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이메일로 받은 청첩장

Jay.B.Lee 2012. 2. 1. 18:56

"우리 결혼 합니다"

 

 보통 받는  우편  청첩장 대신  카페지기로 부터 이메일로 결혼 소식과 함께 청첩을 받았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것은 2010년 가을 터키를 거쳐 "그루지아 "(조지아)의 수도 티빌리시 에 갔을 때다.

흑해를 접하고 있는 흑해의 항구도시 "트라브존(Trabzon)"에서 버스로 국경을 건너 장장 9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이다.

여행시기에  숙소 정보가 많지 않아 알고 있는 단 한 곳 "이리나 게스트 하우스"에 예약없이 찾아가 머물렀을 때 그를  만났다.

그의 이름은 "블라디미르 박"으로 흔히 "블박"으로 부른다.

그는 독일에서 공부후  한국에 돌아와 일하다가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 오게된  티빌리시가 마음에 들어  머물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한국에 적응하지 못한 자기 잘못이 크다고 고백했다.

블박은  작은 문이 달린 싱글룸에 장기 투숙자로 머물고 있었는데 여행 관련 일을 준비중이라고했다.

그루지아의 유명한 시인이 태어난  코커서스산밑에 있는 "카즈베기"에 일박 이일로 다녀오기 위해 그에게 짐을 맡겼었다.

그에게 얻은 유용한 정보로 그루지아의 여행은 즐거웠고 아르메니아로 떠나며 그에게 한국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했다.

여행사를 소개하여 그를 돕고 싶어서였다.

그 해 겨울 그가 왔고 나는 조카가 다니고 있는 국내 굴지의 H여행사에 소개를 했고 타지역을 맡고 있던 조카는 <특수지역 책임자>에게 소개를 해주었다.

나도 조지아 카페에 가입, 년말 정기 모임에 처음 참석하여 낯선 분들과 저녁을 즐겼다.

타 카페와 달리 연령층이 다양했는데 6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 40대 30대 고루고루 모였다,

직업도 다양해 전직 대사,교수,중동 지역 한글학교 교장,해외에서 중고철 수출중개상,보석상,보건 대학원 교수,여성 소방관,영어교사,방송국 PD 등등.

그중에 한분은 러시아와 무역업을 하면서 그루지아와 사업 인연으로 종종 방문하며 그루지아 에 관한 문화,예술 ,관광등 일체의 정보를 모아 블로그를 개설해 놓았는데 그루지아 관광청에서 공로상을 줘도 될만큼 그루지아를 사랑하는 분이다.

회원중 한분은 그루지아 여성으로 그루지아 최초로 한국인과 결혼하여 여섯살난 딸을 둔 아기엄마다.

그루지아에서 대학을 나와 한국어를 가르키다 남편을 만나 결혼하였고 우리말 대회에서 1등상을 받은  경력도 있다.

항공회사에서 일하다 현재는 그루지아에서 포도주를 수입하는 분도 회원이다.

그루지아는 포도주의 원조라고 자긍심이 대단하고 포도껍질까지  담그는 전통방식의 포도주가 유명하다.

그루지아 수출부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포도주였는데 2008년 오세타니아 문제로 러시아와< 5일 전쟁>을 치룬후 교역이 중단되어 그루지아로서는 상당히 타격이 많았었다.

5일 전쟁중 피해가 컸던 곳은 스타린이 출생한 "고리" 지역으로 반갑게 작년 다시 러시아와 통상이 재개되는 것 같다.

(무시무시한 권력을 휘두르던 '베리아'도 그루지아 출신이다)

소련 해제후 친 서방을 추구하는 그루지아는 인구 4백5십만 ,자원이라고 전혀 없는 작은 나라라  연민을 금할 수 없다.

국명을 <조지아>로 정한뒤 조지아를 인정하고 처음 불러준 나라가 한국으로 작년엔 서울에 대사관이 설치 되었고 정부의 초청으로

그루지아 장관이 내한하였는데 두분다 30대 초반의 여성들이다.

대통령이 젊으니까 그다지 놀랄일은 아니다.

그루지아는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 없이 3차산업으로 건너뛰어 관광,서비스  산업으로 국가를 건설하려는 정책을 시행중이다.

작년 3백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 그루지아 국민 대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루지아 대통령은 40대 중반으로 미국에서 수학하고 법무장관을 거쳐 40대에 대통령이 되어 한국을 모델삼아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양이나

현재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2011년 11월 아테네에서 이스탄불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그루지아 청년이 확인해준 얘기다.

그후 정기모임에도 여러 사람들이 오갔는데 그루지아에서 양궁코치로 초빙받아 만년 하위 였던 야궁을 2년만에 유럽 챔피언을 만든 한국인 코치,그루지아에 처음 공사하는 고속도로 감리차 나가는 한국회사 직원들.-모두 60대로 옛날 중동 건설의 산증인들이다.

70년대 감리를 받던 나라에서 감리를 하러 갈 만큼 우리나라는 참으로 눈부시게 발전 했다.

캎카스  3국(그루지아,알메니아,아제르바이젠 )에 관한 학술 논문을 쓰면서 찾아온 대학교수도 있었다.

블박은 년초 그곳에서 여직원도 채용하고 여행사와 비즈니스 콘설턴트 회사를 차렸는데 그의 사업이 궁금했었다.

작년 가을 한국 방문시 가진  '번개 모임'에서 그의 사업 근황을 들었다.

내가 소개해준 인연으로  이미 많은 팀들이 여행을 왔다고 했다.

캅카스 여행을  떠나는 페케지 여행객들은 이미 세계 곳곳을 거의 다녀온 분들이라 볼 것 많고 아름다우며 때묻지 않은 신선한 그루지아를 좋아 한다고 한다.

번개 모임 저녁후 같은 집방향으로 전철을 타고 오다  회원 몇명에게 자기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하여 중간에 내려 생맥주에서 기다렸다.

마침내 나타난 블박의 여자친구.

키가 아담한 S대 출신의 재원이다.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알고보면 이 인연도 내 덕분이라 했다.

여자 친구의 어머님이 단체여행을 오셨다가 성실히 열심히 일하며 재미난 블박을 잘보았는지 여자를 소개해 준다고 하여 그냥 하는 얘긴가 보다 해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자 여행 말미에 실은 자기 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그 어머님이 또 여행을 오셨는데 알고보니 몇분은 친척분들로 집단으로 선을 보고 간셈이라고 했다.

불박은 내가 조카를 통해 소개한 H여행사에서 또 고급 여행상품만 취급하는 P여행사를 소개해주어 그 편에 오신 분들로 인연이 그렇게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나는 지금까지 두번의 중매를 성공 시켰다.

아들,딸을 가졌던 아버지로 자식들의 혼사로 고심하며 잠못자는  부모들의 심정을  도와 주고 싶어서였다.

중매 세번이면 천당을 간다는데  그만큼 중매가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오직하면 중매하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도 있는 세상이다.

나는 세번을 채우기 위해 그 후 얼마나  여러번 시도 했던가.

집안도, 경제력도 양쪽이 다 괜찮고 남녀 모두 괜찮은 직장들이 있는데도 성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연이란 따로 있는것인지.

이번 블박의 결혼 소식은 직접 중매한 것이 아니라도 기쁜 일임에 틀림없다.

40대 중반을 향해 달리는 블박 노총각이 드디어 결혼을 한다.

그루지아에 신혼의 보금 자리를 차리게 되고 한국 교민이  한명 늘어난다. 

3월 봄 날 ,결혼식에 참석하여 새 가정에 축복이 넘치기를  회원들과 함께 축하해 주어야겠다. 

축하 댓글에 술석잔 뿐이겠냐고 세병(그루지아 와인)도 드리겠다고 답글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