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외출하기로 한날 점심으로 장충동 함흥 냉면을 먹을 것인지 광화문 미진에서 메밀을 먹을 것인지, 아내는 "미진"을 택했다.
아내는 지금까지 두 곳 다 가본적이 없다.
그래서 살면서 서울의 대중적인 맛집을 안내해주고 있다.
5호선 광화문역 교보문고를 거쳐 나오면 마주하는 소설가 염상섭이다.
저녁무렵이면 염선생의 애인이 된듯 왼팔아래 편안하게 기대 누워 있는 여자 노숙인을 종종 보는데 오늘은 한낮이라 비어있다.
정원사이 만든 자갈이 든 인공 개울에는 물은 말라있다.
어디서나 그렇듯 준공후 잠시 흐르고 그냥 장식용 설계로 여겨질 뿐이다.
청계천 물만 마르지않으면 감사한거다
피맛골에 자리한 "미진"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우리도 섰다.줄을 서서 밥을 먹기가 일생에 몇번이나 되었던가.
평상시 음식점을 찾듯 아주 일찍오거나 더 늦게오거나했어야 했다.
단지 오늘만은 예외다
평일 점심 시간이 지났음에도 줄이 길었다.
"줄이 길어도 회전 속도가 빠르니 금방 입장하실수 있습니다"
참 위로가 되는 안내문이 아닌가. 사실이다.
이곳 돈가스라면 모르까 대부분 모밀을 먹는데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다.
그 곳에서 입장가지 20분이 걸렸다.
미진 사장님의 생가에 붙여 놓았다는 문귀.
농민군이거나 화적떼거나 해치지 않고 지났다는건 평상시 가난한 이들을 위해 구휼사업을 벌린 조상들의 음덕이다.
전에 종종 접근 하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혹시 도를 아십니까?"
하며 화두를 던지고
"참 인상이 좋으십니다"
"지금 잘살고 계신 것은 조상의 <음덕>입니다" 라고 레파토리를 읊던 묘한 사람들.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받는은혜다
미진은 2017년부터 6년 연속 "미쉘린 " 인증을 받았다.
빠른 회전이 영업의 비결이라 자리에앉아 주문하자마자 나온 메밀.
두판이 1인분이라 결코 적지않은 양이어서 추가 주문은 하지않아도 된다.
육수에 무우즙을 듬뿍 떠서 넣고 파도 몇스픈 넣은 다음 매콤하게 겨자를 뿌리면 그만이다.
슈퍼 마켓에서 파는 냉모밀은 말린 무가루여서 음식점같은 맛을 도저히 따라오지 못한다.
1인분 11,000원
식사후 카페 대신 광화문 초코렛가게"Godiva"에서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광화문에선 조용하고 아늑하기는 카페보다 아이스크림 집이 훨씬 좋다
콘 초코와 컵 초코가 동일가격이나 어른들이 혀로 핥아 먹는 모습이 어색해 컵 초코를 택했다.
북미에선 익숙했던 먹는 모습이 우리나라에선 낯선 풍경이다.
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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