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은황 /백승기
"도시, 두남자의 시선"
2017.8.22-9.18
여니 갤러리
서울 마포구 합정동 369-20
070-4637-6080
"여니 갤러리"
연희에서 발음 되는데로 따왔을까 ,아님 여느 사람(보통 사람)처럼 평범한 의미로 여니로 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Opening의미로 열고 ,여니 에서 착안하여 개방한다는 의미를 주었을까.
차를 양화 공영 주차장에 주차하고 주소가 없어 지도에서 대충 감을 잡은 위치로 찾아 갈때 아주머니 두분(할머니다)이 나에게 여니 갤러리를 물었다.
나도 가보지 못한 이 곳을 찾고 있다고 함께 합류하여 내가 안내를 했다
내가 표지판을 쉽게 찾은 건 군대를 다녀온 덕분이다.
주택가를 이용해 작은 갤러리를 만든 곳으로 여니외 몇개의 안내 표지가 있음에도 전시회중인 곳은 "여니 갤러리"뿐이었다.
주택 담벼락을 부수어 반지하 주택공간을 카페및 갤러리로 만들어 열어 놓은 갤러리가 맞긴한데 빨리 그림을 보고 싶은 마음에 정작 물어 본다는 걸 잊었다.
반지하의 방 몇개를 개조해 만든 카페와 전시장은 하얀 벽으로 분위기는 안락했다 .
평범한 테이블이 앉아 얘기하기에 편하다.
이은황.
경기대. 서양학과 졸 /교육대학원
그의 그림은 금방 구별이 된다.
펜이외에 나무 젓가락,먹물도 훌륭한 도구가 된다는 얘길 직접 들은 적있다.
합정동 양화진 근처에서 화가 이은황씨와 화가 백승기 씨가 전시회를 연다는 걸 우연히 혜화 갤러리에서 만난 이은황 작가에게서 들었다.
처음에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
작년 혜화 갤러리에서 전시회때 분명 소개를 받아 인사한적이 있는 데 나이 탓인가 보다.
그는 전에 "Red Sign"이라는 도시의 도로를 주제로 아크릴화 전시회를 했었다.
그때와 다르게 소품인 수채화및 스케치를 보자 퍽 마음에들어 했더니 마침 전시회가 곧 있다며 문자로 알려준다 했다.
언뜻보면 그냥 막 그린 것 같아도 수십년의 내공이 스며있다.
내가 제일 배우고 싶은 그림이 있다면 이은황씨의 화풍이다.
이미 전시회에 보였던 "Red sign"의 습작같기도 한 그림.
몇번의 터치로 도회의 풍경속에 정지등(Stop Sign)을 강조했다.
여기 이은황 화가의 얘길 넣어 본다.
"내가 아주 어릴적 부터 살던 우리 동네는 아직 아파트가 들어서지 않았다.
그 덕분에 지금도 엄마를 만나러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는 나의 옛 추억들이 흑백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코 찔찔이 뛰놀던 웃음 소리.
저녁 먹으라고 외치시던 엄마의 젊은 목소리.
삼삼오오 딱지치기,구슬치기 소리.
못찾겠다 꾀꼬리!
골목을 누비던 술래의 발자국소리.
두부 왔어요 외치는 저녁 두부 장수의 종소리
자본 논리에 의지하여 편리하고 깔끔한 고층 건물들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 추억을 간직한 채 현실에 함구하며 살아간다.
우연히 찾아간 골목.
그 곳은 내 어릴 적 정취로의 그 골목어귀 쯤에서 느꼈던 냄새였고 ,소리였고 색갈이었다.
이제 그 추억들은 커다란 그림자 속으로 나의 나이만큼 조금씩, 빠르게 사라져간다.
나는 잡고 싶었다.
그 그림자 속으로 기억 속으로 사라질 나의 옛 동네를 나의 그림속에 넣어 두고 싶었다.
그리고 저마다 간직하고 있을 해지는 노을 속 엄마의 목소리를 오는 이자리에 꺼내어 놓는다"-이은황
"
차가운 먹빛이 주는 느낌 .
흑백영화 장면- 마치 "쉰들러의 리스트"에서 빨간 코트를 입은 어린 소녀가 대비되듯 자전거가 그렇다.
어느 달동네
이은황 작가를 만났을 때 연필로 미리 스케치를 한다음 펜으로 그리지 말고 처음부터 직접 펜으로 그려보라는 얘길 들었다
좋은 충고이고 가르침이다.
수십년 그려온 분들이야 쉽게 얘기할수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림을 남에게서 배우지 말라란 얘기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올라 선 다음 귀담아 행해여야 할 충고다.
어쨋든 시도는 해볼 가치가 있다.
그림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고 함께 온 아주머니와 함께앉아 그림 얘기를 나누었다.
한 아주머니는 그림 선생으로 강북 커뮤니티 센터에서 "Urban Drawing "을 가르친적이 있다고 한다.
남자분 한분이 온다더니 수강 신청을 하지않아 전부 여성이었다고 .
다음에 개강하면 배우고 싶다했더니 너무 멀다며 오지 말라 한다.
여성만을 위한 강의가 편한가 보다.
같이온 74세의 할머니 .
본인이 74세라 얘기해서 그렇지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옷 과 얼굴이다.
지금까지 유화를 배우다가 자기말로 '집어 치우고' "Urban Drawing"을 배우고 있다며 작은 스케치북에 검은 펜으로 그린 자기 그림을 보여주었다.
한선으로 이어지듯 매우 잘 그린 그림이었다.
솔직히 조금 부러웠다.
처음 만남 분들과 아내까지 대화에 동참하여 의미있는 유익한 얘길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행복한 날이다.
이은황씨의 그림은 백승기씨의 스타일과 확실히 구분된다.
마치 그의 그림을 보면 Urban Drawing 혹은 Urban sketch를 어떻게 하는가를 전부 보여주는 느낌이다.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곧은 그들의 선과 달리 지리한 감이 없고 도로는 숨쉬고 있는 것 같다.
백승기가 조용한 ,인물들이 많이 배제된 그림을 그린다면 이은황은 인물이나 주차된 자동차를 주로 배치하여 그림에 안정을 꽤한다
전선주가 반듯하게 섰더라면 그림은 초보자가 찍은 사진처럼 되어 버렸을 터이다.
어디서 많이 가본듯한 골목길이다.
전부가 아닌 일부만 그려 강조하고 싶은 대상을 보여주는 것. 그림자체로 많은 수업이 되는 셈이다.
성북동과 삼청동을 종종 그려온 백승기 작가 .
이번에 베네치아를 다녀온후 그린 그분의 작품이 궁금했다. 평소 성북동 주택가를 잘 그린다.
그 분을 따라 딱 한번 성북동 스케치그룹에 번개 모임처럼 참석했다가 주일 예배후 촉박한 시간으로 너무 무리란 걸 실감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그가 서명한 화집 한부를 구입해 가지고 있는데 퍽 마음에 들어 심심하면 다시 펼쳐본다.
간간히 펼쳐보면서 마치 좋아 하는 음악처럼 재감상을 한다.
안내문엔 백승기 화가를 이렇게 소개한다
"서해에 인접한 충남 보령에 한가정의 첫 아기로 태어나 그곳에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해 틈이 있는 곳엔 그림을 그려대는 유년을 보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교과서를 받으면 맨 처음 하는 일이 미술책에 나와있는 그림을 모작했으며 교과서의 빈틈에는 빼곡히 그림을 그려넣었다.
수업하시는 선생닙의 모습과 교우의 뒷모습 창문 밖 나무와 꽃들 .
미술수업이 있는 날엔 학교 가는 길이 너무나 가볍고 즐거웠던 그 학창시절.
봄볕 따사로운 계절엔 학교 가는 도중 샛길로 빠져 푸른 보리밭에 누워 하늘이 자유로운 봄바람결이 그려낸 구름의 모양을 보며 머리속에는 무한한 상상의 그림을 그렸던 시절이 있었다.
작가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늘 화가가 꿈이었지만 성인이되어 한집안의 가장이 되면서 화가의 꿈을 잠시 접고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삶을 살아오다가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어 뒤늦게 제대로 가야 할 나의 길로 돌아와 이제는 그토록 열망하던 화가로서의 길을 외롭고 고단하지만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백승기 작가는 베니스 여행을 하면서 그곳의 풍경을 스케치한 작품들을 다양하게 선보일 것이다."
-전시회 안내문에서
그는 광각 렌즈로 찍은 사진을 그리는 것도 아님에도 건물을 약간 비스듬하게 둠으로써 변화를 주어 그림에 단조로움을 피한다.
가장 흔하게 대하는 베네치아의 풍경은 식상할만하다.
서양인이아닌 한국인 ,유화아닌 수채화는 가볍고 경쾌해 이 묵직한 도시를 다시보게한다.
92년 가족들을 태우고 렌트카로 유럽 여행시 들린 베네치아다 .
아내를 위해 목걸이를 사는 대신 곤돌라를 탔다.
목걸이를 샀으면 지금은 없어졌겠으나 곤돌라에 대한 추억은 가족 모두의 가슴에 남아 있다.
그림의 사공은 너무 여유롭다 .
차없는 텅빈 도로처럼 배들이 없는 바다에서 서두를 필요가 없었나 보다.
백승기의 화보집-삼청동
백승기 화보집중에서-삼청동에서 북촌 가는 길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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