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양한 4

동행

동행 그대의 손 이끌고 이 바다로 나온지 은혼의 세월 꿈같이 지났다 해도 한장 나침반 한점 없이 나온 나의 무지와 오만을 부디 그대여 ,용서해 다오. 계획 없이 닻을 올린 나의 바다 어느 누구의 축복도 꽃이되어 갑판위로 던져지지 않았던 출항 그래도 꿈같이는 살자 멀어져 가는 항구의 불빛에 우리의 순수와 눈물을 매어 두었지 윤이월 바다에 나온 낮달처럼 그토록 높이 내 걸렸던 나의 이상 이제는 추억 속 빛바랜 사진으로 그대 곁에 쓸쓸히 선다 울음 조차 말려 버리는 건조한 항해 그대 장미는 거친 해풍에 산산히 부서지고 가시만 아련함으로 말라가는 이 바다를 나는 이제 화엄의 노래로 덮으려한다 노후농 (1947-2020) 본명 ;노 양한 . 청주 출신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졸. 산사에 들어가 불교 경전 공부를하며..

좋아하는 시 2021.02.15

사랑이여, 그대에게 부탁하니

나 불길로 떠나는 날에 사랑이여 ,그대에게 부탁하니 떠나거든 부축없이 돌아서오 살아 즐겨 입었던 무명옷 수의 대신해 주고 하룻밤 곁에서서 그대 눈물 바라보며 이승에서의 마지막 밤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해주오. 힘들어도 사랑이여, 그대가 혼자서 나를 추억해주고 그대 때문에 행복했던 나의 웃음 영정 만들어 그대가 안아주오. 지금은 도무지 갈 수 없는 내 뜰 그대는 키 작은 수수꽃다리 이르게 뜨던 초경달 수줍던 어지럼증. 그대 빈혈의 달빛 아래 나의 애련은 점차 팽창했으니 어찌 그대가 나의 첫사랑 아니었으랴 노후농 지음 본명은 노양한. 청주고를 졸업했다. 중 ,고등학교 친구다. 고교시절 학교 문예지에 싣고자 교무실에 국어 선생님에게 원고를 가져가자 소설을 읽고서 나선 친구의 뺨을 다짜고짜 때렸다 한다 그 정도의..

좋아하는 시 2021.02.04

사랑이여 ,이제 그만 돌아가겠네-후농 노양한.

봄의 새싹 그대에게 놓고 가겠네. 여름의 해변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물론 놓고 가지. 가을 단풍의 고운 색깔들은 내설악 오세암 그쯤에다 그대로 걸어 두었네 아주, 겨울 그 깊은 밤 함박눈 내리는 소리 없는 고요는 나의 게으름이 아니라 그대 주려 쓸지 않았을 뿐이라네. 해오름과 노을 , 바라보던 나의 눈빛까지 그대에게 진정 맡기고 싶네. 그대를 향해 섰던 나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그대 춤사위에 흠뻑 취했던 술향 기를 *무명 無明 보자기에 싸 그대에게 선뜻 전하며 육신도 , 육신이 끌고 온 세월까지 그대로 그 자리에 놓고 가지만 그대 나를 보던 가난한 눈빛과 절정의 눈물만은 안고 떠나겠네. *윤회의 근본 번뇌 지금은 도무지 갈 수 없는 내 뜰 그대는 키 작은 수수 꽃 다리 이르게 뜨던 초경(初經) 달..

좋아하는 시 2019.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