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2

군 시절 여자에게 받은 편지(3)

그녀의 편지는 인사도 없이 시작했다. "신밧드" 심장을 보관해준 사나이를 처치하기 위해 안개 자욱한 계곡을 헤쳐나가는 장면이 신비하고 멋진 영화였습니다. 그 영화에서 기억되는 것은 안개와 팔랑팔랑거리던 빨간 심장 뿐입니다. 왜 요즘은 안개가 짙은지 모르겠군요. 이른 아침 싸아한 수증기속을 숨가쁘게 뚫으며 꿈처럼 잠긴 캠퍼스를 오르는 요즘, 안개 짙은 초겨울의 기분은 나를 살고 싶게 만듭니다. 푸르산 불루(겨울 바다 빛갈을 닮은 )의 튜닉 코트 깃을 세우고 짐짓 저 유리 지바고의 연인이었던 "라라"의 고독 같은 걸 흉내내봅니다. 안개가 안개가 너무 너무 짙은 거예요. 슬픔 ,기쁨,곤혹,쾌감등이 될대로 믹스되어 나 소녀 아니 여자의 미소가 정말 묘하게 뒤바뀝니다 그러나 역시 나혼자만의 가슴은 깊게 젖어들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