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이태리

아씨시(4)

Jay.B.Lee 2007. 4. 9. 15:57

 

사진 :
성프란체스코 성당

 

 

20여분이면 돌아볼수 있는 아싸시 중심부를 이골목 저골목 걷다보니 배가 고팠다.
코무네 광장 근처 언덕길 밑으로 은은한 불빛이 비치는 작은 레스토랑에 들렸다.
이제 귀국전 두끼의 저녁을 남긴 나로서 피자로 저녁을 떼우기로 했다.
그네들에게 피자는 정식 저녁이 아닐지라도.
갑자기 발효된 식품이 먹고싶어 엔초비(멸치)가 들어간 피자와 맥주 한잔을 주문했다.
백열등 밑의 붉그스레한 핏자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이태리가 마음에 드는 것은 적당한 일인분의 피자를 주문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처럼 한조각이 아닌 한판의 일인분 피자를 먹기 힘든 나라도 없다.

아뿔싸!
곰삭은 엔초비가 너무 짜다.
몇마리의 엔초비를 다 떼어 내고 먹으니  맛이 있다.
이것이 소위 본토 피자인거다.
본토 피자를 먹다보면 피자 헛의 피자는 점점 위에 부담이 된다 .
항시 먹을 기회가 있을 때 먹어 두는 것이 좋다. 
각 개인의 취향이긴 하지만 꼭 외국에 오면 비싼 소주나 국산 맥주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외국에 가면 그나라 고유술들을 먹어보고 즐기면 좋으련만.
그런 부류 사람들은 한국에 오면  양주를 찾지는 않는지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새벽 자리에서 일어나 새벽의 아씨시를 한번 더 돌아 보기로 했다.
그냥 로마로 가기엔 너무 아쉬운 곳이다.
새벽의 거리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새벽길.
 버스정류장 앞길에는 성 프란체스코가 수도 생활을 했던 수도원 "에레모 델레카르체리 3키로"표지판이 있다.
시간이 있어 다녀올수만 있다면.
어제밤 음식을 나누며 노래를 부르고 화면에 영화를 비추며 시끌벅적 공연했던 산 루피노 대성당앞은 조용하다
일렬로 새벽길을 걷던 수도사들이 손을 들어 웃으며 반갑게 인사한다.
묵지막한 옷에 두툼한 두건을 쓰고 묵주를 든 세상을 피해 멀리 삼직한 수도사들과는 거리가 멀다..
이태리 작가 움베르토 에토가 쓴 *"장미의 이름"에 나옴직한 으스스한 중세의 수도원과 그런 수도사들의 모습은 이제 소설에서나 존재 할 법하다.

거리 끝까지 간 그곳에는  성 프란체스코 성당이 있고 아침 새벽 싸늘한 날씨 탓에 문을 연 한곳의 간이 레스토랑만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줄을 서서 간신히 커피 한잔을 얻어먹듯 사마시고는 커피의 온기로 몸을 달랬다.
아씨시를 떠날 시간이다.
아씨시역을 떠나 로마행 기차를 타고 멀어져 가는 산등성위의  아씨시를 바라보며 언젠가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기억을 하고 싶었다.
"....내 생애 다시 한번 올 수있는 기회를 허락하소서.""

 

*장미의 이름( The Name of Rose)

1932년 이태리 태생인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이다.
그는 유명한 기호학자 ,철학자,미학자,역사학자로 평가 받고 있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추리소설 기법의 형식을 빌어 14세기 수도원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을 해결하러온 윌리암 수도사 역에 "숀코네리"가 나오며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종교 재판관역에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르역을 맡았던 "F.머레이 아브라함"이 맡았다.
그당시 사건과 스승의 회고를 하며 性과 知性에 눈 떠가는  어린 제자 아조역에는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출연한다.
당시의 수도원의 소형제파,프란체스코의 엄격주의파,로마 교황청,동방정교회,그리스 정교회등 종교적 문화적  배경없이는 소설에서 조차 이해하기 힘든면이 있다.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할일은  진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좇아야 할 궁극적 진리가 아니겠느냐"사부 윌리암은 조안에게 말한다.

"나는 오래지 않아 同等과 不同이 존재하지 않는 ,적막과 화합과 적멸의 나라인 하늘의 어둠에 든다.
이 심연에는 나의 영혼 역시 無化하여 동등함과 부동함을 알지 못할 것이다.
이 심연에는 모든 불화가 사함을 얻는다.
나는 곧 모든 차이가 잊히고 같음과 다름에 분별이 없는 깊고 깊은 바닥으로 내려 앉는다.
수고도 없고 형상도 없는 무인지경의 적막한 神性에 든다.

나는 이원고를 남기지만 누구를 위해 남기는지 모르겟다.무엇을 쓰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 뿐,우리에게 남는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제자 아조는 그의 생애 마지막에 수기를 남긴다.

왜 작품이름이 장미의 이름인지 짐작하게 한다.
영화 아닌 소설의 마지막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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