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구경을 특별히 할 곳도 없는 세상이다.
온 세상이 벚꽃이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지는 법.
오랫동안 살던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의 오래된 벚꽃과 흩날리던 꽃길이 떠오른다.
나이 먹어가며 추석날이 덤덤해지고 짜장면 맛이 그런 것처럼 벚꽃구경도 그렇게 되나 싶다
멀게 다녀온 쌍계사의 벚꽃길이 가장 좋았다.
선릉의 키큰 벚꽃도 좋고.
워커힐의 오래된 키 큰 벚꽃길을 걷고 호텔 커피숍에 들려 해마다 커피를 들고 오던 일도 옛날 일이 되었다.
늘 지나는 길-올림픽 아파트의 벚꽃도 좋다.
석촌 호수 벚꽃과 분당 중앙 공원의 벚꽃도 볼만하다.
꽃구경은 한해 욕심을 내어야 한 두 곳이고 그냥 오가는 길의 꽃들로 족한 봄날이다.
2021년 3월 30날 아침.
공원길 산책에서.
올림픽 공원 북문 부근
성내천 건너 성내동
사진 찍는 곳에서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할머니를 만났다.
6십대 후반 정도 보이는 여자가 나를 보더니 헤드폰을 내밀며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카메라를 메고 있으면 받을 수 있는 부탁이다.
허긴 이곳에 부탁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자전거 타러 나오느라 화장을 안 해 부스스하다며 혼잣말을 지껄인다.
여인들의 본성이다
"그만해도 이쁘십니다" 라고 말해줄 걸.
자전거와 전신이 나오게 찍어달라기에 빛 때문에 장소를 옮겨 포즈를 바꿔 10여 장을 찍어 주었다.
마음에 드시는 것 고르라고.
찍은 사진들을 보며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진다.
사진들이 너무 잘 나왔다고 뒤에서 인사를 했다.
친절도 확실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성내천
잠실 파크리오 아파트.
아산 병원 가는 뚝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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