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친구가 쓴글-떡과 마지막 가는 길

Jay.B.Lee 2017. 2. 13. 07:17

친구가 쓴 글을 올려본다.



나이가 들면 남자는 참 바보같이 되는가보다
그제 마누라가 교회 성가대 연습을 하고 늦게 돌아왔는데 마누라 가방을 뒤지다가 들켰다
마누라도 나이가 65세가 됐으면 성가대는 젊은 여자들에게 물려주고 나와야지 마누라 보다 더 늙은 70된 할머니도 성가대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하여간 마누라가 성가대 연습을 하고 오면 반드시 가방에 떡이 있다
성가대에서 야식이라고 주는 떡이나 빵인데 참. 맛있다
더 맛있는거 사먹어도 되지만 마누라가 받아온 가방속의 떡 만큼 맛있는게 없다
마누라가 남자들은 왜 그렇게 다 늙으면 어린애가 되느냐고 하면서 같은 앨토 파트에서 노래하는 성가대에서 나이제일 많으신 70되신 권사님의 남펀은 대학교 총장 하시다 은퇴하신 장로님이신데 성가대 간다고 나오면 떡 두개 받아오라고 한다고 그리고 그 은퇴 총장님도 가방을 그렇게 뒤지신다고 해서 웃었다고 ....
돈 드릴테니 맛있는 떡 사잡수세요 하면 사 먹는거 맛 없다고 당신 백에서 뒤져내 먹는 떡이 맛있다고 한다고 해서 성가대가 다 웃었는데 성가대 나이드신 권사님들은 대개 남편이 가방을 뒤진다고 해서 지휘자가 예산을 조금 더 책정해서 영감님 떡 까지 마련해야 할가보다고 했다고....
내가 마누라에게 성가대 갔다와도 가방 뒤지는 영감도 없는 할멈 보다는 행복한거여 했더니 눈길을 밖으로 주고 잠시 심각한 표정이었다

젊었을때 눈만 한번 부릅뜨면 온 집안이 일시에 냉각되고 온 식구가 눈치 보느라 쩔쩔매게 하던
남자가 나이가 70이 되면 완전히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보다도 못한 존재가 된다
큰소리 치면 꼬리 감추고 쩔쩔 매는건 강아지 뿐이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그나마 반갑게 맞아주는 것도 강아지다
강아지는 이빨 다 빠지고 날개 다 꺾였는데 아직도 집안의 우선 최고 순위가 나 인줄착각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러나 몸이 아프다고 하면 제일 걱정해주고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은 강아지가 아니고 나를 천대하던 마누라다
아프면 똥 받아낼가봐 겁나는 가보다
하나님은 남자가 나이가 들면 시력, 청력, 촉각, 사고력, 포용력을 점점 희미하게 하여 땅에 묻힐 준비를 하게 하시는 모양이다
쌩쌩한 사람을 땅에 묻으려면 그거 참 난처하기는 할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빼앗으시고 웬만큼 숨만 겨우 쉬는 상태에서 묻히게 배려해 주시는 가보다
아직은 그래도 스스로 젊은놈들 못지 않다고 착각하고 살고 있지만 남들은 그렇게 생각 안해주는 것 같다
그래도 나이가 들면 나이에 걸맞게 비실 비실 해야 하는가보다
나이는 80이 넘었는데 여자 찾고 그러면 징그럽다
남들 모르게 몰래 해결하기 바란다
자리에 누어서 대소변 받아내지 않게 하다가 가면 복받은 노인네다
적당히 나이답게 몸도 같이 늙는 것이 품위라고 해도 될가 ?
고교 교장하시다 은퇴하셨던 아버님이
돌아가실 즈음 가족들이 다 모였는데 통증 완화로 진통 패취를 가슴에 붙이시고 정신이 혼미하신 상태에서 용변을 혼자서 보신다고 우기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혼미한 정신에서도 남에게 추한 꼴 안보이려고 하시던 모습은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평소에도 90이 되셔서도 자식들 앞에서 속옷차림 보이지 않으시고 누운 모습 보이지 않으셨던 꼬장 꼬장함
그래서 자식들이 힘들어 했던 아버지
그런 삶은 너무 힘들다
난 적당히 살아왔고 적당히 타협하며 살다가 마누라 자식에게 폐도 좀 끼치다가 갈 예정이다
아버지 같이는 못산다
힘들어서 그렇게 못산다


-배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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