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절, 군대,군에서 받은 편지들

군대 일기초

Jay.B.Lee 2014. 6. 2. 22:33

 

 

 

하얗게 돌이 깔린 순찰로를 따라 9초소와의 협조 지점에 이르면 새빨갛게 녹이 쓴 철탑이 있다.

바퀴가 달린 약 5미터 높이의 그 철탑이 왜 바닷가에 와 있는지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때론 산다는 이유를, 그 존재하는 이유를 모를 만큼 망연해 질 때가 있다.

고독도 아닌 이 알수 없는 슬픔이 그림자가 마음에 엄습해 올 때 난 슬픔의 노래를 부른다.

잊어버린 ,이제 손에 잡히지 않는 허공속의 대상은 무얼까

이제는 더 이상 그 대상을 찾지 말기로 하자

생명이 연면히 이어지는 속에서 고뇌도 슬픔도 즐거움도 모두 잊자

한갈래 길, 그 속을 혼자 걸어갈지라도.

 

 

바닷가 갈대 숲에 가을의 노래가 들린다.

가을이 지금 한창이라고 .

물새들이 앉아 쉬었다가는 바닷가엔

 태고적부터의 땅과 바다의 대화가 들린다.

평화로움과 정적만이 가득한 바닷가에서

원시적인 신비를 찾는다.

아직도 메마른 백사장엔 지난 여름을 그리며

게들이 엉금엉금 기어가는 한낮. 

 

점점 내려가는 한난계

또 영하의 밤을 지내는 가

희미한 달빛

어둠이 잠긴 암벽사이

수많은 발자욱이 오간 순찰로를 따라 걷는다.

실탄이 장전된 M-16을 끼고 밤과의 말없는 대화속에 무겁게 옮겨 놓는 발걸음 따라 시간은 흐른다.

백사장 위에 올라앉아 한해 겨울을 날 찌그러진 조각배와 갯펄위에 주저앉은 배들이며

달빛 속의 포구는 언제나 그렇듯이

쓸쓸하기 짝이 없다.

잔설처럼 뻗어나간 하얀 물결의 여운

눈위를 걷는 것만 같다.

달빛도 별빛도 스러진 동산 위로 샛별이 오를 때까지 .

 

 

겨울의 바닷가는 어느 계절 보다 을씨년스럽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바닷물이 하얗게 하얗게 쌓여 얼어 붙는다

조각배들인 통통배들이 모래사장에서 겨울을 나는 이때.

아침 마다 떼지어 햇빛에 반짝이며 나가던 배들도 어느 포구에선가 쉬고 있겠지

어제부터 몰려온  강추위로 섬과  강처럼 갯벌 골을 따라 흐르던 바다도 얼어버리고 말았다.

 육군 해안 경비정조차 철수해 버리고 난 긴 겨울

길고긴  겨울밤을 지새며 흰눈같은 얼음위를 걸으며 철조망 건너 어둠을 응시한다

눈길을 함께 걷던 사람이 생각나는 겨울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