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제주 여행(12)-한라산 등반

Jay.B.Lee 2020. 1. 26. 23:36

 

 

사진: 한라산 백록담

 

 

2020.1월 16일. 목요일이다. 드디어 대망의 날이다.

한라산 날씨 흐림.

아직 어둑한  성판악에 도착하여  갓길에 줄지어 세운 차 뒤에  주차하고  날이 밝지 않은 새벽 매점으로 향했다.

며칠 전 온 눈으로 아이젠을 착용하길 권하는 안내문이 입구에 있었다.

임대는 없고  판매만 한다고.

싸구려 대신 조금 나은 아이젠을 하나 구입했다.

그것도 내 눈에 싸구려다. 

35,000원.

갈퀴로 돈을 긁으며  판매하는 아주머니의 얼굴엔 복이 붙어 있다.

 

성판악에서  오전 7시 20분 출발했다.

작년 10월 영실 탐방로를 걸은 게  다여서 내 걸음대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혹시 족저 근막염이 재발할까 두려움도 있다.

카메라 대신  스마트 폰으로 찍기로 하고 모든 무게를 줄였다.

"속밭(4.1킬로)을" 지나 사라오름 갈림길(5.8킬로 걸었다)에 이르자 <사라오름 산정 호수>까지 왕복 40분이 걸린다는 안내문이 있다

아내에겐 스틱 두 개를 챙기며 몸 컨디션 보아 여차하면 "사라오름"만이라라도 보고 오기로 했다.

순간의 유혹 -이곳만 보고 돌아갈까.

그러나 발은 백록담 정상 쪽으로 향했다.

젊은 시절 산에 많이 다니면서 어쩌다 보니 한라산 등반 기회가 없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라산  오르지 못한  마음의 빚이 있었다.

아내 동반 없이 혼자서 제주에 온건 순전히 한라산을 오르기 위해서다

더 늦기 전에 나의 버킷 리스트에서  지워야 한다.

진달래 밭(7.3킬로 지점)에 이르러 휴식을 취한 뒤  통과 제한 시간 12시보다  빠른 11시 50분 통과했다.

정상 오르는 길이 드러나고 사람들이 산등성이 경사길에 줄지어 개미떼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왼쪽 다리 허벅지에서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며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아 여기서 주저앉아 포기해야 하나.

"You can  do it!"

"I can do it!"

짧게 기도를 했다.

손자들에게 나중에 할아버지가 한라산 등반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했다.

다리를 주무르고 다시 조금 걷자 이번에는 오른쪽 다리 허벅지에서 쥐가 나기 시작했다.

한참을 주무른 뒤 걷자 다행히 더 이상의 통증이 없었다.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1시 23분이다.

" I did it,  I did it" 

청년 시절과 달리 정상에 선  내겐 작은 감격이었다. 

정상에선  관리인이 확성기로 빨리 하산할 것을 독려하고 있었다

어차피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일단 사진들은 찍어야 해서 크게 마음을 두지 않는 듯했다.

 배낭을 풀고 백록담을 찍으며  매서운 바람에 손이 시려 추워 빨리 하산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때 한 여자가 사진 좀 찍어 주시겠어요 하는 순간 그때만큼은 사진을 찍어 달라는 부탁이 싫을 수가 없었다.

몸이 탈진되고 피곤해 만사가 귀찮은 순간이었다.

혼자 온 여성 (30대 후반 아니면 40대 초반 )은  가슴에 위  글씨판을 잡고 포즈를 취했다 

"한라산 등반 3회 성공 (2020.1.16)"

"축하합니다"

그런 와중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예의를 차렸다 ,

미안한지 제가 찍어드리게요 하며 사진을 몇 장 찍어 주었다.

내려가는 길은 아무래도 올라오던 길보다 편했다.

뒤쳐진 사람들은 20여 명.

딸과 함께 온 엄마.

 혼자 죽을 상을 하고 고통스럽게 걷던 20대 후반 여성.

나도 그렇지 않았을까.

나이 든 부부와 아들과 딸.

충분한 준비 없이 올라와  진달래 밭부터 목말라 물을 찾으러 다니던 부부.

고통을 통해 교훈을 통해 배워야 한다

어느 혼자 온 아가씨는 눈 위에 스틱으로 그림을 그린 뒤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녀가 떠난 뒤  다가가 보니 "힘내"와 하트 모양을 그려져 있다

가져온 캐러멜 사탕도 , 깎아온 사과와 곶감 모두 비웠고  올래 시장에서 사 온  찐빵(술빵 비슷하다)만이 조금 남아 휴식처에 모여든  까마귀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다.

야생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랐지만 눈 덮인 산에서 배가 고프리라 믿으며.

성판악 출발 지점에 이른 시간이 오후 5시 40분.

총 10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보통 사라들보다 1시간 20분 더 소요되었다.

 따듯한 쉼터에 들어가  정리하고 나왔을 때 갓길엔 주차했던 차들은 모두 사라지고 어둠 속에 달랑 두대만 휑하니 남아있었다.

호텔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Advil 두 알을 먹고 다리와 종아리를 100여 번씩  주무른 뒤  깊은 잠에 빠져 들어갔다.

 

 

 

한라산 정상 오르는 길

정상에 오르는 길은 <오로지  두 곳>이다.

1. 성판악 탐방로(9.6Km :편도  4시간 30분)

2. 관음사 탐방로 (8.7Km:편도 5시간 )

왕복하는 방법과 성판악 -관음사 혹은 관음사 -성판악 코스를 택하면 된다.

 

어리목 탐방로, 영실 탐방로 , 돈내코 탐방로는 한라선 정상엔 오르지 못하고 백록담 밑 주변을 돌아보는 트레킹 코스로 편도 2시간 반에서 3시간 반이 소요된다.

 

 

 

 

백록담 가는 길 초입.

 

 

 

 

 

나무 숲 속에 이르자 생기가 났다.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 나무 계단

 

 

 

흐린 날씨 덕에  산 주위엔 구름이 걸렸다.

 

 

 

 

 

 

 

 

 

 

 

 

진달래밭을 조금 지나자 트레이닝 옷가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날 다람쥐들처럼 벌써 내려가는 청년들을 보았다.

사실 무모한 복장이라 항상 사고의 위험이 있다.

그러고 보니 성판악에서 적어도 6시 반에 출발해야 여유가 있다.

 

 

 

 

허벅지에 경련이  나기 시작한 지점.

 

단체 등반객들은 대부분  관음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는다.

 

 

 

 

 

 

 

 

 

 

 

 

 

 

 

 

 

 

하산 시작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주 가까이 다가온 어린 까마귀.

까마귀가 영리한 새들이지만 그들의 집단생활을 엿볼 기회였다.

먹이를 던져주면 한 먹이에 절대 두 마리가 달려드는 법이 없었다

먹이를 공중에 던져주면  재주를 보여주듯 가까운 까마귀가 나무에서 날아 공중에서 먹이를 낚아채곤 했다.

간혹 먹이가 바닥에 떨어지면 한 마리가 달려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눈밭에서 찾아갔다.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 까마귀들은 참 멋진 녀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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