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아들을 임신한 딸의 슬픔

Jay.B.Lee 2011. 10. 3. 18:43

지난 토요일은 딸이 분당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받는 날이었다.

모니터를 보던 선생님이 "축하합니다.아들입니다"하자 함께 갔던 사위는 일생 일대의 실수를 하고 말았다.

"어~ ,아들예요?"

딸과 사위는 그 동안 딸이길 바래며 이름까지 지어 놓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이란 말을 듣는 순간 정말로 실망하는 표정을 딸이 놓치지않고 본 것이다.

바깥 사돈(안사돈은 안계시다)은 큰 아들이 이미 딸을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둘째아들(나의 사위)에게서도 딸을 원했다.

딸을 얻고 싶어 입양까지 고려했던 분이다.

사돈은 아들이란 소식을 듣는 순간 "섭섭하구나 ,딸이 아니냐"하고 말았다 한다.

아들이란 다 쓸데 없는 놈으로 치부해 버린 사돈이라해도 너무  솔직히 말을 하고 말았다.

아니 경상도 사돈인 밀양 박씨 집안의 대를 이을 아들을 가진 딸에게 손녀딸이 아니고 손자라 섭섭하다니.

'아버님 잘키울게요 "하고는  딸은 시아버지에게서 축하를 못받아 슬퍼서 전화를 끊고 울었다 했다.

아내와 전화를 한 딸은 나에게 다음에 또 아길 가질거라고 다짐을 한다.

그건 낳고 키워본 다음에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우리 내외는 하나님이 주신 귀한 선물로 받고 건강한 손주이기를  바랬지 특별히 손자나 손녀를 원하지 않았다.

딸 하나만 키우고 있는 딸의 큰 동서는 아들을 가져서 자기 부담이 없어져 너무 좋다고 한다.

나의자형( 姉兄)은  고지식한 충청도 가부장적 집안의 장손이다.

장손인 생질이 장가를 가고 질부(姪婦)가 딸을 임신했다는 의사말에 조카는 사내가 되어가지고  울었다고 했다.

아버지(姉兄)에게 손자를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절실 했는지 신랑이 눈물을 글썽이자  착한 질부는 "하나 더 낳아드릴께요"라고 위로했다 한다.

딸아이가 임신하기 한달전 아내는 태몽을 꾸었다.

아들만 셋 낳은 처고모가 꿈에 나타나 커다란 종이에 싼것을  주고가 벗겨보니 머리통보다 더 큰 배가 있었다고 했었다.

사위가 머리가 조금 크기는 크다.

사위는 꿈속 신발장에서 파란 작은 아기 운동화를 보았다고 했다.

딸을 원하던 사위는 아니 분홍색이었던 것 같다고  각색을 했었지만 파란 운동화가 분명하다.

우리 며느리는 딸만 삼형제 집에서 왔으며 안사돈은 딸만 7형제 집안이다.

셋째 사돈 처녀가 시집을 가더니 2주전 아들을 낳았다.

사돈의 사돈 집에서는 이미 큰아들에게서 아들만 둘 두어 딸을 원해는데 손자의 막내 이모 역시 아들을 낳고 말았다.

안사돈은 그집에서는 딸을 원했는지 몰라도  시집간 딸이 난 아들이 좋다고 외손자를 얻어  너무 기쁘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이 변해 대를 잇는 의미도 ,선영 봉사(先塋奉祀)할 아들의 의미가 점점 희석되었다.

아들들은 장가를 가면 처가쪽에 붙기일 수여서  장가를 가면 정작 부모들에겐  "재미교포"수준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아들을 통해 늙어 봉양받는다는 생각도 없어진 지금,아들보다 딸을 원하는 경향이 높아간다.

딸 가진 부모는 딸 덕분에 비행기타는 경우가 생겨도 아들 덕보기는  드문 일이다.

며칠전  미국에서 한국에 놀러온 사촌형은 조카들 소식에 큰 조카가  아기를 못가져 내년 2월 한국에 들어와  입양해가기로 되어 있다한다.

입양은 아들만 허용되고  딸들은 한국내에서 다 입양된다고 나도 모르는 얘기를 전해준다.

며칠전 아기를 가질 수없어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현대판 "씨받이"(임권택 감독,강수연 주연의 영화 제목)를 통해 불법을 저지른 이들이 체포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참 불공평한 세상이다.

누구는 아기를 못가져 ,누구는 아들을 못낳아 ,이젠 아들보다 딸을  못가져 안달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내는 내가  아들이라고 너무 좋아 한다고  위로해주었고 사위도 직장, 주위에서 모두 축하하자 "아들"도 좋다고 태도를 바꾸었다.

그러나 사위는 딸앞에서 "어~, 아들예요"하고 적잖히 실망하던 표정때문에 죽을 때까지 딸에게 약점을 잡히고  살아야한다.

사돈의 몫까지 합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