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왔던 둔촌동 초밥집.
아내가 보는 TV 프로그램중 옆에서 가끔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차트를 달리는 남자"등이다.
백종원의 상식적인 지적이 우리나라 열악한 음식점 주인들이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서 참 좋은 프로그램이라 여긴다.
매너리즘과 무지의 소산으로 뭐가 잘못되었느지 모른채 헤매는 소규모 음식점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과정은 젊은 시절 탐독했던 추리소설 기법같다.
범인을 찾기위해 증거들을 모으고 추리하여 마침내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처럼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비슷하다.
허나 내가 분명히 하고 싶은 건 골목 식당에 나오는 음식점들이 "포방터 돈가스집(가보지 않았지만)"을 제하고는 개선후에도 "맛집"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맛없던 집들 ,성의 없던 집들 ,불결한 음식집,장사가 되지않는 집들을 먹을만한 수준의 집으로 끌려 놓았다는 정도로 믿고 싶다
이미 오래 영업을 잘하고 있는 집들이 맛집들이다.
방송의 힘은 대단해서 방송후 추억을 사서 먹으려는 열성 펜들로 골목식당등엔 줄을 선다.
결코 맛집이 아닌데도.
취향은 각기 다른 법이어서 새벽부터 줄을 서며 추억을 쌓아 가는 그들의 젊음이 때론 부럽다
둔촌동 아파트 재건축으로 이주한지 2년 3개월이다.
이사온 곳에 익숙해졌으나 둔촌동 아파트 길 건너에 새로 자리한 단골 "이발관"과 "세탁소"는 여전히 찾아간다
한전에서 이발하다 그 곳도 공사에 들어가자 둔촌 성당 뒤에 이발관을 열었다.
가끔 바지 수선을 하러가는 세탁소도 마찬가지다.
단골 세탁소에선 바지를 항상 마음에 들게 잘 줄여주어서 다른 곳을 찾았다가 이상하게 줄여 놓을까 겁이 난다.
문득 백종원 골목식당에 소개된 둔촌동 먹자 골목 '초밥집'이 궁금했다.
어차피 혼자 저녁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둔촌동 초밥집'이 어디냐고 세탁소 주인에게 물어 보았다.
근처 신성 빌딩 부근이라고 가르쳐주어 지나는 청년에게 물어보았다.
"초밥집은 모르고 곱창집 잘하는 곳은 있습니다" 라는 대답만 들었다.
곱창에 소주가 어울리는 나이긴 하다.
다시 지나는 아가씨에게 물어 보았다.
"저쪽 인데요 지금은 재료가 다 떨어졌을 거예요. 아침 9시반에 예약명단에 적어야 하거든요"
이용한 적이 있다는 경험담이다.
그래도 위치는 알고 가고 싶어 가게를 찾았다.
가게 이름이 <온전히>다.
가게 밖에 아가씨가 일러준데로 안내문이 적혀 있다.
가게문을 열자 TV에서 낯익은 부부가 쳐다본다.
9시반에 전화로 예약하면 되냐는 나의 말에 직접 오셔서 적어야 한다는 대답이다.
오전에 직접 와서 예약자 명단에 적어놓고 점심 시간에 다시 와야 한다는 말이냐고 묻는 나에게 "그렇다"는 것이다.
'앓느니 죽지 '.....
주변 직장인들 외엔 비현실적이어서 어렵다.
혹시 저녁으로 뭐가 가능하냐고 묻자 마침 오늘 날씨가 흐려 손님이 적어 남은 재료가 있어 초밥이 가능하다 했다.
저녁이 해결되는터라 운이 나쁘지 않았다.
손님 하나도 없던 시간.
메뉴는 오로지 "초밥"
골목식당 방송을 다보지 않아 오로지 초밥 단일 메뉴로만 하겠다는 이야기는 알지 못했다.
찻잔아닌 <종이컵>에 가져다주는 따듯한 차가 눈에 거슬린다.
초밥 10조각에 9,000원.
맛은 만족스럽다.
단지 초밥 사이즈가 조금 작아 식사를 마치고도 배고픈 느낌이 온다.
초밥집 주인도 가격과 맛과 양을 고심했겠다.
항상 그렇지만 아무도 없던 음식점에 나를 뒤이어 부부가 왔고 청년이 또 왔다.
가끔 나는 손님을 몰고 오는 사람이 아닌가 착각을 한다.
부부는 식사후 초밥 1인분을 더 주문했고 혼자온 청년은 처음부터 2인분을 주문하더니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현명한 주문이었다.
가격 만원에 김초밥 한두개 사이즈를 크게 늘려 놓던지 12,000원~13,000원 가격에 12조각 짜리 "특초밥" 메뉴를 고민해야할 "온전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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