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과 이주기

아파트 이주기 (7)-네살 아들과 삐삐 문방구

Jay.B.Lee 2017. 8. 13. 05:32


"삐삐 문방구"가 있던 자리.빈 곳이거나  미장원자리다.


이곳 아파트 단지는 저층 아파트 두개 단지와 고층 (10층)아파트 두개 단지 총 6,000세대로  되어있다.

76년 결혼 후 처음 살던 잠실에서 이곳에 이사하여 18평짜리 아파트에 살았다.

40년전이 어제 같다.

그후 아파트를 조금씩 넓히며  교과서 같은 삶의 방식을 택해 두번 더 이사를 했다. 

둔촌동 1단지 아파트는 잠실 15평에 비하여 창고 같은 방이 한개 더 있는,  방이 세개인 아파트였다.

게다가 잠실처럼 연탄 아파트가 아닌 중앙난방식에다가 양변기가 설치된 현대 아파트였다.

 집 가까이 단지내 두개의 초등학교중 하나가  있었고 학교옆 문방구에선 학교 숙제 준비물과 간단한 과자 사탕등을 팔았다.

문방구 간판은 분명 "삐삐문방구"가 아니었는데 왠일이지 모두" 삐삐 문방구"로 불렀다.

 80년 이곳에 입주하며  아들이 몇살이 되었을 때 돈 쓰는 법을 가르칠 것인가 고심했다.

돈 쓰는 법과 욕은 인간이 가장 먼저 배우는 공통사항이 아닌가 .

그러니 제대로 가르쳐야 했다.

아이가 사탕 맛을 알기 시작한뒤 사탕의 유혹을 얻기 위해선 돈을 주고 얻어야 (사야) 한다고 가르쳤다

 문방구에서  나와 함께 가서 사탕이나 과자를 먹으며 아이도 어슴프레 느끼고 있었으리라 .

아들이 네살 (만 세살 )되었을 때 결전의 날이 왔다.

아들의 작은 손에 반짝거리는 백원 동전을 쥐어주고 삐삐 문방구 한참 떨어진  나무 뒤에  숨어서 아이를 홀로 문방구로 보냈다.

아들은 뒤돌아보지 않고  조심 조심 계단을 올라 문방구로 들어갔다.

사탕의 유혹이 두근거리는 소심함을 이겨내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아들이 자기가 원하는 사탕을 가르켰는지 주인이 아이가 좋아 할 사탕 두어가지를  집어하나를 선택하게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단지 아이 손에 사탕이 쥐어져 있고 자기가 사탕을 샀다는 자부심과 원하는 사탕을 가졌다는 아이의 만족스러운 얼굴을 보았다.

그이후 아들은  "인간이 욕망을 얻기위해서는  반대급부로 재화를주어야 한다는 경제원리"를 실행해갔다.

 아이가 초등 학교를 가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용돈을 주고 중학교땐  한달에 두번,교교부터는 한달에 한번씩 용돈을 준 것 같다.

아들이 대학원을 마치고 취직하기 까지 중단없이 용돈을 주었다. 

대학원에서 조교로  용돈을 벌때도 끊지 않고 준것 같다.

교환 학생으로 파리에 머물때도 방값에 생활비까지 주었으며 돌아 올 때 한달간 유럽을 배낭 여행으로 돌아보고 오라고 큰돈을 송금했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오랜 시간이었다. 

그 오랜 시간을 통해 아들은 돈 쓰는법을 잘 배우고  모으는데 치중했는지 결혼후  사돈어른에게서 사위가 짜다는 소리를 듣는다.

단지 나는 말을 않을 뿐이다.

살면서 기뻤던 일은 아들이 동전을 주고 사탕을 사들고 온 순간보다 아들이 직장에 취직하여 등록금과 더불어 더 이상 용돈을 주지 않게 되었을 때.

어깨의 짐이 새털처럼 가벼워지던 그 때가 솔직히 더 기뻤다고 해도 아들도 이젠 충분히 이해하리라.

혹 아내가 왜 아들  용돈 관리를 하지 않았냐 묻는다면  아버지가 힘들게  가족들을 위해 버는 모습을 지켜 보게 하는 측면도 있었다.

그리고 모든 동물은 밥주는 사람을 존경한다는 원칙을 잊어서는  않된다.


둔촌 초등학교 , 증축으로 학교는 커지면서 한편으로 학생수는 줄어들어  길건너 성내동 아이들까지 받아야 했다.


멀리 높은 보일러 연통이 보인다.

80년당시 6,000세대의 아파트에 단 한 곳에서 난방를 공급한다는 설계구조는 그 어리석음에  비난을 받았다.

열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돈은 돈대로 내며 지금까지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다.

아파트에서 내의 하나만 걸치고 산다는 다른 동네 얘긴 먼나라 얘기 였다. 


아파트 관리 사무실.

관리 사무실 직원이 벙커 C유를 빼먹다가 입주자 대표회의 위원중 전문가에게 들통나 횡령죄로 감옥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