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양식

아름다운 마무리-법정

Jay.B.Lee 2009. 1. 23. 00:12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것이다.

삶이 순간 순간 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하는 물음에서 그때 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 놓음이다.

내려놓지 못할 때는 마무리는 일어나지 않는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 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 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 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들에 대해서는 미지 그대로 열어둔채 지금 이순간을 받아들인다.

또한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용서도 이해도 자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일깨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나를 얽어매고 있는 구속과 생각들로  부터 벗어나 자유로워 지는 것.

삶의 예속물이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 거듭난다.

진정한 자유인에 이르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마무리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스스로 가난과 간소함을 선택한다.

맑은 가난과 간소함으로 자신을 정신적 궁핍으로부터 바로 세우고 소유의 비좁은 감옥으로 부터 해방시킨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또한 단순해지는 것.

불필요한 것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자기 자신과 더욱 가까워지며 불필요한 것들로 부터 자유로워진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 버렸던 나를 찾는 것.

그리고 수많은 의존과 타성적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는 언제든 떠날 채비를 갖춘다.

그 어디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순례자나 여행자의 모습으로 산다.

언제든 빈손으로 두고 떠날수 있도록 준비한다.

머지않아 늦가을 서릿바람에 자토록 무성한 나뭇잎도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 빈가지에 때가 오면 또 다시 새잎이 돋아날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낡은 습관을 미련 없이 떨쳐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발췌한 글이다.<문학의 숲 간행>