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차고 달은 유리같이 맑고 ......
이 때에 퇴원 소식을 들으니 모두에게 축복입니다.
토요일은 외출을 나가셔서 이 싸아한 바람을 온 몸에 안아 보십시요.
그리구 살아 있다는 걸 실감하시고 .....
서울에서 30여일만에 돌아와 병상에서 보낸 이 xx씨의 편지 받고 걱정보다는 무언가 소설적인 심정으로 곧장 답을 써서 보냈는데
못받으신 모양이군요
"무슈리 ,퇴원하시면 건강한 모습으로 휴가를와 제게 데이트를 신청하시지 않겠어요?
쾌히 승락하겠습니다.
특히 Miss Y의 얘기하는 모습은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말씀도 하셨고 하니......
대강 그런 글을 3장인가 보냈는데......
아마도 나의 실수인 모양입니다.(*편지가 시간적으로 엇갈렷을 뿐 받았다)
주소를 봉투에 적힌 것으로 쓴 잘못.
오늘은 학교에 올라갔었어요
아직도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캠퍼스
매우 건강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는 길에 S(나의 친구 여동생)에게 들려 내가 좋아하는 곡-*추상,*리베라이,*Walk away 같은 걸 듣고 꿀로 만든 커피 해태과자를 먹고 그 빼조리 같은 오빠 대학 졸업사진도 감상해주고 당신이 잘알고 있는 얼굴 A와 하 xx(내 고교동창)의 푸념도 듣고 그러다 오는 길에 혼자 007카지노 로얄을 보고 밤 10시 30분에 들어 왔습니다.후후
카지노 로얄 같은 것 아마 남자들이 보면 머리가 좀 아플 겁니다.
내일 모래가 입학식
새로운 얼굴들이 우리의 캠퍼스에 술렁거릴 그 자극.
허지만 4학년이 되어 후배를 보는 마음 보다 내가 후배였을 때 선배를 보는 마음이 한결 즐거웠습니다.
내가 후레쉬 맨이었을 때 어쩌면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던 그들.
1년 선배인 자주빛 남방셔츠의 이 xx씨(나를 이름) 까지도 그런 기분이었으니까요.
확실히 변화는 왔습니다.
마음 괴롬과 떨떠름한 회의( 懷疑)
생활이라든가 취업 졸업 결혼 같은 것이 실제적인 문제로 등장하니까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요즘은 굉장히 많은 시간을 헛되게 아파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내년 이맘때쯤 나는 어떻게 되어 있을지......
이것이 가장 큰 문제 이군요.
그리구 이번 1년 동안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나의 인생을 위해 가장 현명한 방법일까에도 신경이씌여집니다.
이xx씨,
병상 생활이 남긴 여러가지 무거운 우울이 걷히지 않은 채 당신의 머리엔 생각들이 쌓이겠습니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이Xx씨를 위해 편지를 보내 줄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향기가 그윽한 꽃다발이라도 올릴 사람이 있을 런지도.
모쪼록 마음도 몸도 다 건강하시어
새 봄엔 훌륭한 추억을 마련하십시요.
안녕히
*1971.3.11
AK
*추상(Souvenier for Violin and Piano)
추억으로도 번역하는 프란티세크 드르들라(1932-1985)의 곡이다
체코 태생이나 오스트리아에서 주로 활동 ,오스트리아 음악가로 분류한다.
*리베라이 (Liebelei:풋사랑)
오스트리아 작가 아르투르 슈니츨리(1862-1944)가 처음으로 연극적 성공을 거둔 사회심리극(1895).
이후 영화로도 제작 되었다.
프랑스 샹송가수가 부른 노래도 있고 우라나라 문주란이 번안해서 부른 노래도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태리 칸소네의 우상 Milva(가수겸 영화 배우 본명 :일바 마리아 비올가티,1939-)가 부른 Liebelei가 제일 유명하다.
*Walk Away
후랭크 시나트라도 극찬한 목소리를 가진 Matt Monrro(1932-1985)가 부른 노래로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히트한 노래다,.
사랑하면서도 연인을 보내는 지극히 대중적인 가사.Monrro는 간암으로 일찍 병사했다.
*1971.3월은 막 24개월의 복무가 끝난 시점이다.
그후 11개월을 더 근무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