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단 하나의 메뉴 경북 칼국수-5,000원이다.
서울의 유명 국수집 순례를 끝마치고 싶다는 글에 어느 블로그 독자께서 꼭 청량리 바오로 병원뒤 "경북 칼국수" 집을 가보라는 댓글을 달았다.
병원옆 토박이 야구르트 아주머니가 가르쳐 준데로 길을 돌아 간판을 찾아봐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동네에서 칼국수를 제법 잡수셨을 분에게 물어보자 바로 옆이라고 가르쳐준다.
오래된 집이라 그 동안 돈을 벌었으리라 짐작하고 폼나는 큰 간판을 기대한 나의 선입관이 잘못이었다.
좁고 긴 허술한 국수집안에 키 큰 여종업원이 특별한 가식없이 그냥 가족처럼 맞아준다.
홀엔 단촐한 7개의 탁자가 전부인데다가 메뉴가 단 하나인 편안함이다.
1시반인데도 자리가 없어 홀로 국수를 기다리는 아주머니 테이블에 합석을 권한다.
눈인사를 한후 합석을 했다가 다른 테이블이 비어 자릴 옮긴 후 국수가 나오기까지 가게안을 둘러보았다
벽에는 TV"아침 세상"에 나왔던 빛바랜 사진이 액자에 걸려있고 어울리지 않는 "건진 국수"란 아크릴 장식품이 걸려 있다.
다른 벽엔 나이드신 분이 써주고 갔는지 달필로 휘갈린 국수 예찬시가 소중히 걸려 있다.
나이가 들었다고 짐작하는 건 한문보다 한글 맞춤법이 서툴러서다.
국수가 나오기전 주고가는 김치와 저민 청량고추 .
봄배추로 썰어 담은 겉절이에 가까운 추 김치는 언뜻 보기에 성의없이 담은 것처럼 풀내가 날것 같다.
기대가 되는 국수가 나왔다.
눈으로 국수를 썰어 넣는 걸 보았으니 진짜 '손칼수'다.
호박과 봄배추 몇조각과 김가루 조금이 전부다.
부드러운 칼국수의 면발이 쫄깃 쫄깃한 걸 싫어 하는 나의 입에 딱맞는다.
약간 뽀얀 국물은 무슨 국물일까.
멸치 국물도 , 사골 국물도 아니고 참 짐작하기 어렵다 .
국수에 콩가루가 아주 조금 들어간 듯 살짝 밀가루내와 섞어 지나간다.
양념장을 넣은 후 매콤하고 약간 짠맛이 국물에 퍼져나가자 국수는 옛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어린 시절 어머님이 둥근 상위에서 밀방망이로 밀어 해주셨던 그 맛이다.
양념이 덜들어간 듯 날내나는 김치가 국수와 잘 어울린다.
젊은이보다 나이가 든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맛이다.
세상의 변화에도 타협하지 않고 김치나 국수를 옛 스타일로 유지하고 있는 건 아마 주인 아주머니의 고집 때문이리라
나중에 식사차 주방에서 나온 주인 아주머니와 종업원을 보고 손님이 저기가 며느리라고 친구에게 일러준다
튼튼하고 키가 늘씬하게 큰 며느리가 얼마나 듬직할까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차 돈을 치루며 누가 꼭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하자 사진 찍던 나를 보았는지 벽에 걸린 첩첩히 쌓인 신문기사를 보여준다.
며느리에게 반죽을 밀고 써는 작업대가 큰키(170은 족히 넘는다)에 너무 낮은 것 같아 나중에 허리가 아프지 않겠냐고 물어 보았다.
작업대를 높이면 전신아닌 팔로만 밀어야해서 다 이유가 있다는 설명에 말문이 막힌다.
그러기에 "정성"으로 만든 국수라 예찬한 모양이다.
늙어서 허리가 아프지 말기를!
경북 칼국수의 맛은 양지고기 국물에 나오는 요즈음 국수에 비해 솔직히 맛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저 변함 없는 친구처럼 ,질리지 않는 밥처럼 언제고 생각나면 들려 먹을 수 있는 그런 맛이다.
그래서 어줍잖은 7-8천원짜리보담 5천원에 즐길 수 있는 담담한 맛이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경북 칼국수
주소:서울시 동대문구 전동 2동 622-1
전화:02-963-6962
가는 방법 :1호선 청량리역 6번출구로 나와 좌회전, 좌회전 하면 우측에 작으마한 간판이 보인다.
'안동 국시 동우인 일동'이 써주고 간 경북 "칼국수 예찬시"를 액자에 담아 놓았다.
TV 방송의 호들갑이나 수많은 신문의 맛집 기사보다 시 한수가 평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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