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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헨리 데이빗 소로우를 찾아서 떠난 길- 월든 호수의 추억

Jay.B.Lee 2012. 7. 20. 06:15

 

<대학시절, 우연히 친구를 기다리면서 집어 들었던 책 한권이 있었다. 너무나 인쇄가 촘촘해서 따분하게 보였지만 '자연주의'라는 표지의 선전 문구에 매료되어 무심히 들었던 책이었다. 그러나 한번 읽어보기 위해 들었던 그 책에 매료되어 기다리던 친구가 도착 한지도 모른채 푹 빠져 들 수 밖에 없었다. 그 책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가 쓴 월든(Walden)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그는 하바드 대학에서 에머슨의 영향을 받고 공부하였던 지식이었이고, 자연주의의 찬미자였던 동시에 19세기 메사추세츠주의 월든 호수에서 2년여를 혼자 사색하면서 살았던 자연주의자였다. 그날 이후 나는 소로우라는 작가의 특이한 경력보다는 그 속에 숨어 있던 자연과 인간의 사색이라는 잔잔한 사고의 흐름에 매료되고 말았다. 

2004년 6월 연구년 기간동안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유학시절에는 시간과 돈의 문제로 마음만 앞섰던  미국 5대호 연안의 메갈로폴리스 지역을 둘러볼 엄두를 내게 되었다. 보름이 넘도록 식구들과 함께 자동차로 다니고 싶었던 오대호 연안을 둘러보았던 것이다. 미시간호수, 드넓은 오하이오 평원, 나이아가라, 이리호, 보스톤, 로드아일랜드, 뉴욕, 워싱톤,구름에 덮힌 아팔라치아 산맥의 웅혼함과 남북전쟁의 상흔이 깃든 게티스버그, 오대호 주변에 자리잡은 여러 도시들의 스카이라인까지 모두 곱게 접어서 생생하게 마음 한켠에 곱게 개어 놓았다. 소로우를 접한지 20년이 되던해 그가 살던 월든을 방문하게 된 것은 너무나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소로우가 살았던 월든 호수는 보스톤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콘코드 근처 숲속에 있다. 콘코드는 미국 독립의 아버지 워싱톤 장군이 첫 승리를 장식하였던 렉싱턴(Lexington)의 인근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렉싱톤은 가장 힘든 독립전쟁의 겨울의 넘기고 워싱턴 장군이 지휘하던 민병대가 영국군을 크게 무찌른 곳이다. 오늘날 미국인들은 그곳을 미국 독립운동의 성지로 여기고 있으며, 미국의 어느 도시에 가더라도 Lexington 이라는 거리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승리의 지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콘코드에 들어가는 길목에는 독립전쟁때 민병대의 모습인 미뉴트맨의 동상이 서있다. 미뉴트맨(Minute man)이라고 불렀던 것은 1분안에 전쟁준비를 끝내고 출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콘코드를 방문한 그날, 시청 근처의 잔디밭에서는 미국 독립을 기념하는 성대한 기념식을 당시의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연출하고 있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의 민병대, 콘코드에서, 그들은 몇분만에 전쟁준비를 갖출 수 있었다해서 Minutes Man이라고 불리웠다>

 

<독립전쟁을 기념하는 미국 국기 게양식>

 

 

월든으로 향하던 날 아침, 잠이 덜 깬 식구들을 재촉하고 아직 문도 열지 않은 월든 호수의 방문센터(visitors' center)를 먼저 찾았다. 안내소에서 지도 한장을 얻어가지고 소로우의 발자취를 찾아서 아직 설익은 잠이 채 깨지도 않은 듯은 호수가 길을 따라, 아무도 밟지 않은 이른 아침 이슬과 함께 숲길을 걸어 보았다.  소로우의 발자취가 배어있을 것만 같은 월든 호수를 따라 나있는 한줄기 숲길을 걸었다. 방문센터 근처의 소로우의 기념관에서 부터 호수가를 따라 20 여분을 걸어가면 소로우의 오두막집이 복원되어 세워져 있다. 그 앞에는 자연으로 돌아가 인간의 근본과 마음에 대하여 사색 하였던 소로우의 소박한 동상이 세워져 있다. 집안을 들여다 본다. 간단한 침대하나와 의자 2개, 그리고 벽난로 하나, 소로우 자신이 월든에 기록을 남기면서 지었던 작은 오두막이 그의 생각 만큼이나 간결하면서 초촐하게 옛 모습을 남기고 있다. 소로우는 그 집을 짓는데 28불 들었다고 월든에서 기록하고 있다.

 

 


<Henry David Thoreau의 입상과 복원된 오두막 모양>


<오두막 내부, 간소하게를 외쳤던 그의 말처럼 모든 생활용품은 자신에 의해 만들어졌다>



<월든 호수의 모습, 보스톤 일대의 이런 호수들은 모두 대륙빙하가 있었던 흔적들이다>

 

  인간의 삶이 얼마나 단촐할 수 있는가? 우리가 삶을 살기위해 필요한 것이 얼마나 간단할 수 있는가를 소로우는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월든에서 소로우는 이렇게 말한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아마도 절제와 겸양, 자연에 동화된 인간의 삶이 오늘날 문명의 이기에 물들고, 사치와 낭비, 물질 문명에의 소비에 익숙해 있는 우리들의 일상적 삶보다 얼마나 고귀할 수 있는가를 소로우는 이야기 하고 싶었을 것이다.

 

오두막이 복원되어 있는 장소에서 호수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면, 처음 소로우의 오두막터 돌무더기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는 소로우의 처음 오두막 터라는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소로우는 이곳이 호수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라고 써 놓고 있다. 여름철 아침에 반짝이는 은물결을 보면서 소로우는 목욕을 겸한 수영을 즐겼고, 겨울에는 하얗게 내린 눈과 함께 투명하게 얼어 붙은 월든 호수를 가로질러 가는 작은 모험을 감행해 보기도 하였다. 햇살이 따스한 오후에는 종일 책을 펼쳐 놓고 사색에 잠기기도 했을 것이다. 그는 독서를 잘하는 것은 고귀한 운동이며, 어떤 운동보다도 힘이 드는 운동이라고 말하였다. 독서는 거의 평생에 걸친 꾸준한 자세로 독서를 하려는 마음가짐을 요청한다. 책은 처음 쓰여졌을 때처럼 의도적으로 그리고 신중히 읽혀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오두막 원래 자리에 남아있는 유허지>


<오두막의 위치를 표를 해 놓았다>



<소로우가 걸었을 숲속의 풍경>

 

 소로우의 생애는 44살에 끝난다. 지독한 독감과 평소부터 폐가 좋지 않았던 탓에 그 당시 유행했던 폐결핵이 그의 짧은 생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죽기 얼마전에 소로우는 요양을 위해 좋은 환경이 있다고 생각했던 미네소타까지의 긴 여행을 하였다. 소로우가 여행했던 보스톤에서 미네소타까지의 그 걸은 오늘 나는 거꾸로 달려와서 이곳에 서 있다니, 이는 마치 100년이 넘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어떤 운명의 실타래가 소로우와 나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가 지은 책 한권이 나도 소로우와의 어떤 교감을 만들어 내는 것도 생각해 보면 나쁘지는 않은 일이다.  

 

소로우는 말한다. "사람들은 진리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그러나 이 모든 시간과 장소와 사건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나님 자신도 현재의 순간에 지고의 위치에 있으며, 과거와 미래를 포함하여 그 어느 시대도 지금보다 더 거룩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의 사색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진리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리고 그 진리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내면속에 있다고 굳게 믿었다.

 

"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 여지껏 발견 못하던 천개의 지역을 찾아내리라. 그곳을 답사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

 

"진실로 바라건대 당신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라. 그리하여 무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상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라. 각자는 하나의 왕국의 주인인 것이다".

 

"만물의 곁에는 그것의 존재를 형성하는 어떤 힘이 있다... 우리들의 바로 옆에는 어떤 일꾼이 있다. 그는 우리가 고용하고 우리가 항상 더불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일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을 일감으로 삼아 끊임없이 일하고 있는 큰 일꾼인 것이다"

 

내면으로의 깊은 여행을 위해 소로우는 2년의 세월동안 월든에서 자연속에서 자신을 찾는 외로운 그 만의 여행을 하였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는 말한다. " 내 집에는 세개의 의자가 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정을 위한 것이며, 세번째 것은 사교를 위한 것이다". 그의 우정은 당대의 지식인이었던 에머슨이었다. 에머슨은 인도의 우파니샤트의 철학에 깊은 영향을 받은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다.

 

월든 호수를 떠나오면서 마치 어느 조용한 사찰에 머물렀던 수도자의 발자취를 보고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세상에 잠깐 스쳐간 한 사나이의 발자취를 따라간 탓이었을까? 우리도 잠깐 이 지구위를 스쳐지나가는 존재가 아닌가? 사람의 가치는 그의 사색과 사상의 깊이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삶의 모습을 찾고자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났던 고독하였던 한 사나이의 발자취를 찾아온 한 이방인의 마음도 내면에 숨어있는 미지의 세계를 갈망하는 콜럼버스의 마음이었다.

 

먼 훗날 아주 먼 훗날 내가 이 세상에 없을때 이 순간을 함께 하였던 내 아이들이 다시 펴든 소로우의 월든을 읽으며 자기라는 존재의 내면을 답사하는 지리학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도 지나친 욕심이 아닐런지.  

 

출처 : 최재헌 홈피
글쓴이 : 최재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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