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입다물고 살아가야 하는 날들

Jay.B.Lee 2023. 2. 21. 06:38

 

지금은 노쇠하여 병상에 누워계신 직장의 대선배님. 

내가 회사 신입사원 채용면접 시 면접을 하셨고 입사 후에는 부서장으로 모셨다. 그분은

마지막을 자동차회사에서  증권 사장으로 은퇴 후 "재정 OB모임"자리에서 우리에게 당부하신 말씀이 있었다.

지하철에서 65세 이상 무상 티켓을 받을 때 역무원이 티켓을 내던져도 그냥 줍지 따지지 말라는 얘기였다.

(초기 당시는 일일이 티켓 한 장을 받아야 했다)

지금은 주민센터에서 주는 시니어 교통카드라 그런 일이 없어 좋다

얼마나 내공이 깊으셨던 말씀인가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과 손목시계 (세이코)까지 챙겨 동네에서 비교적 가까운 "아름다운 가게"를 찾아갔다. 

주차장이 없는 관계로 길에서 비상등을 켜놓고는  문에서 오가고 있는  여아르바이트생을 불렀다.

물건을(쇼핑봉투 두 개로 가볍다)  받아주면 고맙겠다 했다.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저희 10시 반에 오픈하거든요"하고 쑥 들어가 버린다.

 노동시간을 준수하는 건 좋지만 아름다운 가게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시계를 보니 10시 10분이다

오 가는 직원 봉사자 중  아주머니를 부르자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하더니 웃으며 다행히 물건을 받아 주었다.

접수증이나세금 감면확인서를 받는 것도 아니어서 시간 걸일 일도 없었다.

아름다운 가게가 처음 안국동에 1호점이 생겼을 때 취지에 호응하며 집에서 먼 그곳까지 차로 물건을 여러 번 실어 날랐다. 나중에 처음 의도와 달리 지금은 고인이 된 설립자가 자금을 이상하게 사용하여 실망했지만.

앞으로는 "당근마켓"에서 직접 나눔을 하던가 아파트 재활용장에 내다 버리지 시간, 자동차 기름을  소비하며까지 갈 일은 없겠다.

 

 

아내가 사용하는 차가 많이 더러워져 동네부근 단골 주유소를 찾았다.

주유도하고 세차도 해야 했다. 

무료 세차는 먼 옛이야기이고 자동 세차요금이 1천 원에서, 3천 원으로 , 지금은 5천 원이다.

차를  자동 세차장 입구에 대고 확인용 주유 영수증과 돈을 세 차원에게 건넸다.

"사이드미러 꺾으시고 선루프 닫아 주시고요"

난 선루프가 열린 줄 알고 버튼을 돌리자  조금 열려 다시 정위치에 두었다

그래도 혹시 싶어

"선루프 잘 닫혀있나요?"

"전 선루프 체크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 아니 이 쉐키가)

그럼 처음부터 아무 말하지 말아야지 열리지도 않았는데  선루프가 장착차량이라고 습관적으로 말한 거였다.

노동자의 자세가 이상하게 변질되고 있다.

장담컨대 주인 의식 없는  태도로 일하는 그들이 앞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기란 불가능하다. 

오는 고객을 친절히 대한다는 기본자세의 근간이 흔들리는 요즈음이다.

자신이해야 할 일을 이해 못 하고 있다.

꼰대로 보이는 나이에  지금은  입을 꾹 다물고 인내하며 사는 길이 지혜로운 길일까.

 

이제 90이 된 직장 선배님.

회사일을 개인적인 일로 자신이 다 뒤집어쓰고  옥고를 1년 치르며 천주교에 귀의했다.

밤낮없이 , 때론 토요일 일요일 없이 , 추가 수당 없이  일해온 우리가 만들려는 세상은 이런 세상이 아니었다.

 

-어느 재수 없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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