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지난 겨울의 앞동산.내방에서 창밖을 보면....
현재 사는 아파트 앞에는 단지내 두개밖에 없는 자연림이 우거진 동산이 있다.
우리집 3층 베란다 앞 까지 손에 닿을 듯 나무가지가 뻗혀있다.
봄에는 나무사이로 진달래 몇그루가 꽃을 피우고 홍매화 개나리,벚꽃,복숭아꽃 골고루 핀다.
간혹 아래 상가에서 사온 떡볶이와 순대를먹고 가는 아이들도 있고 부모 몰래 담배피우고 가기에 적당하게 여름엔 빽빽하게 나무가 우거진다.
가을엔 지금은 구하기도 힘든 반잘 반질한 검은 돌계단을 올라 전나무와 솔잎이 수북히 쌓인 나무밑을 걸으면 갑자기 깊은 산속에 와있는 착각이 든다.
6000여 세대가 사는 같은 단지내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지도 10년이 벌써 지났다.
남향 아파트 10층에서 앞쪽으로 150미터까지 아무 것도 없는 탁 트인 전망을 즐기며 살다가 어느 날 안사람이 아파트를 팔기로 계약을 한 것이다.
내어 놓은 날 덜컥 계약을 해버리고 3평을 더 넓게 살고자 단지내에서 아파트 이사를 하려 한 것이다.
단지내에 팔려고 내려 놓은 매물은 딱 두가구.
한집은 2층에 남향으로 전망이 좋은 집이다.
주인은 은퇴한 언론인으로 자기 자랑만 실컷 늘어 놓다가 안식구와 상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을 올려 준다하여도 팔지 않고 지난 5개월간 저러고 있다고 중개인이 흉을 보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집구경 오는 사람들에게 팔지도 않으면서 매입자들을 애태우고 과거의 영광을 늘어 놓는 맛에 살고 있는 살짝 맛이 간 사람으로 단지내 부동산 중개업소들에게는 이미 낙인 찍힌 사람이었다.
나머지 한집 을 보고나서 서향에 전철역에서 멀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계약하기로 약속일을 잡았다.
두곳 부동산 중개업자를 대동하고 계약금을 치루려던 날,남자 주인은 아파트를 팔고서 딸이 사는 동네로 이사를 갈 것은 확실한데 3일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었다.
허탈한 심정으로 돌아온 그날 밤 안사람은 기도를 열심히 했나보다.
다음 날 부동산 소개소에서 다른 곳에 돌리지 않은 자신의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곳이 지금 살게된 남향에, 동산 정원을 바라보는 아파트다.
마침 팔려고 하는 여주인이 전에 같은 동, 1층에 살았던 이웃이고 안사람이 약간의 돈을 더주고 즉시 계약을 했다.
지하철 ,버스 정류장도 훨씬 가까워졌다.
또 집수리하기 편하게 자금치루기 한달전에 집을 비워준다는 잇점도 있었다.
마침 6층엔 4촌형도 살고있는 곳이다.
앞동산은 애시당초 아파트를 지을 때부터 있던 자연 숲이다.
처음엔 산내음이 물씬나고 주위에 잠자리가 많이 날던 곳이다.
둘레가 250미터 정도로 우리집 늙은 개(만 15살)의 산책 코스로 알맞다.
처음 이사와 저녁마다 6,7백 마리의 까치가 울어대며 소란을 벌이기를 3,4년.
그후 까치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덩치 큰 까치들은 어딜가고 작은 까치만 몇마리 가끔 찾아 온다.
대신 깡패같던 까치떼가 사라진 후 보게 된 것들이 새들이다.
산비들기와 참새 보다 더작은 검은 점이 박힌 새,머리 끝에 공작처럼 아름다운 벼슬을 가진 새-이름 모를 새들이 가끔 교대로 찾아온다.
어느 때는 방충망에 붙어 있다가 날아 간다.
새들이 오면 그네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생겼다.
베란다의 큰 색 유리창 너머로 새들은 내가 안에서 보고 있는 것을 알턱이 없다.
한마리만 보일 때는 꼭 주위를 유심히 살펴보면 근처에 짝이 숨어 있다.
새고 물고기고 가두어 키우는 것을 질색하는 나로서는 나뭇가지 사이로 자유롭게 날아 다니는 새들을 보며 나 역시 자유롭기를 꿈꾼다.
구속없는삶,나무가지 위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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