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올터인데
와도 좋으냐고 쏘근쏘근 하지 않습니까?
--이상<산촌여정> 중에서.
천재시인 탄생(1914.9.14) 100주년을 기리는 인사동 문인화전에서 읽은 "이상(본명 :김해경)"의 시입니다.
23살로 요절한 그의 난해한 시중에 이렇게 이렇게 평범한 싯귀가 있어 과연 그는 천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번 아파트를 강타한 태풍 "곤파스"로 인해 아파트 단지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700여 그루의 나무가 뿌리채 뽑히고 쓰러지고.
베란다 유리창이 100여장이 날라가 그 파편에,쓰러진 나무에 깔려 108대의 차가 파손되었습니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서 나와 급한대로 차도를 막은 나무들을 잘라내고는 우리동 차례가 되어 작업반원들이 주민 대표자회의 회장과 함께 왔습니다.
30년 넘게 자란 소나무들을 토막 내는 전기톱 소리가 하루 종일 들립니다.
집안까지 나무 자른 향긋한 내음이 스며듭니다.
어릴 때 제재소에서 맡던 일어버렸던 바로 그 내음입니다.
나무가 심하게 쓰러진 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동산 공원 소나무숲입니다.
마치 폭탄이 떨어진 뒤의 모습같았던 곳입니다.
인부들이 나무를 정리한뒤 뻥 뚫린 공원이 되어 버려 이젠 숲에 가렸던 건너편 긴 아파트가 훤히 들어 옵니다.
다행히 작년에 죽은 우리 <두이>의 한줌의 재가 묻혀 있는 나무는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30년 이상을 자란 앞나무까지 모두 뽑혀 나가고 말았는데.
사람이나 나무나 뿌리가 튼튼히 하지 못하면 그렇게 되는 모양입니다.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이될 것을 알고 하나님이 미리 나무를 솎아 주신 걸까요.
황량하지만 아파트에 쌓여 아직 여름처럼 푸르기만한 앞동산 입니다.
한달여 해외를 다녀오면 나무들도 붉은 새옷을 입고 맞아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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