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비오는 날

Jay.B.Lee 2020. 8. 9. 07:29

길고 긴 우기다.

살면서 제일 긴 시간이 아닌가 싶다.

이곳으로 이사온지 3년.

전에 살던 아파트 단지 재건축으로 나와 잠시 머무는 한이있어도  딸이 사는 곳에 가까이 집을 얻어야 했다.

2017년 가을  전세는 씨가 말랐다.

어떻게 부동산 업자들이 도망가다시피  문을 닫은 시기에 단 한개의 물건이 나왔다

손자를 돌봐주어야해서 딸이 운좋게 인터넷에서  찾았다고 전화가 와  밖에 나와 있던 우리부부는 금방 달려갔다.

정식 계약금없이 즉시 가계약을 하고 다음날 절차를 밟았다.

그저 딸집 가까이 (3.5키로) 하나 찾은 것으로 감지 덕분했다.

건물주가 세종시 공무원이라 안심이 되었다.

그후 안사실이지만 "기차길옆 오막살이"라고 부를만큼 지하철 회차선 옆이었다.

중부 ,판교로 가는 고속도로가 옆에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럼에도 아파트는 조용하다

와딴섬 같이 자리잡은  단지가 지금은 오히려 조용해 좋다

민간 아파트가 아니어서 날림으로 마무리한 단지이나 그런데로 살아보니 익숙해졌다.

처음엔 욕이 나올 지경으로 관급공사에 분노해야했다. 

배수구에 배수관이 없이 막혀 있는  곳도 있다.

방수 미비로 장마땐 지하주차장 바닥이 습기로 미끈거린다.

잠시 사는곳이라도 정을 붙여 주위를 늘 청소하고 나무가지를 잘라주고 잡초를 뽑아 준다 .

미래의 주역이 될 어린이들의  놀이터도 종종  깨끗하게 정돈해준다.

흡연자들을 위해 흡연장소에 통도 마련해주고 .

  봄에  꽃을 사다 긴 화분에 심고  아파트 출입구 난간에 두개 걸어 놓았더니  몇개월간 꽃이 피고 지고 한다.

말라죽은 나무들  베어달라 관리 사무소에 요청도 하고  나무를 파들어 가는 부목과 철사 줄을 제거해달라고 요청도 했다.

 내가 직접 하기도 했다

자기 할 일을 미리 알아서 하지 않는 관리소 직원들.

자기의 맡은 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들 뿐이랴

고덕천에 내려가면 노인들을 위한 운동기구가 있다.

가끔 그 곳도 청소해주고 운동시 손이 닿는 곳들을 알콜로 닦아 소독해준다.

모두가 남을 위한 봉사 아닌 나를 위한 일이라고 여기니 마음이 편하다.

이제는 운동 기구 옆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 사람들에 대해서도 눈을 감을 수 있게 되었다.

비가 그치고 고덕천 흙탕물이 잔잔해져 맑아지면 아취형 나무 다리 에 올라 크게 자란 물고기 밥을 주는 것도 낙이다.

아이들이 지나면서 흥미를 보이면  그들 손에 빵조각을 쥐어주며 체험을 시켜도본다.

토요일 ,일요일 바이커들이 몰려오는 시간을 피해 자전거로 미사대교까지 다녀도 온다.

코로나로 우울해지기 쉬운 시간, 내가 할수 있는 일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

언젠가 이곳을 떠나면 모든 기억도 아련해질 것 같다

빗속의 풍경처럼 희미해지고 그리고 잊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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