에 갈대는 늙었고 / 금풍만리겸가로
이슬이 찬 온 하늘에는 별이 서늘하여라 / 옥로일천성두량
구름과 놀을 이미 친하여 늙고 옹졸함을 간직하고 / 이허운하장로졸
다시 샘물과 돌을 가져다 간과 창자를 씻는다 / 경장천석세간장
서쪽 난간에서 왔다갔다 하매 정황이 많은데 / 서헌사의다정황
한가히 남으로 가는 먼 하늘의 기러기 소리를 듣는다 / 한청장공안향양

사청 사우(사청사우)
 

김시습(금시습)

잠깐 개었다 다시 비오다, 비오다 또 개누나 / 사청환우우환청
하늘의 도도 그러하거니 하물며 세상의 인정이겠는가 / 천도유연황세정
나를 칭찬하는가 하면 어느새 나를 헐뜯고 / 예아편응환훼아
이름을 피하는가 하면 문득 이름 구한다 / 도명각자위구명
꽃이 피고 꽃이 진들 봄이 어찌 관리하리 / 화개화사춘하관
구름이 가고 구름이 와도 산은 다투지 않는다 / 운거운래산불쟁
세상 사람들에게 말을 붙이노니 잘 기억하라 / 기어세인수기인
어디서나 즐겨함은 평생에 득이 되느니라 / 취환무처득평생

과 잔도(과잔도)
 

김시습(금시습)

산 형세는 빙돌고 물은 가로 질렀는데 / 출세영회수자사
밥하는 연기 이는 곳에 사람 사는 집이 있더라 / 작연기처유인가
바람 앞의 제비는 보슬비를 키질하는데 / 풍전연자파미록
비온 뒤의 오리새끼는 가는 모래밭을 밟는다 / 우후부추답세사
벌레 있는 산봉우리는 멀리 천리의 눈을 막고 / 렬수원차천리안
끊어진 다리는 멀리 한 시냇가의 꽃 곁에 있구나 / 단교요방일천화
나그네의 정을 어찌할 수 없음을 일찍 알았거니 / 조지행려정무내
어찌 하는 일 없이 세월을 보내는 것 만이야 하랴 / 쟁사우유도세화

유파상(유파상)
 

김시습(금시습)

단풍잎과 갈대꽃이 낚시터를 쓰는데 / 풍엽로화불균기
타향에 벼가 익고 붕어 살찐다 / 이향도숙즉어비
별포에 바람이 생기매 찬 기러기가 울고 / 풍생별포명한안
외로운 성에 해가 떨어져 사립문을 닫는다 / 일락고성엄석비
낙락한 이 신체에도 일찍 뜻은 있었는데 / 락락형해증유지
서서한 이 신세는 마침내 무엇에 의지할꼬 / 서서신세경하의
만일 다른 날에 임천에 돌아간다면 / 림천타일여귀거
티끌과 흙에 어찌 내 옷에 묻으랴 / 진토하유득상의

독목교(독목교)
 

김시습(금시습)

작은 다리가 푸른 물결 머리를 가로 끊었는데 / 소교횡단벽파두
사람은 아른거리는 산 기운을 건너고 푸른 놀은 깊었다 / 인파부람취애심
양쪽 언덕의 이끼꽃은 비를 지나 윤택하고 / 량안선화경우윤
봉우리마다 가을 빛은 구름을 의지해 차가워라 / 천봉추색의운침
시냇물 소리는 무생의 법문을 자아내고 / 계성타출무생화
소나무 소리는 태고의 거문고를 탄다 / 송운탄성태고금
이리로 가면 서재는 아마 멀지 않으리니 / 차거정려응불원
원숭이 울고 달은 흰데 거기가 바로 동림이네 / 원제월백시동림

제김귀일시축(제금귀일시축)
 

김시습(금시습)

집은 금강의 옛절 앞에 있는데 / 가재금강고사전
해질 녘에 큰 나무는 찬 연기를 끄은다 / 석양교목야한연
산은 오극의 창망한 밖에 이어져 있고 / 산련오극창망외
땅은 계림의 표묘한 끝에 닿아 있다 / 지접계림표묘변
구성에 정자가 있어 구름은 막막한데 / 구성유정운막막
오능에 주인이 없어 풀은 우거져 있다 / / 오릉무주초천천
와룡이 사는 곳을 만일 누가 물으면 / 와룡거처인여문
뽕나무와 재나무 그늘 속에 한 길이 뚫여 있다 / 상자음중일로천

제 세향남창(제세향남창)
 

김시습(금시습)

아침 해가 밝으려는가 새벽 빛이 분명한데 / 조일장돈서색분
늘어선 숲 열린 곳에 새가 짝을 부른다 / 림비개처조호군
면 봉우리에 떠 있는 푸른 빛은 창을 열고 바라보고 / 원봉부취배창간
이웃 절의 느린 종소리는 언덕을 넘어 들린다 / 린사소종격巚문
파랑새는 소식을 전하며 약 달이는 부엌을 엿보고 / 청조신전규약조
하얀 복숭아 꽃은 떨어져 이끼 무늬에 점 찍는다 / 벽도화락점태문
정녕코 신선은 상제께 조회하고 돌아와 / 정응우객조원반
솔 아래서 한가히 작은 전의 글을 펴 보리라 / 송하한피소전문

견도음(견도음)
 

김시습(금시습)

무엇을 찾아보려 하나 찾을 곳이 없구나 / 의욕추구무멱처
본래부터 드러나 있는데 무엇을 또 찾으랴 / 본래정로부하심
다만 보고 생각하는 의혹을 통해 주면 되겠거니 / 지응통달견사혹
무엇하러 소리와 빛깔의 침노마저 끊을 것인가 / 하용단제성색침
어지러운 안개와 어두운 구름을 모두 쓸어버리고 / 란무혼운구소진
성천 각월은 모두 읊는 것 제공한다 / 성천각월진공음
맑은 빛이 삼천 세계를 녹여 부수니 / 청광삭파삼천계
옛날이나 지금의 일이 언제나 환하다 / 사사장명고도금

무제 삼수(무제삼수)
 

김시습(금시습)

온종일 짚신으로 되는 대로 거니나니 / 종일망혜신각행
한 산을 걸어 다하면 또 한 산이 푸르네 / 일산행진일산청
마음에 생각 없거니 어찌 몸에 불리우며 / 심비유상해형역
도는 본래 이름 없거니 어찌 거짓 이뤄지랴 / 도본무명기가성
밤 이슬은 마르지 않았는데 산새는 울고 / 숙로미희산조어
봄바람이 끝이 없으매 들꽃이 아름답다 / 춘풍불진야화명
짧은 지팡이로 돌아오매 봉우리마다 고요한데 / 단공귀거천봉정
푸른 절벽에 어지러운 놀이 저녁 볕에서 난다 / 취벽란연생만청

풍악이 높고 낮아 열 두 봉인데 / 풍악고저십이봉
봉 머리 돌부리에 마른 솔이 걸리었다 / 봉두석각괘고송
티끌의 어지러움에 도리어곽랑이 교묘한데 / 진분각시곽랑교
세상 일은 모두 호접을 따라 비었더라 / 세사진수호접공
계수나무 열매가 떨어질 때에 저녁 볕이 엷은데 / 계자락시잔조박
버들꽃이 나는 곳에 저믄 산이 무르녹다 / 양화비처만산농
방석에 혼자 앉았으면 향 연기는 실 같은데 / 포단독좌향여루
풍교의 밤중 종소리를 사랑스리 듣는다 / 애청풍교반야종

펄렁펄렁 하나의 지팡이가 허공을 울리며 나는데 / 편편일석향공비
오월의 소나무꽃이 푸른 산에 가득하다 / 오월송화만취미
온종일 바리를 들고 다니매 천집의 밥인데 / 진일발경천호반
여러 해로 누더기 빌었거니 몇 사람의 옷이던가 / 다년납걸기인의
마음은 흐르는 물과 같아 스스로 청정하고 / 심동류수자청정
몸은 조각 구름과 함께 시비가 없다 / 신여편운무시비
강산을 두루 밟고 다니니 두 눈이 푸르렀는데 / 답편강산쌍안벽
우담발꽃[우담화]이 피는 그때에 돌아가리 / 우담화발급시귀

차 서상거정 운 이수[차서상거정운이수]
 

김시습(금시습)

높고 낮은 돌길이 연기를 헤치고 열리는데 / 고저석경불연개
지팡이를 짚고 한가히 돌아갈 것을 읊조린다 / 의장한음귀거래
답답증을 풀려면 다만 남쪽 주막의 술이 마땅하고 / 파민지응남사주
굶주림을 달래려니 오직 북쪽 산의 나물이 있다 / 료기유유북산래
흰 구름은 바위 밑으로 무단히 가고 / 백운암하무단거
붉은 잎은 창 앞에 몇 무더기 쌓였는가 / 홍엽창전유기퇴
어떻게 글 잘하는 왕한(당 나라 시인)의 무리를 얻어서 / 안득능문왕한배
붓 끝에서 하나의 경배를 흘려 내리 / 필단류출일환배

한 떼의 가을 바람이 우물가의 오동잎을 떨어뜨리매 / 일진금풍락정동
슬픈 매미는 저넉 볕 속에서 목메여 운다 / 초선명인석양중
밤이 깊으면 서리와 이슬은 자욱하게 희고 / 야심상로䰒송백
해가 저물면 강가의 단풍잎은 짙고 옅게 붉더라 / 일모강풍심천홍
게을리 누워서는 새로 떨어지는 나무 잎을 보고 / 라만와간신추엽
태만히 앉아서는 혼자 근심스런 벌레소리 듣는다 / 소용좌청독수공
작은 난간에 달빛은 밝기가 낮 같은데 / 소헌월색명여주
읊조리기 마치매 처마 그림자가 동쪽으로 기운 것을 몰랐었다 / 음파불지첨영동

송 안변부사 박시행 부임(송안변부사박시행부임)
 

홍귀달(홍귀달)

생각하면 옛날에 큰 영 동쪽을 구경할 때 / 억작유관대령동
그대와 함께 시와 술로 봄바람을 맞았다 / 여군시주진춘풍
죽루(삼척 죽서루)에 구름이 흩어져 푸른 산이 나왔고 / 죽루운산청산출
경포(강릉 경포대)에 하늘이 맑아 푸른 바다가 비었었다 / 경포천청벽해공
고래 물결은 어지러이 흰 모랫길을 침노했고 / 경랑란침사로백
말 발굽은 가벼이 붉은 해당화를 찾았다 / 마제경축해당홍
일생의 의기가 여러 해 이별했거니 / 일생의기장년별
오늘에 어찌 다시제비와 기러기 됨을 견디랴 / 차일나감경연홍

재연경 장환 증서장(재연경장환증서상)
 

홍귀달(홍귀달)

내일 아침이면 해동의 하늘을 향하게 되리니 / 명조의향해동천
학야와 용만의 흥이 아득하여라 / 학야룡만흥묘연
천리의 저믄 구름은 가는 발을 따르고 / 천리모운수거마
한 강의 가을 빛은 돌아가는 배에 실리리라 / 일강추색재귀선
비단 주머니에 쌓은 글귀는 그대가 많은데 / 금낭저구다군부
옥서에 오른 이름은 내가 먼저인 것이 부끄럽다 / 옥서등명괴아선
다시 촉전의 3만 폭을 마련하여 / 경판촉전삼만폭
그대에게 붙여 기행편을 휘쇄하게 하노라 / 부군휘쇄기행편

제 반산역(제반산역)
 

홍귀달(홍귀달)

산은 무려에 이르러 푸른 빛이 끝나려 하는데 / 산도무려청욕료
광녕에서 동쪽을 바라보매 길은 멀고 아득하다 / 광녕동망로만만
진흙 길이라 여윈 말이 어찌 고통을 견디는가 / 니도수마나감고
작은 역의 외로운 평상에서 잠깐 쉬기를 청한다 / 소역고상잠차안
밤중의 고각 소리는 손을 놀라 깨우는데 / 반야각성취객기
한 창의 달빛은 시름을 비추어 차다 / 일창월색조수한
닭이 울면 또 고평을 향해 떠나리니 / 계명우향고평거
거기는 구름이 깊어 길이 더욱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 견설운심로경난

숙 청석령 조행 도중(숙청석령조행도중)
 

홍귀달(홍귀달)

저물어 청석령에 오르매 길이 다하려 하여 / 모등청석욕도궁
한산의 우거진 숲속 한데서 잤다 / 로숙한산만목중
지나가는 비가 새벽에 멎으매 시내는 푸른 물을 쏟고 / 행우효수계사벽
맑은 서리가 밤에 내려 잎은 붉은 빛을 날린다 / 청상야하엽비홍
쌍령에 구름이 깊어 돌아가는 말을 헤매게 하고 / 운심쌍령미귀마
연산에 나무가 빽빽하여 떨어지는 기러기를 막는다 / 수밀련산조락홍
세 밤만 자면 여덟 마을을 지내 가리니 / 삼숙편응과입참
압록강의 맑은 술에 가을 하늘이 출렁이리라 / 압강징주양추공

을미 이월 초팔 배 사은사 부경 숙 벽제역 서회(을미이월초팔배사은사부경숙벽제역서회)
 

최숙정(최숙정)

밤새도록 우리들이 시끄러이 떠들어 / 통소우리어효효
부서진 침상에 기대인 잠이 깊지 못하다 / 파탑의위수불뢰
봄빛은 가만히 시냇가의 풀에 돌아오는데 / 춘색암회계반초
시름의 흔적은 용하게도 살쩍에 점쳤다 / 수흔공점빈변모
어제 술이 깨지 않아 머리는 아직도 무겁고 / 미성숙취두유중
잠자코 앞 길을 헤아려 보매 꿈이 또한 수고롭다 / 묵수전정몽역로
밤에 들어 이별한 회포는 바다처럼 깊은데 / 입야별회심사해
푸른 등에서 나는 불꽃이 나그네 도포를 비춘다 / 청등생도조왕포

영 장한 귀 강동(영장한귀강동)
 

최숙정(최숙정)

낯을 드니 서쪽 바람 갑자기 날거니 / 거면서풍맥지비
강동에는 순채가 맛나고 농어는 살찌리라 / 강동순미우로비
10년 동안 낙하에서 누구를 힘입었던가 / 십년락하종수뢰
조각배 저어 오중으로 혼자 돌아가누나 / 일도오중독자귀
오늘에는 다만 마음의 맞음을 구한다고 말하지만 / 차일지언구적의
다른 날에야 비로소 일찍 기미 안 것을 보리라 / 이시방견조지기
그대를 빙자해 화정의 학을 조상하려 하나니 / 빙군욕적화고학
무슨 일로 유유히 옷을 떨치지 못하는가 / 저사유유미불의

칠가령 우우(칠가령우우)
 

최숙정(최숙정)

상원에 꽃이 날아 봄 일이 끝났는데 / 상원화비춘사휴
나그네 길 어느 곳에서 등루하였다는 시를 지으리 / 객중하처부등루
누른 매화가 핀 울타리에는 집집마다 저물었는데 / 황매리락천가모
보리가 익은 펀펀한 밭에는 볼수록 가을뿐이다 / 숙맥평주일망추
비바람의 오경에는 고국의 꿈이요 / 풍우오경향국몽
강과 산의 만리에는 나그네 창의 시름이다 / 강산만리려창수
상하는 마음에는 짧은 젓대의 소리소리가 괴로운데 / 상심단적성성고
쇠잔한 등불을 돋우어 다하기에 머리가 모두 희었더라 / 도진잔등백진두

우직즉사 정 정정정(우직즉사정정정정)
 

이경동(리경동)

잠이 들지 못하고 봉봉한 종고 소리 들으며 / 불면종고청봉방
새로운 시를 한가히 읊조리면 옛 창자를 바꾼다 / 한영신사환구강
만리의 고향 산은 언제나 꿈에 들고 / 만리가산장입몽
오경의 바람과 이슬에 혼자 창문을 연다 / 오경풍로독개창
벼슬을 하매 스스로 모래무지처럼 오르는 것을 웃고 / 위관자소점어상
묻기를 기다리매 응당 촌정의 때림을 꺼리리다 / 대문응혐촌연당
누가 이 시의 근원을 소통하게 파는 솜씨이냐 / 수시구원소착수
도랑을 따라서 호수나 강으로 가려 하노라 / 욕종구회달호강

제 위원 객사(제위원객사)
 

성현(성현)

옛 성이 일찍 울유의 재앙을 입어 / 고성증피울유재
새 성을 다시 물굽이 곁에 쌓았다 / 경축신성방수외
인물이 소조하여 울타리가 적고 / 인물소조소리락
돌밭이 살찌지 않아 반은 쑥대와 명아주대이다 / 석전교학반호래
구름은 절새에 닿아 산하가 다르고 / 운련절새산하이
해는 초두에 빠지는데 고각이 재촉한다 / 일몰초루고각최
돌아갈 길을 손꼽아 보매 멀고 다시 막혔는데 / 굴지귀도수경조
객지의 이별한 한은 아득하여 헤아리기 어렵구나 / 객중리한막난재

과 강동고읍성 시 양양국 소도(과강동고읍성시양양국소도)
 

성현(성현)

양양의 남은 터에 풀과 나무가 편편한데 / 양양유허초수평
두어 집의 울타리가 잡목에 가리웠다 / 수가리락엄시형
산천은 여기가 왕업을 일으킨 땅이었는데 / 산천자시흥왕지
성첩은 하염없이 나라 세운 이름만 남기었다 / 성첩공여건국명
오늘에는 그 번화가 모두 적막하거니 / 차일번화개적막
그때에는 만촉이 얼마나 싸웠던가 / 당시만촉기분쟁
해마다 진사봉의 꼭대기 달의 / 년년진토봉두월
계수나무 그림자는 무심히 물을 비쳐 밝더라 / 계영무심조수명

제 부림군 송도회고 시권 용 달성 운 이수(제부림군송도회고시권용달성운이수)
 

성현(성현)

구리 거울에 무늬가 생기면 쇠의 운수 끝나니 / 동경생문철운종
강안의 궁궐이 구름 따라서 비었다 / 강안궁궐의운공
거리의 수레바퀴 시끄러이 서로 부딪치고 / 가중차곡분상격
궁전 위의 비단 입은 이 다투어 붉음을 자랑했다 / 전상라환경투홍
산을 의지한 성곽은 쇠인 듯 든든한데 / 부곽연산금작고
땅에 가득한 여염집 개미둑인 양 땅에 붙어 있다 / 려염박지의위봉
영려가 서로 이어받은 뒤부터는 / 자종영려상승후
강물은 서쪽으로 흐르고 다시는 동쪽으로 흐르지 않았다 / 강수서류불부동
그때의 관개(선비와 벼슬하는 사람)는 끝내 모두 엄숙했나니 / 당시관개진엄종
흥에 바쳐 시를 읊으매 모든 소리 비어 있다 / 촉흥음시만뢰공
갑제(좋은 집)는 구름에 이어 자취에 의지했고 / 갑제련운의자취
화류(좋은 말)는 낮에 울면서 교홍(아름다눈 꽃)을 밟았었다 / 화류시일답교홍
몇 사람이나 잠영의 귀함으로 시끄러웠던가 / 기인분요잠영귀
부옥의 봉은 천년에 처량하다 / 천재처량부옥봉
슬프다 남은 혼에 잔부을 곳 없으니 / 초창견혼무처뢰
초부의 노래소리 자성 동쪽에 엉클어졌다 / 초가교착자성동

연경궁 고기(연경궁고기)
 

성현(성현)

곡령이 허공을 업신여겨 자취가 떠 있는데 / 곡령릉공자취부
용이 서린 듯 호랑이 쭈구린 듯 신주를 끼고 있다 / 룡반호거옹신주
강안전 위에는 소나무가 천 그루요 / 강안전상송천부
위봉루 앞에는 흙이 한 언덕이다 / 위봉루전토일구
비단옷의 향기는 사라지고 봄만 홀로 남았고 / 라기향소춘독재
생황[관악기(관악기)의 일종]과 노랫소리 다했는데 물만 속절없이 흐른다 / 생가성진수공류
구태여 흥하고 망한 일 물을 것 없다 / 불수문신흥망사
지는 해의 바람과 연기가 눈에 가득 시름일세 / 락일풍연만목수

김자고 고양장(금자고고양장)
 

성현(성현)

동사 심승(동사심승)

편안히 남여를 타고 푸른 산 기운을 밟으며 / 온과람여답취람
산 북쪽에서 산 남쪽에 이르렀다 / 행종산북도산남
나무는 금속강 머리의 돌을 막았고 / 수차금속강두석
길은 청련경 속의 암자로 굴러 간다 / 로전청련경리암
달을 흔드는 경쇠 소리는 피곤한 잠을 깨우는데 / 요월경성경권침
바람을 등진 등불 그림자는 깊은 감실을 비춘다 / 배풍등영조심감
늙은 중의 선탑에는 속세의 티끌이 끊어졌는데 / 빈사선탑진기식
매양 유마를 보고 밤 이야기 듣는다 / 매견유마청야담

전촌 타도(전촌타도)

외 기러기는 슬피 부르짖고 푸른 하늘은 서늘한데 / 단홍애규벽천량
온 들에 가을이 맑아 거두기에 바쁘려 한다 / 사야추청예욕망
황금콩 같은 나락무더기는 이랑에 가득한데 / 䆉稏금초퇴만무
영롱한 진주알 무르익어 타작 마당에 오른다 / 령롱주과란등장
맑은 바람 많은 부락에는 즐겨 떠드는 소리요 / 풍청만락성팽백
풍년이 들매 세 농사는 풍성한 추수를 즐긴다 / 세열삼농악부양
조세를 재촉해 급히 부르는 소리를 듣지 않으매 / 불견최과호색급
집집이 닭과 기장으로 술잔을 드는구나 / 가가계서거호상

후원 습률(후원습률)

집을 둘러 길고 짧은 푸른 나뭇가지에 / 요옥참차벽수지
가을 깊어 익은 열매 한참 이리하여라 / 추심결자정리리
바람이 고슴도치의 껍질을 쪼개어 때때로 떨어지는데 / 풍피위각시시락
서리는 혹 옥 같은 살을 물들여 낱낱이 살쪘구나 / 상염경기개개비
동산 숲에서 한가히 주워서는 제사 접시에 올리고 / 한습원림공두실
화로 불에 돌려 구워서는 아침 주림을 위로한다 / 선외로화위조기
세상에는 저공(원숭이)의 공교함이 한이 없지만 / 세간무한저공교
기뻐하고 성내는 그 까닭을 모두 알지 못한다 / 희노기관총불지

차 철원 동헌 운(차철원동헌운)
 

성현(성현)

철수의 웅장한 고을 옛읍내에 둘러 쌓였는데 / 철수웅번고읍주
손은 와서 말도 없이 부질없이 시름한다 / 객래무어만함수
바람과 구름은 패상(한 고조의 고향)에 드날리던 날이요 / 풍운패상비양일
연기와 재는 함양에서 참담했던 때일네 / 연신함양참담추
두 나라의 흥하고 망한 것은 모두 다 쓸쓸한데 / 량국흥망구적적
천년의 성과 진터는 거칠어 유유하다 / 천년성루망유유
궁왕(궁예왕)이 앞 수레의 엎어짐을 거울삼지 못하고 / 궁왕불감전차복
고소를 미록이 노는 데에 붙여 주었다 / 부여고소미록유

차 강릉 동헌 운 사수(차강릉동헌운사수)
 

성현(성현)

바다와 산의 아름다운 기운이 새해에 들어 / 해산가기입신년
봄은 봉호동 속의 하늘에 가득하다 / 춘만봉호동리천
오도(삼신산)의 구름과 산 기운은 나는 새 밖이요 / 오도운람비조외
주루의 노래와 피리소리는 석양 가에 있도다 / 주루가취석양변
한 갈래 시냇물은 일천 집의 언덕을 안고 돌며 / 일계수포천가오
만 나무의 꽃은 십리의 연기를 머금었다 / 만수화함십리연
경포의 맑은 물결은 5리의 푸름을 흔드는데 / 경포청파요압록
난요에 술을 싣고 나는 신선을 짝하였다 / 란요재주협비선

만 리의 봉새처럼 놀려든 것 장년의 일이었는데 / 만리붕유속장년
난간을 기대매 눈 가는 곳 구름 하늘 틔어 있다 / 빙란안계활운천
해가 비끼매 나무 그림자 뜰 위로 올라오고 / 일사수영침계상
바람이 부드러우매 연꽃 향기 베개 머리에 이른다 / 풍세하향도침변
발을 걷으매 새우의 수염은 비스듬히 비를 띠었는데 / 렴권하수사대우
도시락을 벌려 놓으매 부추잎은 차서 연기가 없다 / 점포해엽랭무연
밤이 깊어 항해는 맑기가 술 같은데 / 야심항해징여주
이 몸은 표연히 날개 생긴 신선일네 / 신세표연우화선

마을 마을의 퉁소와 피리 소리는 풍년을 즐기는데 / 촌촌소고악풍년
나락 꽃은 밝고 하늘에는 이슬이 희다 / 䆉稏화명백로천
가시를 누르는 누른 귤은 길 왼쪽에 빛나고 / 압극황등휘도좌
가지를 하직하는 붉은 잎은 성 곁을 끼고 있다 / 사지홍엽옹성변
여파(유리) 같은 바다 빛은 금벽을 담아 있고 / 려파해색함금벽
비단 같은 산 빛은 자연을 걷는다 / 금수산광권자연
달 밝기를 기다려 쇠젓대를 불어라 / 호대월명취철적
누대 위에서 읊조리는 이는 곧 소선일 것이라 / 루중음소즉소선

홍진에 분주한 지 몇 해이던가 / 홍진분주기다년
절을 안고 와서 세상 밖 하늘에 논다 / 안절래유물외천
흰 영은 높고 높아 북극에 닿았는데 / 호령차아련북극
은빛 물결 넓고 아득해 동쪽 끝에 어두워라 / 은도호묘암동변
푸른 소나무에 해가 비치니 맑은 날에 눈을 머금었고 / 창송일사청함설
푸른 대나무에 바람이 부드러우매 저녁에 연기를 늘이운다 / 록죽풍미만타연
비단 장막에 추위를 두려워해 술 한 잔을 기울이나니 / 금장파한경일가
이 몸은 도리어 술 속의 신선이 되었더라 / 차신환작주중선

대흥륭사(대흥륭사)
 

성현(성현)

어구에서 흐르는 물이 용용히 푸른데 / 어구류수록용용
말을 타고 서쪽 거리로 나가 범궁에 이르렀다 / 신마서가도범궁
사면의 금방울은 떨어지는 해에 울고 / 사면금령명락일
천길 되는 보배 탑은 높은 하늘에 솟아 있다 / 천심보탑출층공
가사는 절집마다 경게를 뒤적이고 / 가사원원번경게
향불은 사람마다 대웅전에 예배하다 / 향화인인배대웅
오래 앉아 스스로 선탑의 고요함을 사랑할 제 / 좌구자련선탑정
흰 살쩍이 떨어지는 꽃 바람에 가벼이 나부낀다 / 빈사경양락화풍

단오일에 여회가 춘휘정에서 수연을 베풀고, 아녀를 시켜 짝을 지어 그네 놀이를 하는데, 비구니가 참여하는 자도 있었다[단오일여회설수석우춘휘정령아녀대위추천희역유비구니래참자]
 

성현(성현)

푸른 눈썹과 흰 이의 웃음이 고운데 / 청아호치소공연
헛되이 사람이 되어 자연을 하직했네 / 랑작인간사자연
봄의 마음을 억지로 굽혀 난야(절간)에 붙였다가 / 강굴춘심기란약
다시 여자의 짝을 따라 추천을 다투노라 / 환수녀반투추천
상포에 해가 비추매 거위털처럼 부드럽고 / 상포일조아모눈
오모에 바람이 가벼우매 제비 날개같이 펄럭인다 / 오모풍경연익후
갑자기 의심하나니 이 티끌 세계를 정계로 만들려고 / 홀아미진성정계
여래가 방편으로 하늘꽃을 흩날리는가 / 여래방편산화천

별 함양 조대허지임(별함양조대허지임)
 

손비장(손비장)

쓸쓸한 이 신세 시서에 그르쳤나니 / 소조신세오시서
한 평생 세상과 성긴 것을 스스로 웃는다 / 자소평생향세소
요리에서는 매양 새 안검을 만나고 / 료리매봉신안검
뇌계에서는 다행히 옛 지어를 힘입었다 / 㵢계행뢰구지어
새벽 별이 낙락한데 항상 서로 바라고 / 신성락락장상망
세월이 유유한데 이미 7년 지났네 / 세월유유이칠제
만일 탑을 대해 잠깐 내게 묻는다면 / 대탑편언여문아
늙어가며 담박한 것 다만 처음과 같다고 / 만래담박지여초

기 양산수 허겸(기량산수허겸)
 

이인형(리인형)

영남의 궁벽한 곳이 바로 이 양산이라 / 령남궁처시량산
쓸쓸한 인가의 연기 열 집이 쇠잔하다 / 소쇄인연십실잔
처음에는 망지가 삼보로 가는가 의심했더니 / 시아망지삼보거
조금 뒤에는 복자의 한 거문고가 한가하다 들었다 / 아문복자일금한
유루의 밝은 달은 시의 흥을 이바지하고 / 유루명월공사흥
도경의 맑은 바람은 취한 얼굴에 떨치리라 / 도경청풍불취안
한 조각 머물러 있는 구름이 언제나 눈에 있어 / 일편정운장재안
읊으면서 정자 위에 돌아와 혼자 서성거리노라 / 영귀정상독반환

장량(장량)
 

채수(채수)

기이한 꾀를 낭사에서 이루지 못한 채 / 기모불수랑사중
칼을 짚고 돌아와 패공(한 나라 고군 유방)을 도왔었다 / 장검귀래상패공
젓가락을 빌려서는 능히 한업을 이루었고 / 차저편능성한업
부절을 나눌 때는 홀로 제봉을 사양했다 / 분부독자양제봉
평생의 지혜와 계략은 황석에게 전해 받았고 / 평생지략전황석
늙어서는 공과 이름을 적송에게 붙이었다 / 로거공명부적송
우습구나, 세상 사람의 항상 역역함이여 / 감소세인장역역
공을 이루고는 용기 있게 물러나는 것이 영웅이니라 / 공성용퇴시영유

여름날 갈증이 심하여 혼자 찬 소주를 가져다 과하게 마시고 기절하였으므로 온 집안이 통곡하여 삽시간에 서울 장안에서 아무개가 술로 죽었다고 전파되었다. 처자가 얼음을 깨어서 입에 많이 넣었더니 날이 저물어 깨났는데,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 조금도 피곤하거나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난 것을 기록하여 숙강에게 보내니 대허들과 화답해 주오[하일갈심독작랭소주과음기절일가통곡동중개문수각간도하진전모이사주처자다납쇄빙구중일만시성정여숙수이각돈무곤고지기인술소회봉기숙강행여대허배화교]
 

채수(채수)

세상이 군평을 버렸으나 슬퍼한 것 없나니 / 세기군평불족상
도구로 이제 이미 고양을 차지하다 / 토구금이점고양
때때로 모이면 모두 다 환백(술의 별명)이요 / 유시회합개환백
멋지게 놀려면 어디나 취향 아닌 곳 없다 / 무처오유불취향
누가 미록(술의 별명)을 일러 목숨을 잠그는 법이라 하였던가 / 미록숙운침명법
찬 얼음은 진실로 혼을 돌리는 향이었다 / 한빙진시반혼향
거나하게 희황 시대 위에 높이 누워 있거늘 / 도연고와희황상
두 사람은 내곁에서 시끄러이 지껄였다 / 이자노노료아방
아이들의 고의로 비방하고 헐뜯는 것 헤아리지 않고 / 불수군아고방상
공과 이름이 또한 족해 회양에 누워 있다 / 공명역족와회양
늙어 가매 오랜 친구는 많은 사람 없고 / 만래지구무다자
취한 속의 생애에 무슨 향이 있으랴 / 취리생애하유향
띠집에 눈이 깊으매 골돌을 태우고 / 모옥설심소골돌
매화 창에 해가 따뜻하매 맑은 향기를 맡는다 / 매창일난후청향
까마귀와 소리개, 땅강아지와 개미를 분별해 무엇하리 / 오연루의하분별
술병을 곁에 걸어 두는 것이 해롭지 않거니 / 호주무방측괘방
시와 술에 불치의 병 들었다 무엇을 슬퍼하리 / 고황시주역하상
하물며 외로운 오동나무가 택양에 났음이랴 / 황유고동출역양
한 조각배의 생애는 입택을 의지했고 / 일정생애의립택
백년의 몸과 세상 동향에 붙였노라 / 백년신세기동향
지금에 와서 달팽이 집에는 양념과 소금이 쓰이지만 / 도금와사제염고
옛날을 생각하면 하늘의 부엌에는 비와 이슬이 향기로웠다 / 억석천주우로향
마지막 길의 일과 공에서 무엇을 얻었던가 / 말로사공하소득
진실로 항장(서로 어긋나는 것)이 되어 문 곁에 기대었네 / 진성항장의문방

상화조어 차운응제(상화조어차운응제)
 

김흔(금흔)

상원의 아름다움이 하룻밤에 열리어 / 상원방비일야개
취화(임금의 행차)가 처음으로 해 가에서 오도다 / 취화초자일변래
바람은 한제의 분수를 건널 때의 음악에 나부끼는데 / 풍표한제횡분악
봄은 주왕의 연호의 술잔에 가득하다 / 춘만주왕연호배
몰밤에서 장난하는 비단 고기는 때로 나왔다 빠졌다 하고 / 희조금린시출몰
가지에서 지저귀는 누른 새는 잠깐 나직히 돈다 / 전지황조사저회
신심(임금의 마음)은 진실로 백성들과 함께 즐기시기에 / 신심정여민동악
미미한 발자취도 잠깐 모시게 은혜도 허락하셨네 / 은허미종득잠배

구일(구일) 배에 내려 전봉에 올라 서쪽으로 바라보니 동래ㆍ웅천ㆍ거제의 모든 봉우리를 낱낱이 셀 듯 하였다[사주전봉서망동래태천거제제봉력력가수]
 

김흔(금흔)

시름 끝에 국화 가지를 어찌할 수 없어서 / 수변무내국화지
맑은 향기 세 번 맡아 한 잔 술 마시는 것을 대신했네 / 삼후청춘당일치
나그네 되었으매 좋은 때 만난 것을 견디지 못하겠고 / 작객불감봉령절
높은 곳 의지하매 먼 변방에 있음을 깨닫겠다 / 빙고유각재하수
소소한 풀과 나무는 늦가을 뒤요 / 소소초목궁추후
묘묘한 연기와 물결은 해가 지는 때일네 / 묘묘연파박막시
멀고 멀다 내 고향을 산에 올라 바라볼 때 / 초체고산등조처
술에 취하고 시를 읊음이 내게 없는 것을 비로소 알겠구나 / 요지흠아취음시

시험삼아 산마루에 오르매 중양이 되었구나 / 시등절정작중양
급히 앞 마을의 탁주를 사서 잔질해 보다 / 선매전촌탁주상
좋은 절후는 치우치게 외로운 손의 뜻을 놀라게 하는데 / 가절편경고객의
차거운 꽃은 다만 고향 동산의 향기를 가졌다 / 한화지작고원향
명년에는 어느 곳에서 오늘 밤을 만날건가 / 명년하처봉금석
이날에는 조각배로 타향에 머물거니 / 차일편주체이향
장안을 보지 못하고 완전히 늙으려 하는데 / 불견장안혼욕로
외로운 구름과 떨어지는 해가 함께 아득하여라 / 고운락조공창망

재 옥하관 차 숙강 운(재옥하관차숙강운)
 

김흔(금흔)

나그네 주머니가 쓸쓸하여 돈 한 푼 없는데 / 행탁소연흠일금
그래도 옛날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은 것을 기뻐하나니 / 유흔불부석년심
시는 큰 병을 인연하여 봄을 지나 폐하였는데 / 시연대수경춘폐
술에는 기특한 공이 있어 밤에 혼자 잔질한다 / 주유기공독야짐
베개에 엎드려서는 잠깐 장석의 병을 읊조리다가 / 복침사음장석병
다락에 올라서는 애오라지 중선의 회포를 흩는다 / 등루료산중선금
내 고향은 아득히 삼천 리 밖인데 / 가산표묘삼천리
나비 되어 훨훨 날아 꿈속에서 찾으리 / 호접편편몽리심

한식(한식)
 

김흔(금흔)

한식에 집이 없어 마음과 일이 어긋나는데 / 한식무가심사위
풍경은 그래도 그러하지만 고향이 아니다 / 물화유시향국비
백 닷새 전의 봄은 저물려 하고 / 백오일전춘욕모
삼천 리 밖에서 사람은 돌아가지 못했다 / 삼천리외인미귀
꿈속의 송추(조상의 산소)는 속절없이 아득한데 / 몽리송추공표묘
시름 속의 도리만이 한창 꽃답다 / 수중도리정방비
그네 뛰기와 제기 차기는 전연 관계 없거니 / 추천축국도불관
스스로 새 시를 읊조리며 지는 해를 보낸다 / 자영신시송락휘


출처 : 한국유사
글쓴이 : 노원마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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