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여행을 다녀와서

Jay.B.Lee 2007. 4. 6. 13:44

 

 

10여년전 직장 동료를 따라 영등포에 있는 교회 부흥회에 퇴근후 참석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80년대 스타일의 부흥 강사는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반말 일색으로 날때 같이 났느냐 죽을 때 같이 죽느냐 왜 부부가 헌금을 같이 하느냐며 따로 따로 하라고 강조하던 생각이 납니다.


혼자 여행한다는 것이  간혹 식사도 혼자하기가 두렵고 어색하며 영화관도 혼자서는 못가던 사람에겐  이상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아뭏든  교통사고로 인해 부부가 함께 사망한 것이 아니라면 부흥 강사 말씀이 아니라도 혼자 떠날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만큼 확실합니다.


관광객이 되기보단 여행자들은 혼자가 편할 때도 많습니다.
여행중에는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납니다.
여행이 좋아 혼자하는 사람들은 외롭다는 것 보다는 진정 자유로움을 더 사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법정 스님도 그랬습니다.
여행은 세상을 하직하는 연습이기도 하다고.
여행짐을 꾸리면서 실감이 더 납니다.
떠난후에 남는 것들은 무엇인가?
가족,친구,친지.많지않은 재산.
그리고 자질구레한 손때 묻은 물건들.
어떻게 하면 더 가볍게 ,필요한 물건 빠뜨리지 않고 짐을 꾸릴 것인가?
60리터짜리 바퀴 달린 가방에 채곡채곡 짐을  넣고 마지막으로 여권과 항공권, 유로달러,신용카드 두장을 챙겼습니다.
17일간의 길지 않은 시간, 혼자만의 공간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모두 필요한 것들 입니다.


기차(간이침대기차),밤버스,현지인 민박,유스호스텔,호텔,가족 부띠그 호텔,한국인 민박등  다양한 여행 장소만큼이나 다양한 곳에서 잠을 잤습니다.
처음 묵어본 24시간 개방하는 유스 호스텔(도미토리)만큼 여행을 실감나게 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옆 침대가 비었다가 밖에 나갔다 오면 누군가가 와 있고 옆에 잠자던 친구는 새벽 기차를 타러 갔는지 
없어지고 남자들만 사용하겠지 했는데 구석 2층 침대에 여학생들이 기어 올라가지않나 (이미 알고는 있어 놀라진 않았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잠자리 확보가 급선무라  짐을 풀고 뜨거운 사워를 할 때의 행복감이란  과일 아이스크림만큼 달콤한 것이었습니다.

 

굶지 않고 매일 끼니때마다 뭔가를 먹었고 깨끗하게 입고자 매일 세탁을 했습니다.
커피를 즐기는 나라들인 만큼 제대로 끓인 커피를 싼값에 마시며 피곤함을 달랬습니다.
여행길에 만난 많은 사람들과는 많은 얘길 했고 헤어질 때는 이름을 서로 물어도 봅니다.

 

참으로 많은 다양한  나라들에서 여행들을 오고 만났습니다.
다 기억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 진주에서 영어 선생을 한적이 있으며 카나다 토론토 북쪽에 산다는  젊은이 ,카나다 벤쿠버 ,벨루로시 또 일본, 브라질,스페인,미국 미시간,메사츄세츠,영국맨체스터,요크,아일랜드,독일 바바리안,스위스,호주에서 온 여행자들 그리고 어느곳에나 한번쯤은 만나게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들등등.


단체 여행을 다니지 않는 그들이었기에 남녀 노소 모두 자유로운 사람들 이었습니다.
기차에서,버스에서,비행기내에서,길위에서, 숙소에서또는 식당에서 배위에서 수없이 자릴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로 궁금한 것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여행하는지 얼마나 오래동안 머물 것인지.
우리의 인생여정 같기도한 짧은 시간 동반자가되어 주며 서로의 여행길이 즐겁고 행복하길 빌어 줍니다.
짧게는 10여분, 길게는 한두시간 함께한 여행자들.
웃고 떠들고 난뒤엔 아쉬움을 남긴채 또 제 갈길로 갑니다.
 같이 했던 시간은 잠시 뒤따라 내리는 여행객으로 인해 밀려 순식간에 흩어지고 맙니다.
또 각자 다음 목적지를 찾아 가야하니까 말입니다.
우린 모두 스쳐 지나갈 갈 뿐 입니다.


이번에는 크고 웅장한 성당이 아닌 작고 아름다운 시골 성당에서 휴식도 취할겸 조용히 기도 드릴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여행의 비중도 대도시보다는 조용하고 오래된 작은 마을에 비중을 두었습니다.
가족들, 사랑하는 사람들,소중한 사람들일 수록 가끔은  정규적으로 떨어져 보는 것도 좋은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익숙하면 귀한 줄 모릅니다.


낯선 타지,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오는 긴장 자체가 아드레나린을 분비시키는지도 모릅니다.
여행중 몬테네그로에서 내린 두시간의 폭우를 제외하고 날씨도 너무 좋았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음식들도 아주 좋은 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음식 생각이 아니나다가 한국인 민박집에 도착 ,매콤한 냄새를 맡는 순간을 식욕이 확 동해 입에 침이 고인  경우를 제외하곤 말입니다. 
바다가 없는 곳에서 자란 탓으로 이태리 반도와 발칸 반도 사이의 아름다운 아드리아해를 보며 길고 긴 해안 도로를 따라 버스를 타고 질리도록 달린 기억은 좀처럼  잊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행 시기는 붐비지 않는 5월이나 10월이 좋고 계절적으로도 가장 아름다운 때가 아닐가 합니다.
5월초의 체코나 폴란드의 사과꽃,나폴리 부근의 노란 레몬이 달린 레몬트리들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저 살아 숨쉬며 푸른 하늘을 올려다본 것만으로도 행복한 여행이었기에 혼자 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 안사람에게 더 감사할 뿐입니다.


여행루트:

인천-프라하(체코)도착-카토비체(폴란드)-크라코프(폴란드)-비엔나(오스트리아)-자그레브(크로아시아)-두부로부니크(크로아시아)-코토르(몬테네그로)-스프리트/트로기(크로아시아)-리야카(크로아시아)-트리에스테(이태리 )-피렌체(토스카나주 "시에나"와 "산 지미냐뇨" )-나폴리(카프리/폼페이/소렌토 /포지타노/아말피)-로마-아씨시-로마-인천

 

사진:이태리 남부 "포지타노" 전경
(사진은  Nikon Cool Pix 5200 소형 디지탈 카메라로 긴 여행일정을 감안하여 가볍고 소지하기 편리한 딸 카메라를 빌려가 찍었습니다.)

영화 "투스칸의 태양(Under the Tuscan Sun)"에 잠시 나왔던 곳으로  "다이안 레인"이 주연했으며 캐나다계 한국인인 "산드라 오"가 조연으로 나온다.
이혼을 당한 여주인공이 이태리 여행중 토스카나주에 정착하게되며 자아와 사랑을 찾아가는 가슴 따듯한 영화다.
동시에 간간히 즐길수 있는 토스카나의 풍광과 이태리 남부의 아름다운 해안도로와 "포지타노"는 부수입.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보시기 바람니다.
잠시라도 더 행복해지길 원하는 분들도.

 

20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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