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사는 이야기

치과 의사의 결혼 부주

Jay.B.Lee 2009. 10. 26. 09:29

2주뒤면 딸의 결혼식 이다.

이제 대부분의 준비는 끝났다.

큰 일들은 본인들이 주말을 이용하여 마친 상태고,우리 부부는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하여  할 일이 크게 없다.

딸이 아파트내의  작은 상가에 위치한 치과에 다녀온 사이, 치과 의사 선생님은  딸의 결혼 소식을 알았나보다.

  치과에서  딸에게 결혼  선물로 축의금 대신  예비 사위와 딸에게 스케일링(크리닝)을 해준다했다.

 전번 주말엔  예비 사위가, 지난 토요일엔  딸이 시술을 받았다.

난 딸이 직접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것보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감사하다고 전해드리람니다'라고 인사토록 부탁했다.

두배의 감사가 되지 않을 까 해서다.

93년 해외서 귀국후부터 쭉  네식구가  다니고 있는 치과병원이다.

화장실과 처가와 치과는 가까울 수록 좋다.

치과 의사는 서울 치대 출신으로  일찍 머리가 벗겨져 가발을 썼다.

치과에서 만날때에 괜찮아 보이는데  밖에서 만나면 훤출한 키에 비해 가발이 좀 안어울리는 모습이다.

치과는 요즈음 호화스러운 곳과 달리 몇년전  큰돈도 안들이고 깔끔하게 내부 인테리어를 바꿨을 뿐 작은 치과에는 치료용 두대의 의자와  필요한 것만 있다.

접수계 아가씨를 처음 보았을 때는 왼쪽 볼이 치통으로 퉁퉁 부어  퍼런 멍이 들어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엄청 아프겠다고 하자 원래 얼굴이 그렇다고 해서 얼마나 무안하던지.

 환자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는 상냥한 그녀는 10여년 그자리에 근무하고 있어 좌우  대칭이 안이루어지는 얼굴도 이젠 정답게  보인다. 

치과 의사는 늘 환자들과 짧은 시간에도   대화를 나눈다.

꼭 아픈  이 얘기뿐아니라  다른 얘기를 재미있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 자신도 퍽 심심할 것이다.

유머가 많고 가슴이 따듯한 사람이라 우리집 개 "두이"가 16년을 살고  죽었을 때 자기가 기르던 개는 17년 만에 죽었다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한번은 아픈 어금니 신경  치료시 마취주사를 3대 찌르는 동안 아파 소리지른 나에게
"이선생님,밖에 5학년아이가 보고 있습니다."하던 의사다. 

이 치과에서는 임프란트 시술을 하지 않는다.

상한 나의 이 한개도 자기이만한 것이 없다고 신경치료만 끝내고  안 뽑아준지가 6년이 넘었다. 

다른 곳 같으면 벌써 뽑고 새로 이 해넣자고 달라들었을 것이다.

노인들에겐 돈도 잘 받지 않는다.

목요일,일요일  쉬고 돈에 큰 욕심 없이 동네 의사로서 살아가는 삶에 만족해 하는 것같다.

이제 함께 늙어 가는 처지가 되었다.

5년전 가을,  아들과 며느리도 결혼할 때에도  똑 같은 선물을 결혼 부주로   받았었다.

이런 재미 ,저런 이유로 아파트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아파트 단지내를 돌며  여지껏 살고 있다.

 

 

 

 

'살아온,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스마스   (0) 2009.12.26
아내와 함께 처음 담궈본 김장  (0) 2009.12.03
닭과 낙지  (0) 2009.10.10
만화 "사랑해"와 유아용 자동차 시트  (0) 2009.10.01
Mother of Mine  (0) 2009.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