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최인호씨의 부음 기사를 본다.
동시대를 살아오며 같이 호흡했던 작가 최인호씨가 암투병중이란 소식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내가 좋아한 작가로 이문열,안정효,최인호가 있다.
그들의 작품도 좋지만 그네들이 실제 성장하며 겪어온 삶이 드라마틱해서 더 좋았는지 모른다.
1974년 마침 회사가 서소문에 있어 지금은 없어진 프라자 호텔 뒤 태평당 빵집 2층에 12명의 신입사원들이 모였다.
한 동료가가 4학년 여대생들과 미팅을 주선했었다
약속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여대생들이 2층 계단으로 주르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강의를 빼먹고 모두 "별들의 고향"을 보러 갔다가 늦었다는 것이다.
별들의 고향은 26살의 최인호씨 작품으로 이장호 감독이 만든 영화는 당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최인호씨하면 별들의 고향을 빼고 이야기 할 수가 없는 트레드 마크가 된 셈이다.
"깊고 푸른 밤"이 기억에 남으며 작은 월간지 <샘터>에 싣던 "가족 "얘기가 잔잔한 재미를 주곤 했다.
2003년 4월 길상사에서 최인호씨가 법정 스님과 나눈 <대화>중 죽음에 관한 내용이 있다.
"우리의 육신의 나이는 있지만 영혼의 나이야 영원하지 않겠습니까
시작도 없고 끝도 없었겠지요
<중략>
스님,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두렵기 때문에 죽음이 아닐까요.
오죽하면 키에르 케고르는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병을 앓는다.그것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라고 했겠습니까?
죽음이란 누구도 피해 갈수 없는 병이지요.
어디서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인생이지만 ,죽음이 있기 때문에 인생이 의미있어 지는 것 같습니다.
모든 철학과 사람의 사고 ,행동 그 밑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어요.
죽음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공포이겠지요.
죽음 은 피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인데 저는 오히려 죽음으로써 우리 인생이 완성된다 봅니다.
<중략>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의 인생은 깊어진다고 봅니다.
현대인들은 죽음을 불길한 것으로 여기면서 즉흥적이고 찰라적이며 현실적인 것에만 가치를 두고 있지요.
죽음을 잠시 저쪽에다 방치해놓고 ,마치 없는 것처럼 생각을 안하고 있으니까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의 문제가 내 앞에 닥쳐왔을 때 당황하고 마치 피살 당하는 것처럼 죽게 되지요.
물론 죽음이 나의 문제로 다가올 때는 두렵고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나에게 왔을 때 통곡하고 분노할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에 떨 것인가 ,죽음에 대해 좀더 자주 ,깊히 생각하려 합니다."-대화(샘터사刊-90대,80대,70대,60대 4인의 메세지,피천득,김재순,법정,최인호 참여)
이제 고통스런 지상의 삶을 끝내고 영원한 하늘나라로 최인호씨는 떠났다.
투병 기간 동안 죽음의 공포와 싸웠다기보다 그의 영혼이 마침내 평안과 안식을 얻었으리라 믿는다 .
그의 말대로 그의 인생은 완성되었다.
" 내게도 꿈이 있지요.얼마가 될지는 알수 없지만 ,나는 남은 삶을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고 싶군요.그리고 추하지 않게 그 삶을 마감하고 싶습니다."
법정 스님도 말씀처럼 떠나셨다.
글 빚조차 부담스러워하며.
오늘은 떠나기에 참 좋은 날이다.
우리도 그 길을 한걸음 씩 다가가고 있다.
결코 예외가 없는 길을 따라가고 있다,
나도 언젠가 '추하지 않게 삶을 마감'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하나님의 시간에는 빠르고 늦고의 큰 차이가 없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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